이개호 농림부 장관 후보자 표절 의혹…"문단 통째로 베끼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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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개호 농림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이개호 농림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이개호 농림부 장관 후보자가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인사청문회(9일)를 하루 앞두고 있는 이 후보자는 배우자의 불법건축물 논란에 휘말린 데 이어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도 받고 있다.

8일 YTN은 "이 후보자가 과거 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면서 다른 논문을 일부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의 논문은 이 후보자가 '지역축제의 문화프로그램이 관광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2005년에 쓴 석사학위 논문이다. 이 논문은 다른 저자가 2001년에 쓴 논문과 일부 내용이 똑같고, 문단 전체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도용하기도 했다. 논문 표절 확인 프로그램의 판정 결과 전체 82페이지 중 14%가 남의 논문을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YTN 캡처]

[사진 YTN 캡처]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인용 표시를 부실하게 한 건 맞지만, 논문 판정 프로그램 분석 결과 표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YTN에 "14%는 보통 표절로 보지 않고, (이 후보자가) 논문을 써 본 적도 없어서 기술적으로 지식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이인재 한국연구윤리정보센터장은 "수치가 표절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고 실질적으로 타인의 독창적이거나 고유한 저작물을 출처 없이 썼느냐 안 썼느냐를 확인해야 한다"며 농림부의 해명에 대해 반박했다. 또다른 한국연구윤리정보센터 관계자는 "남의 글을 한 문단 이상 통째로 베꼈다는 건, 사실 표절 의혹에서 절대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사례"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 지도교수는 "베꼈는지 아닌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당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도했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사진 YTN 캡처]

[사진 YTN 캡처]

앞서 이 후보자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이 논문으로 딴 석사 학력을 경력에 기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인사청문 과정에서 표절 의혹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일부러 학력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후보자 측은 해당 학위가 본인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일부러 이력을 쓰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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