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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소화관출혈|내시경으로 90%이상 간단하게 치료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며칠전의 일이다. 회사를 경영하는 이모사장(60)이 2시간 전부터 수차례 피를 토하고 혈변을 보며 빈사상태가 되어 응급실로 찾아왔다. 사업관계로 술을 자주 마시기는 하였으나 폭음하는 편은 아니었고 10년 전에 간염으로 한달정도 치료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 시행하는 얼마전의 정기 검진에서 간기능이 조금 나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으나 건강에 자신이 있었고 아픈 곳이 없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전문적인 검사나 치료는 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같이 피를 토하고 혈변을 보는 경우에는 의학적으로 식도에서부터 십이지장 (위와 연결되어 있고 작은창자가 시작되는 부분)에 이르는 어떤 곳에서 심한 출혈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씨의 경우처럼 십이지장보다 윗 부분에서 출혈하는 경우를 상부소화관 출혈이라고 한다. 그 원인으로는 위염·십이지장염·식도염처럼 점막에 염증이 있을 때 염증때문에 점막이 약해져서 피가 점막으로 스며나가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위궤양·십이지장궤양·위암· 식도암과 과음한 경우에 심한 구토가 원인이 되어 식도나 위가 찢어지고, 노출된 혈관 또한찢어지거나 절단되어 출혈하게 된다.
소장과 대장을 지나는 피는 일단 간을 통해서 심장으로 가게되는데 간경변증처럼 간이 굳어지거나 어떤 다른 원인으로 간으로 가는 혈관이 막힐 때 피가 샛길을 찾아서 다른 곳을 통과하여 심장으로 가게 마련이다. 이때 샛길 혈관이 식도나 위에서 늘어나면 식도나 위 정맥류 (정맥의 일부분이 혈행장애로 불룩하게 된 것)을 만들고 이 정맥류가 터져 토혈하게 된다.
이와 같은 출혈은 출혈하는 혈액의 양에 따라서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조금씩 오랫동안 출혈하는 경우에는 대변색깔이 회색이거나 검게 나타나면서 기운이 없고 빨리 걸으면 숨이 차고 심장이 빨리 뛰며 빈혈을 보인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대량 출혈하게 되면 토혈 혈변, 쇼크를 받고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8∼l5%의 사망률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출혈증상들은 그 원인이 되는 염증·궤양등 본래 질환의 증상이 얼마간 나타나다가 발생되기도 하나 이사장같이 건강하게 지내다 갑자기 발생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토혈과 하혈을 같이 나타내는 질환으로는 위 또는 십이지장궤양과 식도정맥류 출혈이 가장 많다.
진단은 위내시경검사나 X선 검사로 할 수 있는데 이사장처럼 환자상태가 응급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위내시경검사가 우선 시행된다.
이사장은 수혈을 하면서 응급으로 시행한 응급내시경검사 결과 식도정맥류에서 심한 출혈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간경변증에 의한 식도정맥류 파열로 생각되었다.
과거에는 수술 또는 약물치료를 하였으나 요즈음은 내시경검사와 동시에 시행하는 내시경치료로 식도정맥류는 물론, 궤양에 의한 출혈까지 90∼98% 정도가 간단히 해결된다.
이사장은 식도정맥류 출혈이었기 때문에 식도정맥류에 약물을 주사하는 식도정맥류 경화요법으로 치료되었고 현재는 간경변 치료만 받고 있다. <현진해><고대 혜화병원 내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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