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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흥행 '신과함께2', 3·4편은 감독 바뀔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연일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저승차사 덕춘(김향기 분)의 전생 장면.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연일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저승차사 덕춘(김향기 분)의 전생 장면.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함께-인과 연' 김용화 감독 인터뷰

무시무시한 속도다. 김용화(47) 감독의 저승 판타지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이 1일 개봉 첫날 만에 124만 관객을 동원, 개봉일 최다 관객을 기록하며 연일 극장가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개봉 이틀째 234만, 사흘째 341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초 144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흥행 2위에 오른 1편 ‘신과함께-죄와 벌’보다 빠른 속도다. 이런 기세면 역대 흥행 1위인 영화 ‘명량’(2014)의 최단 기간 1000만 돌파 기록(12일)마저 앞지를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과함께-인과 연' 연일 흥행 신기록 #1440만 관객 모은 1편보다 속도 빨라 #개봉일 최다 관객…3일째 300만 돌파 #김용화 감독 "아시아의 디즈니 목표"

개봉일 아침부터 소셜미디어에 쏟아져 나온 관람평도 호평이 우세했다. 이번 2편은 전편에서 저승 세계를 안내했던 저승 삼차사의 1000년 전 전생이 주된 내용. 일곱 개 지옥을 웅장하게 선보였던 1편에 비해 신선함이 덜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2부작 전체 이야기의 퍼즐이 맞춰지는 서사의 밀도, 배우들의 연기엔 만족감을 표한 관객이 많았다.

개봉 당일 만난 김용화 감독은 내내 들뜬 기색이었다. 그가 직접 VFX 회사 덱스터 디지털(현 덱스터 스튜디오)을 차려 초대형 고릴라를 구현했던 300억(총제작비) 대작 ‘미스터 고’가 흥행에 참패한 게 불과 5년 전. ‘신과함께’는 이후 그가 실패에서 얻은 교훈과 VFX 영화 기술력을 총동원해 얻은 결실이다. “행복하다”는 그의 말엔 스스로를 “벼랑 위에 세우며” 도전을 거듭해온 지난날의 기억이 진하게 맺혀 있었다.

1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용화 감독은 "과거의 성공만 좇아선 안 된다. 타성을 버리고 스스로를 계속 벼랑 위에 세우지 않으면 내 가족, 스태프도 저를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1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용화 감독은 "과거의 성공만 좇아선 안 된다. 타성을 버리고 스스로를 계속 벼랑 위에 세우지 않으면 내 가족, 스태프도 저를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하기도 전에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한 첫 영화다. 한국영화 최초로 1‧2편을 동시에 제작, 투입된 총제작비 400억원(손익분기점 1162만명)을 1편 매출로 전부 회수했다. 2편 흥행 부담은 덜었겠다.
“경제적으론 그런데, 사람 마음이 안 그렇다. 전편보다 더 잘 평가받고픈 욕망도 있고.”


-1편 때 관객 반응이 2편에 영향을 준 부분도 있나.  
“없다. 1편과 비교하면 VFX보단 음악과 사운드에 더 신경 썼다.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2부작을 통합 이야기로 기획해서 썼기 때문에 2편을 다 보고 나면 작품의 종합적 평가가 내려질 거라 생각했다. 1편이 직선적인 이야기라면, 2편에선 세 가지 이야기가 섞여 들어간다. 초반은 약간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반 이후 이야기가 합쳐질 때 폭발력이 잘 전달되도록 신경 썼다.”

-1편이 모성애라면, 2편은 부성애가 부각된다.
“죄를 심판하는 저승이 있다면 죽기 전에 인간으로서 해야 할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은 용서를 구하는 일 아닐까. 용서와 구원을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제가 살면서 가장 영향을 받은 가족관계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2편 이야기의 중심은 삼차사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아버지’는 2부작 전체의 완결을 위해 일종의 서비스 플롯으로 구상했다.”

-지금과 다른 편집본이 있었다고.  
“여러 편집본을 갖고 모니터링을 많이 거쳤다. 최종 선택이야 제가 하지만, 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보여줘야 잘 흘러갈지 판단이 안 설 때가 있다. 1편은 1000명 넘게, 2편은 400~500명의 의견을 받았다. 대중영화는 영화 하는 사람들이 제일 모르거든. 내부에서도 영화 콘텐트 팀이 아닌 VFX 기술팀, 일반인이 주로 모니터링에 참여했다. 결과에 따라 덜어낸 장면도 있다.”

-아깝게 편집한 장면이라면.
“수홍(김동욱 분)과 강림(하정우 분) 이야기. 촬영분의 3분의 1가량을 덜어냈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수홍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그가 자신을 살려주겠다는 저승차사 강림한테 자꾸 반기를 들고 골칫덩이가 되니까, 1편에서 수홍한테 마음을 뺏겼던 분들도 반감을 갖더라. 영화는 장점을 극대화해서 단점을 덜 보이게 하는 작업이다. 단점은 보충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빼는 게 낫다.”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촬영현장에서 주연배우 하정우와 김동욱.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촬영현장에서 주연배우 하정우와 김동욱.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1편에서 원귀 역 배우 김동욱이 돋보였다면, 2편은 주지훈이란 평가가 많다. 저승차사 해원맥 역에 그를 캐스팅하면서 이전에 출연한 작품은 거의 참고하지 않았다고.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와 ‘간신’(2015)은 봤다. 그는 똑똑하고 모험을 즐기는 배우다. 원래 캐스팅할 때 전작을 크게 염두에 두진 않는다. 대중영화를 만들 때 주문처럼 외는 얘기가 ‘관객의 예상은 깨되 기대는 꺾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소진하는 것은 영화에도 좋지 않다. 어떤 배우인지는 오히려 대화를 나눠보면 알 수 있다. 상처가 많고 고통을 아는 사람들이 연기를 잘 하더라.”

-한국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영화 시장을 겨냥해서인지, 타민족에 대한 묘사도 조심스럽더라.  
“해외시장을 의식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영화에서 성주신(마동석 분)이 ‘나쁜 상황이 있을 뿐, 나쁜 인간은 없다’고 하는 대사가 제가 가진 세계관이기도 하다. 사회생활하며 제가 본 인간이 다 그랬다. 예컨대 재개발구역을 철거하는 사람이라고 다 악인일까. 그들도 누군가의 아빠고, 아들이다. 한 사람이 가진 여러 입장을 심도 깊게 다룰 게 아니라면 굳이 잔인하게 술집 안줏거리로 쓰일 자극적인 얘기를 양산하는 건 감독으로서 책임의식이 없는 거라 생각한다.”

1편이 정의롭게 죽은 소방관 자홍(차태현 분)과 말 못하는 어머니(예수정 분)의 사연으로 울렸다면, 2편은 여러 인물들의 뒤엉킨 인연을 파헤치는 재미가 크다. 1편보다 2편이 덜 신파적이란 평가가 있다고 하자, 김용화 감독은 “1편의 엔딩이 주는 감정적 깊이나 슬픔을 부자연스럽게 느꼈다면 신파로 보실 수 있고 관객의 평가를 거부하고 싶지도 않지만, 저로선 이야기의 흐름상 자연스러운 귀결이라 생각했다”며 1편이 신파적이란 시각 자체에 조심스레 항변했다.

영화에서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 설정을 상당부분 각색한 데 대해선 “원작에서 받은 영감을 영화로 잘 안착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면서 “원작을 그대로만 옮기는 건 또 다른 의미의 훼손일 수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저승차사 해원맥(주지훈 분)과 성주신(마동석 분)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터뜨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왼쪽부터) 저승차사 해원맥(주지훈 분)과 성주신(마동석 분)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터뜨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3‧4편은 정말 나오나. 
“대중이 원한다면 안 나올 이유가 없다. 일단, 배우들과 상의한 구상은 있다. 정말 만들게 된다면 1‧2부를 본 관객들이 원하는 이야기일지 점검은 해봐야 한다.”

-다른 감독이 연출할 가능성도 있을까.
“물론이다. 2년 넘게 시달린 고통의 구렁텅이에 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다(웃음). 딸아이가 아직 어린데 같이 시간도 보내고 싶다. 원하는 연출자가 있다면 저는 제작자로 남을 의사가 충분하다.”

-1·2편의 중국 개봉 가능성은.  
“중국에서 1편은 이미 불법다운로드 시장에선 순위권을 달리고 있다. 중국 투자사인 알파픽쳐스(중국 최대 애니메이션 회사)가 중국정부에 다시 심의 신청을 했는데, 1편 때도 4~5개월간 냉온탕을 오간 터라 더는 예측 않고 그냥 기다리려 한다. 1편이 히트한 대만‧홍콩 등 다른 아시아 나라에선 이미 반응이 뜨겁다.”

그는 ‘신과함께’가 성공하기까지 가장 의지한 사람으로 아내를 꼽았다. 1편 편집본에서 다소 과했던 CG(컴퓨터그래픽)를 7분여 덜어낸 것도 아내의 조언이었다. 인력과 자금이 대거 투입되는 CG 장면일수록 잘라내기가 쉽지 않다고 그는 털어놨다. “원래 모래악귀가 차태현을 덮치고 이승‧저승 난리가 났거든요. 결과적으론 잘한 결정이었죠. 집사람 말고도 제가 신뢰하는 편집기사‧프로듀서가 다 여자들이에요. 시나리오도 한쪽으로 치우치게 쓰면 뭇매 맞을 수가 있는데, 여성 스태프들의 세밀한 의견이 큰 도움이 됐죠.”

김용화 감독의 차기작은 우주 재난 영화 ‘더 문’이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관심을 보이는 프로듀서가 있다면서 여러 제작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가 이끄는 덱스터 스튜디오를 통해 투자‧제작할 작품도 줄을 잇는다. 이해준‧김병서 감독, 하정우가 주연하는 화산폭발 재난 영화 ‘백두산’에 이어 올해 독립 코미디 영화 ‘튼튼이의 모험’을 개봉한 고봉수 감독의 히어로물, ‘족구왕’(2014)로 주목받은 우문기 감독의 스포츠 무협 영화 등 VFX를 활용한 SF‧재난‧판타지가 주를 이룬다.

“궁극적으론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고 싶어요. 콘텐트를 기획부터 배급까지 하고, 테마파크도 만들고요. 지금의 디즈니가 10이라면, 우리는 0.1정도 출발했다고 보면 될까요. 욕심 내지 않고 가진 능력만큼 차근차근 하려 합니다. 마블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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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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