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 소녀 앞에 고개 숙인 남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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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 라인을 살피는 '1000만 달러의 소녀'와'탱크'. 미셸 위(사진위)는 멋진 퍼트로 2라운드에서 버디 4개(보기 1개)를 뽑아내 컷 통과를 이뤘다. 하지만 최경주는 퍼트 난조로 버디 4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연합뉴스]

'1000만 달러의 소녀'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가 드디어 해냈다. 5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2라운드 합계 5언더파로 컷오프의 관문을 당당히 통과했다. 아시안 투어를 겸한 이번 대회에 출전한 153명의 선수 가운데 공동 17위. 이븐파 144타 이상을 기록한 79명의 선수가 3라운드에 진출했으니 미셸 위는 기준 타수보다 5타나 앞선 성적으로 꿈을 이룬 셈이다.

여자 선수가 아시안 투어에서 3라운드에 진출한 것은 미셸 위가 처음이다. 국내 투어 대회에서는 2003년 SBS최강전에 출전했던 박세리에 이어 미셸 위가 두 번째로 남자 대회에서 컷을 통과한 선수로 기록되게 됐다.

파4의 18번 홀. 아깝게 버디 퍼트를 놓친 뒤 파세이브를 한 미셸 위는 페어웨이 주변을 빼곡히 메운 갤러리를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는 대신 그는 여유있는 미소로 기쁨을 표시했다.

첫날 2언더파를 치며 무난하게 출발했던 미셸 위는 2라운드에서 3언더파(버디 4, 보기 1개)를 추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1만 명 가까운 갤러리에 둘러싸인 채 플레이를 펼치면서도 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힘이 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2번 홀에서 1.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더니 5, 10, 15번 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추가했다. 4~5m 거리의 퍼트가 쏙쏙 컵 속에 빠져들었다. 파3의 16번 홀(파3.197야드)에서 1m 파 퍼트를 놓친 것이 옥에 티였다.

미셸 위는 6일 오전 9시 50분 브라이언 셀터스(미국), 하밋 칼론(인도)과 함께 3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2라운드 선두는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한 이안 스틸(말레이시아)과 프롬 미사왓(태국). 지난해 2부투어 상금왕인 신예 이승호(20.투어스테이지)와 인도의 지브 밀카 싱이 10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첫날 4언더파를 쳤던 최경주(나이키골프)는 2라운드에선 이븐파를 쳐 공동 23위(합계 4언더파)로 밀려났다. 버디 4개를 잡았지만 더블보기 1개와 보기 2개를 범했다.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최경주는 2라운드 중반까지 4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선두에 나섰지만 5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OB구역에 떨어지는 바람에 경기를 망치고 말았다. 핀까지 85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배수구 뚜껑을 맞고 OB구역으로 튀어나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인 호주교포 이원준(20)은 이날 5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7위(합계 8언더파)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지난주 매경 오픈 챔피언 석종률과 지난해 상금왕 최광수, 정준, 박노석, 남영우 등 국내 강자들은 줄줄이 탈락했다.

영종도=정제원 기자

미셸 위 일문일답

여덟 번째 도전 끝에 남자대회에서 컷을 통과한 미셸 위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큰 일을 해냈는데도 표정이 밝지 않다고 하자 "경기가 다 끝나지 않았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데 이따가 밤이 되면 더욱 기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남자대회에 여덟 번째 도전 끝에 컷을 통과했는데.

"너무 기쁘다. 첫 컷 통과를 한국에서 해내 너무 좋다."

-이전에 출전한 남자대회에선 모두 탈락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컷을 통과한 비결은.

"이번 대회가 내가 출전했던 PGA 대회와 (수준)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비결을 꼽으라면 그동안 훈련을 많이 해 실력이 많이 늘었고,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퍼팅이 좋았는데.

"전에 하와이에서는 그린이 느려 연습을 별로 안 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열심히 했고, 여기 와서도 연습을 많이 했다."

-코스가 짧은 건 아닌가.

"그렇지 않다. 파4인 9번 홀에선 맞바람이 불면 우드로 두번째 샷을 해야한다."

-몸이 안 좋았다고 했는데 몸 상태는 어떤가.

"감기 기운도 사라졌고 많이 좋아졌다."

-갤러리가 많이 몰려들었는데.

"많은 분이 오셔서 더욱 힘이 났다.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와 좋았다."

-내일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는데.

"어휴, 오늘도 추울까봐 옷을 많이 입었다. 내일은 더 껴입고 나와야 할 것 같다."

-고속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들 때문에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렸는데 경기에 지장을 받지 않았나.

"아니다. 아주 재미있었다.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려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웃겼다."

-다음 목표는.

"이제 컷을 통과했으니 기왕이면 톱10에 들고 싶다. 우승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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