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 ? 아시아 민족음악 소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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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의 한 연습실. 부산하던 실내가 일순 조용해진다. '초원의 첼로'로 불리는 몽골 악기 마두금. 그 소리를 신호 삼아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결 고운 음색들이 쏟아진다. 연주자들은 아시아 각국을 대표하는 민족음악인 열 명이다. 이런 그들이 우리 동요 '고향의 봄'을 연주한다. 심금을 울린다는 게 바로 이런 건가. 애잔한 정조가 무지근, 가슴을 죄어온다.

베트남 4명, 몽골 3명, 미얀마.말레이시아.필리핀 각 1명. 대학 교수이거나 각국 대표 연주단체 소속인 이들이 우리 땅을 밟은 건 7개월 전이다. 문화관광부의 '아시아 문화동반자 사업' 중 '국립극장 아시아 민족음악인 초청 연수'에 참가했다. 동국대 국제교육원 기숙사에 머물며 오전에는 우리말을 배우고, 오후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과 어우러져 연습을 해왔다. 가야금.북.장구 등 우리 악기 다루는 법도 익히고 있다.

이런 이들이 10, 11일 비로소 국립극장 무대에 선다. 공연 제목은 '아시아, 우리들의 향기!'. 1부는 해금연주가 강은일의 무대, 2부는 각국 민족음악인들의 나라별 연주와 합주, 3부는 국악그룹 'The林(그림)'의 연주와 국립관현악단.강은일 등의 협연으로 구성돼 있다. 공연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연주자들의 표정은 느긋하다. 하프와 비슷하게 생긴 악기 '사운'을 연주하는 온 유 라잉 윈 멍(미얀마 양곤국립대 교수)은 "모두 큰 무대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라 부담은 없다"며 "오히려 한국 청중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샹즈(긴 기타처럼 생긴 몽골 악기) 연주자인 초롱채채그(몽골 시청예술단 소속)는 각국 음악에 대해 "한국은 강하고 깊이가 있으며, 베트남은 애잔하고, 몽골엔 대륙적 웅혼함이 깃들어 있다"는 평을 했다. "이런 각각의 특성들이 신묘하게 어우러져, 합주를 할 때마다 색다른 감흥에 젖게 된다"는 것. 카스밧 발후(몽골 국립예술단 소속)는 "필리핀.베트남 등 더운 나라의 악기 소리는 마치 열대 바닷가에 선 듯한 느낌을 준다"는 말도 했다.

타국 생활 8개월에 접어든 요즘, 일부 연주자들은 깊은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다. 느구이엔 티 홍레(베트남 후에대 강사)는 "딸이 몇 살이냐"고 묻자 "일곱 살"이라 답하며 바로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이 연주한 '고향의 봄'이 유난스레 가슴에 와닿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던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연주자들의 나라에서 일자리를 찾아, 혹은 결혼을 위해 이주해 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이주 여성.노동자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www.artstour.or.kr) '신나는 초대' 코너를 통해 신청하면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선착순 200명. 02-762-9190.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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