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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만 빌려줘" 친구 전화받은 당신의 선택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22)

영화 '쇼퍼홀릭'에서 주인공 레베카 블룸우드 역을 맡은 아일라 피셔. [중앙포토]

영화 '쇼퍼홀릭'에서 주인공 레베카 블룸우드 역을 맡은 아일라 피셔. [중앙포토]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쇼퍼홀릭’은 소비중독, 과소비, 신용불량에 빠져있다 회복하는 한 여성을 코믹하게 그렸다.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 레베카가 어릴 때 엄마와 함께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장면이다.

어린 레베카의 눈에 신용카드는 마법의 카드였다. 엄마가 카드를 내밀면 비싼 명품은 엄마 것이 되었다. 신용카드는 마법의 카드로 아이의 머리에 각인된다. 그리고 어른이 돼 돈을 벌게 되면서 마법의 카드에 빠져 백화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과소비 함정에 빠지게 된다.

레베카처럼 부모는 자녀의 돈에 대한 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돈을 쓸 때 행복해지는 사람이 있지만 돈 쓰는 것보다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돈보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저마다 돈에 대한 마음, 재무심리가 다르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다른 돈 경험을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재무심리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 재무심리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는 가족과의 경험, 가족의 영향이다.

돈 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부모

개인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은 가족이다. 특히 부모가 그중에서도 가장 크다. 과거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서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해 보자.

첫째, 어릴 때 돈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둘째, 어머니 또는 아버지는 돈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했나?
셋째, 돈 때문에 생긴 아픔과 잊을 수 없는 경험이 있는가?

'어머니 또는 아버지는 돈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나?'라는 질문은 돈에 대한 생각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중요하다. [중앙포토]

'어머니 또는 아버지는 돈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나?'라는 질문은 돈에 대한 생각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중요하다. [중앙포토]

‘어린 시절, 돈은 나에게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답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돈에 대해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게 해준 것으로 기억하지만 어떤 사람은 나를 부끄럽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릴 때 부모가 어려운 사람을 돕고 가진 것을 나누며 사는 모습을 보고 자란 사람과 가정형편 때문에 늘 돈이 부족했던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생각을 다르다.

‘어머니 또는 아버지는 돈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나?’라는 질문은 돈에 대한 생각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중요하다. 돈을 부정적으로 생각되게 하는 말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어떤 엄마는 “돈이란 나쁜 거야. 돈이 사람을 망쳐. 항상 돈을 조심해야 해”라고 말하지만 다른 엄마는 “돈이 중요해.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돈 함부로 쓰지 마”라고 한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해. 돈을 잃으면 다시 벌면 되지만 사람은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찾기 힘들어”라고 말하는 부모도 있다.

재무심리에서 부모의 이런 표현이 중요한 이유는 그 말이 머리에 기록되는 ‘머니 스크립트’가 되고, 이게 돈 소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돈이 중요해. 돈 함부로 쓰지 마’라는 말을 들어온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제대로 소비를 즐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

사고 싶은 것을 사려고 할 때마다 머리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돈이 중요해. 돈 함부로 쓰지 마”라고 외치는 엄마는 나이든 자녀의 행복한 소비를 방해한다. 이런 소리가 들리면 사려고 했던 행동을 멈추고 쇼핑이 주는 즐거움을 포기한다.

부모의 돈에 대한 표현이 자녀의 돈 소비에 영향을 준다. [사진 Freepik]

부모의 돈에 대한 표현이 자녀의 돈 소비에 영향을 준다. [사진 Freepik]

“사람이 중요해. 돈을 얼마든지 다시 벌 수 있지만 사람은 한번 잃으면 찾기 힘들어”라는 말을 들어온 사람은 후배가 찾아와 “형, 300만원만 빌려주세요”라고 말할 때 어머니가 머리에 넣어준 스크립트를 떠올린다. ‘사람이 중요해’라는 머니 스크립트가 들려오면 내키지 않아도 통장 번호를 묻고 송금을 한다.

친척, 형제들에 대해 “이모는 돈에 환장한 사람이야, 사람이 그러면 안 돼” “작은 집이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다고 외제 차를 사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저러다 쪽박 찬다니까” “세상에 부자치고 행복한 사람이 없어. 부자들 하는 짓 보면 부모 자식도 없고, 친구도 없어. 그런 부자는 안 되는 게 나아”라는 식으로 말하는 부모 밑에서 행복한 부자나 건강한 사업가가 탄생하기 어렵다.

상속문제로 부모가 싸우면 자식은 구두쇠 가능성

돈과 관련된 사건도 재무심리에 영향을 미친 걸 말해준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라든가 상속 문제로 가족이 다투고 싸웠던 부정적인 기억이 그것이다. 돈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인색한 사람은 과거 이런 경험을 겪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어릴 때 부모로부터 용돈을 거의 받지 못한 나는 딱지치기와 구슬치기로 용돈을 벌었다. 돈이 필요하면 딱지를 팔고 구슬을 팔았다. 부모가 용돈을 주는 아이들과 조금 달랐기에 나는 늘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사업을 하던 아버지는 늘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부도를 낸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가구에는 빨간 딱지가 붙어있었던 기억, 빚쟁이들이 찾아와 아버지를 찾던 기억이 있다. 돈은 벌면 된다고 생각하고, 안전한 직장의 대명사인 은행을 그만두고 나와 결국 사업을 하게 됐다. 돈보다 사람에 투자했던 나의 재무심리는 늘 부모의 영향 아래 있었던 것 같다.

부모한테 물려받은 머니 스크립트 수정해야

변화를 원한다면 나에게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돈에 대한 고정관념, 나의 머니 스크립트를 수정해야 한다. [중앙포토]

변화를 원한다면 나에게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돈에 대한 고정관념, 나의 머니 스크립트를 수정해야 한다. [중앙포토]

변화를 원한다면 나에게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돈에 대한 고정관념, 나의 머니 스크립트를 수정해야 한다. ‘돈은 쓰지 않는 것이다’라는 엄마의 말이 계속 들려온다면, ‘돈은 제대로 쓰는 것이다’로 바꿔야 한다. 지금 내가 돈을 아껴 쓰려고 노력하는 것은 건강한 모습이지만 무조건 돈 쓰는 것을 막는 마음은 건강하지 못하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계속 들려온다면 ‘돈이나 사람은 다 중요한데, 상황에 따라 잘 판단해야 한다’로 바꿔야 한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퍼주는 모습은 건강하지 못하다. 정말 도움이 되는 곳에 돈을 흘려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머니 스크립트를 수정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매우 중요하다. 돈과 부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드러내거나 현재 모습에 대한 핑계로 작용하는 잘못된 머니 스크립트를 수정하는 것은 건강한 심리, 건강한 재무행동을 통해 건강한 부자가 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매일 하루에 하나씩 돈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머니 스크립트를 작성해보자. 그리고 그것을 계속 적어나가자. 그러면 머지않아 훨씬 건강해진 자신의 재무심리, 개선된 재무 상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ruth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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