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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에 잠 안온다고 술 마시면 안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맥주회식

맥주회식

 직장인 A(53)씨는 7월들어 밤마다 술을 마신다. 적게는 맥주 한 캔, 과할땐 소주 한 병 이상 마실 때도 있다. 열흘 이상 지속된 열대야에 맨 정신으로는 잠 들기가 어려워서다. 하루종일 일에 시달려서 몸이 너무 피곤한데도 잠이 오지 않자 술을 찾게 됐다. 하지만 막상 술 기운에 잠이 들어도 쉽게 깨기 일쑤였다. A씨는 “얕은 잠을 자다 소변이 마려워 자주 깨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너무 피곤하다”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푹푹 찌는 열대야에 잠 못 이뤄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 열대야는 여름 밤 최저 기온이 25℃ 이상인 현상을 말한다. 주로 일 평균 기온이 25℃ 이상이면서 일 최고 기온이 30℃이상인 한여름에 나타난다. 열대야 시기엔 밤의 기온이 높이 올라가고, 습도마저 높아 선풍기나 부채 같은 것으로 더위를 쫓기 어렵다. 자연히 숙면을 취하기도 어려워진다. 밤에 개운하게 잠을 못자면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만성피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무턱대고 술이나 수면제에 의존했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면장애클리닉 교수의 도움말로 여름철 꿀잠으로 열대야를 극복하는 방법을 풀어봤다.

열대야에 잠 못 드는 이유는  

더위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빛이 줄어들고 체온이 떨어져야 한다. 여름에는 낮이 길고 기온이 높아져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또 날이 덥다보니 늦은 저녁 수박이나 음료, 맥주 등을 섭취해 요의(소변마려움)를 느껴 자주 깨기도 한다. 늦은 밤 공포영화 등을 시청하는 것도 지나친 자극으로 잠을 뺏는 요인이 된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이 계속되면, 집중력의 저하, 졸음 등으로 다음 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각종 사고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17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수성못에서 시민들이 분수쇼를 보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8.07.17.  wjr@newsis.com

【대구=뉴시스】우종록 기자 =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17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수성못에서 시민들이 분수쇼를 보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8.07.17. wjr@newsis.com

수면시 지나친 냉방은 오히려 독(毒)  

온도가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경우에는 잠을 자기가 어렵다. 여름 불면증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당연히 침실의 온도와 습도를 수면에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수면에 적정한 온도는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18~22℃ 정도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계절을 구분하지 않은 평균적인 온도다. 더운 여름 이 정도의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을 틀면 너무 추울 수 있다. 여름철에는 대략 24~26℃를 유지하는 것이 무난하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밤 동안 내내 켜놓을 경우 습도나 너무 떨어져서 호흡기 계통을 건조하게 만든다. 감기에 취약하게 되므로 더 큰 고생을 하기 십상이다.

수면제 사용은 주의해야  

유난히 더위를 못 견뎌 매일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은 종일 피곤하고 힘이 들어, 가장 손쉬운 불면증 해결방법인 수면제 복용을 고민하게 된다. 짧은 기간 동안의 수면제 사용은 분명 효과적이고 손 쉽게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수면제의 장기간 사용은 금단증상 및 의존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비록 앞으로 남용이나 의존의 위험이 전혀 없는 약물들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은 두려움’ 같은 심리적 의존은 절대 없애지 못한다. 따라서 수면제 사용은 단기간으로 하고 올바른 수면습관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제는 분명 의존성이 있는 약물이며, 특히“내가 약을 먹고라도 잠을 자야 한다”라는 심리적 의존이 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수면제 사용은 단기간에 그쳐야 하며, 만약 수면제 사용 시 몽유병 및 낙상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생활습관 10가지  

숙면을 취하도록 도움을 주는 생활태도를 보다 확실히 지키는 것이 부작용 없는 확실한 처방이 된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생활태도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항상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활동한다. 우리 뇌 속의 생체 시계를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잠을 설쳤다고 해서 늦잠을 자거나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어 어제 못 잔 잠을 보충하려고 하다 보면 불면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둘째, 졸릴 때만 잠을 청하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는데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 어떻게든 자보겠다고 하는 것은 불면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잠자리에 들었을 때 잠이 오지 않고 눈만 말똥말똥한 상태가 지속되면 차라리 잠자리에서 나와 컴컴한 마루 같은 곳에 앉아서 잠들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잠이 올 때 잠자리에 들어가도록 한다.

셋째,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다. 땀이 촉촉하게 배일정도로 하는 운동을 하루에 30분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수면 장애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격렬하지도 않고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이 중요하고, 너무 늦은 저녁에 하는 것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수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리·영상이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는 시간이 길어져 자극에 노출되면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김정한]

수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리·영상이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만지는 시간이 길어져 자극에 노출되면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김정한]

넷째, 저녁 시간에 흥분을 피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인데 앞서 이야기한 공포 영화 같은 것은 피하는 것이 좋고, 명상이나 점진적 이완요법 같은 이완 훈련이 도움이 될 것이다. 잠이 안 온다고 해서 늦게까지 TV 등을 시청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시각적인 자극이 뇌로 전달되어 뇌가 각성 상태(잠이 안 오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니 주의한다.

다섯째,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커피는 물론이고 녹차, 홍차, 콜라, 초콜릿 등도 마찬가지이다)는 피하여야 하며, 담배, 흥분제 등도 수면에는 방해가 될 뿐이다. 잠이 쉬 오라고 술을 마시는 경우도 좋지 않은데, 실제로 술은 수면 뇌파를 변화시켜 잠이 들긴 들더라도 깊은 잠을 못 자고 자꾸만 깨게 만든다.

여섯째, 과식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배가 고파 잠을 이루기 어려울 경우는 따뜻한 우유 한잔과 같은 가벼운 군것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박이나 시원한 음료수를 너무 많이 먹어서 밤에 화장실에 다니느라 잠을 깨는 경우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 취침 전에는 긴장을 충분히 풀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한다.
여덟째, 낮잠을 피하고 평소 취침하는 시간 외에는 눕지 않는다.
아홉째, 식사시간을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 좋고 저녁에는 과식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끝으로 침실 환경을 조용하고 쾌적하게 만들어 편안한 수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소음, 빛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얇은 소재의 시원한 잠옷을 입고 얇은 이불로 배를 덮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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