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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사과·배·복숭아·포도 … 30년 후엔 북한에나 가야 보일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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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호 11면

온난화로 국내 농작물 재배 지도가 바뀌고 있다.

평균 기온 올라 한계선 계속 북상 #21세기 말엔 산간 일부서만 재배 #고온에 강한 감귤·단감·체리 늘 듯

경북 청도가 주산지였던 복숭아는 충북 충주·음성과 강원도 춘천·원주 등으로 북상하고, 제주에서만 나던 감귤은 전남 고흥과 경남 통영은 물론 경기 이천과 충남 천안 등에서도 재배된다. 재배 농작물의 북방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에 따르면, 1970년과 2015년 주요 소비 작물(사과·복숭아·포도·단감·감귤·인삼)의 지역별 재배면적을 비교한 결과 주산지가 모두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갔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가 심화된 결과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한반도의 전국 연 평균 기온은 1.22도가 올라갔다.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치의 1.5배다.

이에 따라 21세기 후반에는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주요 농작물 재배 가능지는 지금보다 더 북상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사과·복숭아·포도·인삼 등은 재배 가능지가 줄어들고, 감귤과 단감 등은 재배한계선이 상승해 재배 가능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과보다 따뜻한 기온에 강한 복숭아의 경우 1990년 이후 경기도와 충남 대신 강원도와 충북, 경북 등에서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복숭아 역시 2050년까지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나다가 이후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2090년대 들어서는 강원 영동과 전북 일부 산간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포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존 경남(김해·밀양·양산·창원 등)에서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강원도(영월·삼척·양구 등)에서는 재배면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과 포천, 전남 남원 등 생육기 기온이 비교적 낮은 지역에서도 포도 재배가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포도 역시 2050년을 기점으로 재배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품질의 포도 재배적지는 2020년대부터 급격히 감소한다.

반면 따뜻한 기후에서 나는 작물은 생산지역이 점점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00년대 들어 제주는 물론 경기도 이천과 충남 천안 등 일부 지역에서도 재배가 이뤄지는 감귤이 대표적이다.

감귤은 강원도 해안 등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1980년대 따뜻한 남해안(순천·창원·광양·김해·밀양 등)에서 재배됐던 단감 역시 1990년대 경주나 포항 같은 경상도 동해안과 나주·장성 등 전라도 서해안으로 재배지가 확대된데 이어 2000년대에는 경북의 동해안을 따라 영덕 및 내륙 지역까지 재배지가 북상한 상태다.

인삼은 전통적으로 금산과 음성 등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집중됐지만, 1995년 이후부터는 강원지역(홍천·횡성·원주·춘천 등)에서도 인삼재배 농가가 늘고 있다.

이처럼 온난화에 따른 작물 주산지가 바뀌면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과일도 점차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 강문석 농업연구관은 “기후 변화란 물리적 요인은 물론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적 요인이 더해져 사과와 배의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대신 감귤이나 체리 등의 재배면적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일부 과일은 북한에서나 재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이 1973년과 2017년의 연평균기온 증감을 권역별로 살펴본 결과 국내에선 제주 지역 상승 폭(1.14도)이 가장 높았다. 수도권(0.91도), 강원권(0.90도)이 뒤를 이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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