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성희롱' 전 부장검사 벌금 500만원…法 "피해자가 처벌 원치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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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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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아이스크림에 빗댄 성적 농담을 하고, 회식 자리서 손등에 입을 맞추는 등 여검사들에게 성희롱·성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부장검사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는 27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53·사법연수원 25기) 전 부장검사에게 벌금 500만원과 함께 24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최 판사는 "사회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이웃과 공동체를 지켜야 할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서 업무상 지시를 받는 관계에 있었던 검사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 중에는 조직 내 위계질서로 인해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실망감을 느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15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직원 회식 자리에서 "아이스크림 맛있겠다"는 후배 여검사에게 "네가 더 맛있어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문제가 됐지만 김 전 부장검사가 사표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후 고향인 광주에서 개인 법률사무소를 연 변호사가 됐다.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조사단 조희진 조사단장. [연합뉴스]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조사단 조희진 조사단장. [연합뉴스]

올해 1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꾸려지며 사건은 재조명됐다. 검찰이 김 전 부장검사에게 감찰이나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채 명예퇴직할 수 있도록 해줬던 것은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냔 비판도 나왔다. 조사단의 조사 결과, 성희롱 외에도 여검사 손등에 입 맞추는 등 총 4건의 범죄사실로 4월에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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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재판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검찰이 "피해자들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해 공개하지 않기를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날 선고만 공개됐다.

최 판사는 "회식 자리서 일어난 범행에 관해 2015년에 이미 그 잘못을 인식하고 사과했으며, 같은 해 검사직을 그만뒀고 현재까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 중 일부가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해 "평소 술을 많이 마시면 통제하지 못하는 성향이 있어 우발적인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으면 함께 근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해 준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거나 특정 기관에 취업이 제한될 수도 있지만, 김 전 부장검사는 이런 대상자가 되지는 않았다. 최 판사는 "재범의 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유를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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