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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배달차’ 1만대 도입하는 우체국 … 전기차 대량확산 선도차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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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목호 집배원이 우체국용 초소형 전기차를 타고 우편 배달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 당진우체국 제공]

김목호 집배원이 우체국용 초소형 전기차를 타고 우편 배달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 당진우체국 제공]

 경력 7년차 우체국 집배원인 김목호(36)씨는 최근 배달의 ‘신세계’를 맛보고 있다. 오토바이가 아닌 전기차를 타고 충남 당진 일대에 우편물과 소포ㆍ택배 물건을 배달한다. 하루 평균 200곳을 도는데 재산세 납부 시기 등 ‘우편물 폭주 기간’에는 하루 300곳을 돈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할 땐 눈ㆍ비가 쥐약이었다. 방수 옷을 입다 보니 옷 안에서 땀이 마르지 않아 온종일 땀에 절어 있어야 했다. 눈이 오면 하루에 스무번은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눈밭을 굴렀다. 하지만 전기차를 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름엔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디든 갈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예전에는 우편물과 소포를 한꺼번에 많이 싣고 다닐 수가 없어 하루 서너번 중간 거점에 들러 다시 물건을 채워야 했는데 이제는 한두 번만 들르면 된다”고 말했다. 배터리도 우체국 외벽에 있는 일반 220V 콘센트에서 충전하면 돼 편리하다.

우정사업본부, 차량 규격안 발표 #올해 안에 1000대 우선 보급키로 #국내외 7개 업체 중 3곳 준비 마쳐 #M-시티는 화물칸 따로 있어 장점 #다니고는 좁은 골목길 배달 유리 #중국차 D2는 1회 충전 150㎞ 주행

이렇게 배달의 신세계를 열어줄 우체국 전용 전기차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5일 “올 한 해 초소형 전기차 1000대를 도입하고, 2020년 1만대까지 초소형 전기차를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1만5000대에 달하는 우편배달용 이륜차의 66%를 ‘꼬마 전기차’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초소형 전기차가 이렇게 대규모로 일시에 도입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초소형 전기차 시장 확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업체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KEMA)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체 친환경차 보급 수량은 1만6334대로 이 중 계약건수는 5558대에 그쳤고, 특히 초소형 전기차의 구매 대수는 408대에 불과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체국 전용 전기차 도입을 위해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사업용 초소형 전기차의 규격안을 이날 발표했다. 우체국용 전기차는 한번 충전으로 차가 막히는 대도시에서 40㎞ 이상, 중소 도시에서 60㎞ 이상, 농어촌 지역에선 80㎞ 이상을 달릴 수 있어야 한다. 또 소포나 택배 물품을 실어야 하는 특성상 운전석을 제외한 빈 공간이  0.4㎥ 이상이면서 실을 수 있는 무게가 100㎏을 넘어야 한다. 이 밖에도 상온 20∼30℃, 저온 -10℃ 이하에서 1분 이상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200회 이상 측정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쎄미시스코 D2

쎄미시스코 D2

현재 7개 업체가 우체국용 초소형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르노삼성ㆍ쎄미시스코ㆍ마스타자동차ㆍ대창모터스ㆍ디에스피원ㆍ캠시스ㆍ알피앤브이 등이다. 이 중 올해 바로 우체국에서 요구하는 스펙에 맞춰 출시가 가능한 곳으로는 쎄미시스코ㆍ마스타자동차ㆍ대창모터스 등 3곳이 꼽힌다. 이 중 세미시스코의 ‘D2’와 마스타자동차의 ‘M-시티’는 우체국에서 이미 시범 운영 중이다.

마스타자동차

마스타자동차

 쎄미시스코가 판매하는 D2는 중국 전기차 ‘쯔더우’(知豆)를 수입한 제품으로 외관상 일반 승용차와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긴 주행 거리가 특장점으로 꼽힌다. 한번의 충전으로 최대 150㎞가량을 주행할 수 있다.

마스타 자동차는 미니 트럭 모양이다. 뒷공간에 카고 박스(화물칸)가 따로 있어 택배 등 부피가 큰 물건을 싣기 용이하다. 마스타자동차 주영진 상무는 “전국에 1200개 자동차 정비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충전이나 애프터서비스(AS) 등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M-시티는 현재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고 있지만, 올해 말까지 한국에 생산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대창모터스는 생산 공장이 이미 한국에 있다. 다른 두 회사의 모델에 비해 차량 폭이 좁아 좁은 골목길을 다니기가 유리하다. 적재량이 부족할 수 있는 단점은 ‘루프 캐리어’로 해결했다. 루프 캐리어 옵션을 선택하면 자동차 차량 위에 짐을 실을 수 있는 캐리어를 별도로 달아준다.

대창모터스

대창모터스

조희영 쎄미시스코 상무는 “초소형 전기차는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정부 단위의 큰 수요가 없다면 초기 시장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우체국용 초소형 전기차 확대 정책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체국이 초소형 전기차를 도입하면 시장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위의 김 씨 사례와 같은 집배원 안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우편업무와 관련해 315건의 이륜차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남은 과제도 있다. 초소형 전기차는 아직 올림픽도로와 같은 자동차 전용 도로나 고속도로에는 진입할 수 없는 등의 각종 규제가 시장 확대의 한계로 꼽힌다. 인증을 받기 복잡해 중소·중견기업들이 쉽사리 제품을 스펙에 맞춰 생산하기 어려운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우체국이 시범 운영중인 초소형 전기차는 특례법이나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아 임시 방편으로 운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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