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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서 책보다 감사반에 잠시 눈길|전경환씨 수감된 서울구치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5공 비리의 전경환씨는 서울구치소 2·5평 남짓한 독방에서 다른 재소자들과는 달리 그런 대로 여유 있는 수감생활을 하고있었다.
국회법사위는 21일 오후 2시부터 서울구치소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이던 중 20분간 각 사방을 돌아보면서 『전씨가 특실에서 특별대우를 받고있다』는 의혹을 벗기기 위해 전씨 사방을 특별히 둘러봤다.
여당의원은 불참한 가운데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야당 의원들이 전씨 사방을 둘러보는 동안 전씨는 의원들에게 고개한번 돌리지 않고 두터운 소설책만 읽고 있었다.
전씨가 수감된 방은 10동 상15실.
10동 철창을 열고 들어가니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 9개씩 사방이 배치돼 있었으며 입구 좌측 방2개는 재소자 집필 실로, 우측입구 첫 방은 각각 비품창고로 쓰고 있었고 나머지는 방15개 모두 재소자 사방들이였다.
각방 모두 2·5평 남짓 크기로 한방 수용인원은 평균 7명 꼴.
2중창으로 된 사방은 방 오른쪽 구석에 0·5평 크기의 수세식화장실이 위치 해있었다.
화장실 건너편 구석은 재소자들의 사물대가 있었는데 사물 대에는 군내무반을 방불하게 내의·책 등 사물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재소자들은 대부분 복도 폭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열을 맞춰 앉아 있었으며 사물함 한편 구석에는 오렌지주스 상자를 세워만든 책꽂이에 차입된 책들이 꽂혀있었다.
전씨는 10동 오른쪽 맨 구석방인 15호실(2·34평)에 혼자 수감돼 회색 한복 바지에 흰색메리야스차림으로 검은 테 안경을 쓰고 두꺼운 소설책을 읽고있는 모습이었다.
야당의원 등 10여명이 사방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자 돋보기안경을 벗고 힐끔 곁눈질을 한 전씨는 이내 시선을 그대로 책에 박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전씨의 사물함에는 다른 방과 비슷하게 20여벌의 내의·10여 켤레의 양말이 진열되어있었고 사과 20여 개가 비닐봉지에 싸인 채 놓여있었다.
방한구석엔 수건 3장이 걸려있었으며 모기 약·파리채도 준비돼 있었다. 전씨는 담요2장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앉아 감사반이 사방을 떠날 때까지 손을 만지작거리는 것 외에는 일체 표정·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구치소 관계자는 『전씨에게는 거의 매일같이 부인 손춘지씨가 면회를 오며 끼니마다 구치소에서 주는 간식을 남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의 수감모습을 공개한 이날은 마침 서울구치소가 세워진지 80년만에 일반에 첫 공개되는 날이기도 해 세월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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