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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뺨 맞은 계약직…경찰에서 "내 잘못이다" 말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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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청 직원이 친구인 계약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이 최근 공개됐다 [사진 JTBC 제공 영상 캡처]

정선군청 직원이 친구인 계약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이 최근 공개됐다 [사진 JTBC 제공 영상 캡처]

강원 정선군청의 한 공무원이 같은 부서 50대 계약직원을 폭행한 일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고 25일 밝혔다. 피해자가 다치지 않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았다는 게 경찰의 판단 근거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정선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엔 공무원(청원경찰) A씨가 다른 직원 B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는 모습이 나온다. ‘철썩’ 소리가 영상에 담겼을 정도다.

영상에 나온 A씨는 B씨를 때린 뒤 “무릎 꿇어! 꿇으라고!”라고 말한다. B씨가 “잠깐 잠깐만”하며 진정을 시키려 하자 A씨는 다시 B씨를 손으로 때리는 모습이 나온다. B씨가 두 손을 몸 뒤로 옮기며 열중쉬어 자세를 취했지만, 그래도 A씨는 한 번 더 B 씨의 얼굴을 때렸다.

그런데도 경찰이 A씨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한 이유는 뭘까. 경찰 관계자는 “영상만 보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나쁜 짓을 한 것 같지만 조사해보니 사정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술에 취한 B씨는 A씨가 있는 다른 술자리를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B씨는 합석을 제안했고 A씨는 “오늘은 함께할 상황이 아니니 다음에 다시 자리를 만들겠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기분이 불쾌해진 B씨는 A씨와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던 지인들 앞에서 A씨 개인사에 대한 험담을 늘어놨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A씨가 B씨를 술집 밖으로 끌고 나가 때린 모습이 목격자의 카메라에 찍혀 경찰에 제보된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 B씨는 오히려 “A에게 내가 먼저 잘못했다”며 “친구끼리 싸운 일이고, A가 처벌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A씨도 “B가 너무 무례하게 나와서 내가 화가 났었다. 참지 못하고 손찌검을 해 정말 미안하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둘은 예전부터 알던 친구고, 갑을관계로 엮인 사이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며 “사람을 때린 일 자체는 나쁘지만, 사건의 전후 사정과 피해자의 의사를 파악했을 때 경찰로서는 기소 의견을 낼만 한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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