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베트남 간병인 1만명 받는다, '노동 개국' 총력전 갈라파고스 일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이 2020년 여름까지 베트남에서 간병 노동자 1만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지금으로부터 1년내에 우선적으로 3000명을 받아들인다.

간병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이 베트남에서 간병인력 1만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중앙포토]

간병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이 베트남에서 간병인력 1만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중앙포토]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부내 건강ㆍ의료전략추진본부가 지난 6일 베트남 정부와 합의한 내용이다.

2020년까지 1만명, 일본어 학습비도 지원 #입국관리청 발족,외국인노동자 업무 총괄 #제조업 분야 단순 노동자도 받아들이기로 #"일손부족으로 아베노믹스 휘청"판단 영향

일본어 테스트에서 '어느 정도의 일상회화가 가능한' N4급을 취득할 경우 최장 5년의 체류를 인정하고,
이후 기능실습을 수료하면 추가로 최장 5년의 취업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일본 정부는 베트남 간병 노동자들이 일본어를 공부하도록 학습 비용을 지원하고, 고령자 간병 실무를 배우는 기회도 제공한다.

또 향후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라오스 등과도 간병 인력을 받아들이는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5년 시점에서 일본내 간병 일손은 약 4만명이 부족했다.

닛케이는 "베트남에서 1만명의 간병 인력이 파견되더라도 여전히 3만명 이상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며 "2035년엔 부족 인원이 약 79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을 소개했다.

간병인 부족 때문에 2015~2017년 일본 전국에서 실시된 노인특별요양소(노인 홈) 정비사업도 계획의 70%달성에 그쳤다.

일본은 단순 노동자에게 가혹한 조건을 요구하는 인색한 문호개방정책 때문에 그동안 ‘갈라파고스’라는 불명예에 시달렸다.

최근 외국인들의 유입이 늘고는 있다지만 2017년을 기준으로 일본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의 수는 모두 232만명, 전체 인구의 1.8%수준에 불과하다.

외국인 문호 개방 정책에 매달리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외국인 문호 개방 정책에 매달리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닛케이에 따르면 이는 선진국 평균 14.1%와는 거리가 멀다.

싱가포르는 46.0%,미국도 15.3%이며, 한국 역시 2004년 이후 단순 노동자를 많이 받아들이며 외국인 비율이 2.3%로 일본을 앞섰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이 심각해지며 일본도 별 수 없이 ‘노동 인재’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양상이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는 쓸 수 있는 정책은 총동원하겠다는 각오”라고 전했고, 일본 내에선 ‘인재 개국(開國)’이라는 말까지 널리 퍼지고 있다.

 24일 아베 총리 주재로 열린 ‘외국인 노동자 수용ㆍ공생에 관한 각료회의’에선 법무성내 입국관리국을 외청인 입국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방침이 확정됐다.
외국인노동자 관련 업무를 입국관리청이 총괄할 수 있도록 정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4월부터 건설ㆍ농업ㆍ간병ㆍ조선ㆍ숙박 등 일손부족 현상이 심각한 5개 분야에서 ‘일정한 기술과 일본어 능력을 보유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최장 5년의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방침을 지난 6월 이미 발표했다.

일본은 2035년 79만명에 달하는 간병인 부족 현상에 시달릴 전망이다. [중앙포토]

일본은 2035년 79만명에 달하는 간병인 부족 현상에 시달릴 전망이다. [중앙포토]

그런데 24일 회의에선 이들 5개 분야에 더해 금속 프레스와 주조 등의 일부 제조업 관련 분야와 외식산업으로까지 문호개방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사실상 결정됐다. "유학생이나 기존의 기능실습생만으로는 현장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수용한 결과다.

2025년까지 이런식으로 5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목표다.

아베 총리의 자세도 확 달라졌다.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치안 악화 등을 우려하는 보수층들의 저항을 고려해 그는 당초 문호 개방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일손부족의 폐해가 자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농촌과 지방에서 특히 심각해지면서 자신의 간판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기반까지 휘청댈 위기에 처하자 생각을 바꿨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전날 열린 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중소기업과 소규모 사업자들을 비롯해 현장의 일손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외국인 인재를 폭넓게 받아들일 시스템을 모색하는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원활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