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위헌소송 중인 신문법 시행 미루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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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 신문법(제16조)에 의해 설치된 신문발전위원회(신발위)가 각 신문사에 이달 말까지 세세한 경영정보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신문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법은 위헌 시비로 현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다.

물론 신문사도 기업인 만큼 경영자료를 과세당국에 제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투명 경영과 탈세 방지를 위해서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각 신문사가 세무당국에 경영자료를 성실히 제출해 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신발위가 요구한 경영자료 내역을 보면 이 단체가 신문을 발전시키기 위해 있는 건지, 신문을 고사시키기 위해 있는 건지 헷갈린다. 가판판매 현황을 매일 보고하고, 지국별 발송.유료부수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지나치다. 신문사도 기업인 만큼 영업 비밀이 있다. 이걸 통째로 밝히라는 것은 영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가령 삼성전자에 전국 각 대리점의 일일 판매량을 매일 보고토록 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나아가 투자자까지 깡그리 밝히라는 것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비판 신문에 투자하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이는 헌법상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신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수단을 묶어 놓자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우리는 신발위의 이런 무리한 요구에 다른 저의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경영상 비밀이나 약점을 이용해 비판 신문을 옥죄겠다는 의도라는 게 우리 판단이다. 이러니 한국의 언론자유가 뒷걸음친다는 얘기가 외국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미국의 프리덤하우스가 최근 발표한 '2006년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이 지난해보다 3단계 떨어져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같은 69위에 머무른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세계 10위의 경제강국이란 사실이 부끄럽지도 않나. 이런 수치를 씻는 유일한 길은 헌법재판소가 신문 악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 후 이 법은 독소조항을 개정한 후 시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