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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왜곡"이라는 탈원전···여당 "할말 없다" 엄호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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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던 모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던 모습. [뉴스1]

재난 수준의 폭염이 연일 맹위를 떨치면서 올 여름 안정적으로 전기 수급이 가능한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상당수 국민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을 전기 수급 문제와 연결지으면서 탈원전 논란도 재점화됐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대하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자세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원전 가동 상황을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전기 수요가 폭증하자 탈원전을 강조하던 정부가 원전에 손을 내밀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며 전력 수요량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지난 24일 한국전력공사 남서울지역본부 전력사업처 사무실에 설치된 전력수급현황 모니터의 모습. [뉴스1]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며 전력 수요량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지난 24일 한국전력공사 남서울지역본부 전력사업처 사무실에 설치된 전력수급현황 모니터의 모습. [뉴스1]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백운규 장관이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론의 지적은) 틀렸다”거나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건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 수급계획과 전망, 대책에 대해 소상히 국민께 밝혀드리기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논란이 확산된 상황에서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는 공개 회의 때 탈원전이나 전기 수급 문제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평소 청와대나 정부가 강조하는 이슈에 동조하며 더 강한 목소리를 내오던 양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전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홍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 부분에 관한 발언이 없었다. 다만 초선 의원인 어기구 원내부대표가 “일부에서는 전력 수급이 어려워서 정부가 원전을 급히 가동하고 있다는 가짜뉴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5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5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 대변인과 원내대변인도 일절 관련 논평을 내고 있지 않다. 이들 의원실 관계자는 논평을 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번 사안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적극 목소리를 내는 의원도 별로 없다.

이런 자세는 2016년 ‘전기료 폭탄’ 논란을 민주당이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올해보다 덥지 않은 여름이었지만 2016년 7월과 8월에는 전기료 누진제 때문에 평소 요금의 4배가 적힌 고지서를 받은 가정이 속출했다. 한국전력을 상대로 누진 요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에 참여한 사람이 6000명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당시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등돌린 민심을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2016년 ‘전기료 폭탄’ 경험 때문이란 해석

최근 여론도 심상치않다. 연일 전력예비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대정전)’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 마다 정부 정책에 강도높게 불만을 터트리는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이러니 민심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민주당 입장에선 쉽사리 청와대 엄호 사격에 나서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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