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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출마 포기한 일본의 햄릿…아베 총리는 '땅 짚고 헤엄치기'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자민당 총재 3선 도전에 ‘땅 짚고 헤엄치기’수준으로 탄력이 붙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중앙포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중앙포토]

그동안 출마나 불출마냐를 고민해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자민당 정조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정도가 아니라 아베 총리 지지까지 선언했다.

기시다 전 외상 "경선 불출마,아베 지지" #리버럴이지만 보수 아베 내각서 외상 5년 #햄릿이냐,도쿠가와 이에야스냐 논란 속 #결국 아베와 대립각 안세우는 길 선택 #유력 파벌 지지 독식 아베 3연임 유력

이제 9월 총재 경선에서 아베 총리에 맞설 대항마로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전 간사장, 여성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총무상 정도가 거론되지만, 모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중앙포토]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중앙포토]

노다 세이코 총무상[중앙포토]

노다 세이코 총무상[중앙포토]

기시다 정조회장은 24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경선에 출마하지 않고,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정치 과제를 해결하는데 몰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민당내에서 중도ㆍ리버럴을 대표하는 기시다파(구 고치카이)의 수장이다.
원폭 피해지 히로시마 출신으로 자민당내 대표적인 보수파인 아베 총리와는 성향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그는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출범 뒤 무려 4년 7개월 동안 외상을 지냈고, 지금은 자민당 정책을 총지휘하는 정조회장으로 아베 총재를 보좌하고 있다. 우리에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서명한 외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금까지 총재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아껴왔다.
그가 이끄는 파벌 내부도 “경선에 출마해 아베 총리와 한 판 붙어야 한다”는 주전파와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잘못 나섰다가 2등도 못하면 망신이다.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주화파로 쪼개졌다.

마음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기시다를 향해서 “일본 정치의 햄릿”,“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시대를 2인자로 버티며 때를 기다렸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라는 평이 엇갈렸다.

결국 그는 아베 총리와의 정면 대결보다 우회로를 택했다.

총재 3선 가도에 더욱 탄력이 붙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총재 3선 가도에 더욱 탄력이 붙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당내에선 오래전부터 “아베 총리가 총재 3선에 성공하더라도 만약 그 이후에 총재직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기시다에게 총재직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이른바 ‘선양(禅譲)설'까지 돌고 있다.
선양은 제왕이 왕위를 세습하지 않고 덕망있는 사람에게 물려준다는 의미다.

기시다는 지난 6월 중순 아베 총리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한 뒤 주변에 "괜히 출마했다가 패배하면 파벌 의원들이 찬밥을 먹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한다.

기시다파는 소속 의원이 48명으로 자민당내에서 네번째로 큰 파벌이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속해있는 호소다파(1위ㆍ94명)외에 아소파(2위ㆍ59명),니카이파(5위ㆍ44명)의 지지를 이미 확보했다.
여기에 천군만마격으로 기시다파의 지지까지 업게됐으니 사실상 노마크 상황에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

경선 판을 뒤흔드는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3연임은 기정사실이라는 게 일본 정계의 분위기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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