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특검 “드루킹, 국민연금에 영향 끼치려 노회찬에 접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은 시민들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은 시민들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은 고(故) 노회찬(62) 정의당 원내대표에 대해 ‘사건 종결’ 처리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노 원내대표가 투신한 지 하루만이다.

“노회찬 복지부 장관 유력 판단” #복수의 경공모 회원 진술 확보 #특검, 노회찬 의혹 사건 종결 처리 #“트윗 언급된 심상정·김종대 조사”

특검팀 관계자는 “경찰에서 변사 기록이 오는대로 노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예정이다. 노 원내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았던 상황이라 ‘공소권 없음’이 아닌 ‘사건 종결’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관계자들의 진술과 정황증거 등을 토대로 노 원내대표가 2016년 총선을 전후로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와 그의 측근인 도모(61) 변호사로부터 5000만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드루킹과 도 변호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예정대로 수사가 진행된다. 특검팀은 노 원내대표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하지만 돈을 전달한 이는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검팀은 또 노 원내대표와 드루킹 일당 사이에 오간 정치자금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노 원내대표는 정의당에 보낸 유서에서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로부터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이 노 원내대표 측에 전달한 돈의 규모가 4000만원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이 마련해 노 원내대표 측에 전달한 금액 중 일부가 중간에 외부로 나간 ‘배달사고’를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드루킹이 노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정확한 액수가 얼마이며 실제 전달된 금액과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모금한 액수의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 중이다.

이와 더불어 특검팀은 경공모가 국민연금에 영향을 끼치려 총선 전 노 원내대표에게 접근했다는 복수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대선 전 노 원내대표가 차기 정부에서 국민연금을 다루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판단해 먼저 접근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노 원내대표에 대한 정치자금이 당장의 대가를 요구한 돈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적 성격이 강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경공모는 경제민주화라는 핵심 목표를 추구했던 집단”이라며 “여러 대기업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을 경제민주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노 원내대표에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노 원내대표의 사망 이후 하루 만에 전열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24일을 기점으로 특검팀에 남은 수사기한은 33일이다. 1차 수사기한 60일 중 절반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 수사의 본류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소환하지 못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노 원내대표 장례식 기간만큼은 수사를 멈추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빨리 사건의 핵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활동에 정치권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융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수사의 중요한 사안으로 (김 지사와 관련된) 상황을 규명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사팀은 드루킹이 트위터 메시지 등을 통해 거론한 정의당 인사들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드루킹은 지난해 5월 대선 직후 트위터에 “내가 미리 경고한다. 지난 총선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는 글을 남겼다. 박 특검보는 “트위터 내용에 대해서는 드루킹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해 나가려 한다. 다만 트위터에 기재된 분들이 수사에 협조할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상당히 (수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태인·정진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