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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도 넷, 피아노도 넷 … 젊은 피아니스트의 ‘따로 똑같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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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6일 KBS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원재연, 신창용, 박진형, 김준희.(왼쪽부터)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6일 KBS교향악단과 협연하는 원재연, 신창용, 박진형, 김준희.(왼쪽부터)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의 교향악단 연습실. 피아니스트 네 명이 각각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이들이 연습 중인 곡은 바흐의 네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원재연(30), 김준희(27), 신창용(24), 박진형(22)은 바흐를 비롯해 드뷔시·풀랑·모차르트의 작품을 26일 KBS교향악단과 협연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각각 부조니, 호로비츠, 지나 박하우어,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했고, 현재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음악계의 현재를 보여주는, 비슷한 또래의 피아니스트들이다.

KBS교향악단과 26일 협연 #바흐·드뷔시·모차르트 등 함께해 #“개성 모두 달라 서로 놀랄 정도”

하지만 연주 스타일은 서로 다르다. 원재연은 “바흐의 협주곡 1악장에서 똑같은 멜로디를 가지고도 네 명이 다 다르게 친다. 우리도 깜짝 놀랄 정도”라고 했다. 네 피아니스트가 같은 멜로디를 한 번씩 반복해 연주하는 부분에서 이들의 개성은 또렷이 드러난다. 서로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그들이 답했다.

“재연이 형은 고풍스러운 스타일이에요. 어려서부터 학교를 같이 다녀서 잘 아는데 예전에는 굉장히 외향적인 연주를 했어요. 그런데 최근 연주에서는 좀 더 내면적인 친밀함을 강조하고 있고 그래서 고급스러운 음악이 나와요.”(김준희) 네 피아니스트는 서로의 연주를 음악회장이나 유튜브에서 듣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다. “지난 4월 창용 형이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을 연주했는데 곡의 큰 그림을 보여주려는 연주가 인상적이었어요.”(박진형) 세 피아니스트는 신창용에 대해 “음악을 과장해서 만들어내기보다는 진심으로 대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가장 어린 박진형은 “잘 듣는 피아니스트”라는 평을 받았다. 26일 무대에서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을 함께 연주하는 원재연은 “순발력 있게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연주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비하면 김준희는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하는 연주를 보여준다. 원재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봐왔던 준희는 작품에 상상력을 더해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두려움 없이 음악을 표현할 줄 안다”고 했다.

이들은 “피아니스트가 너무 많아서 포화 상태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들여다보면 모두의 개성이 다 다르다”며 “그런 점을 보여주기 위해 한 무대에 선다”고 말했다. 원재연은 “피아니스트의 성격, 유럽이나 미국 등 공부한 지역의 분위기에 따라 연주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콩쿠르 입상 기록에만 주목하는 분위기에 이들은 반대한다. 김준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출신이라고 차이콥스키를 제일 잘 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콩쿠르 우승자라고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것도 아니다”라며 “연주의 성격과 특성을 구별해주는 청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피아니스트의 개성’이라는 주제에 맞게 이번 공연의 연주곡목을 배열했다. 자연스러운 음악의 진행이 중요한 드뷔시에서는 박진형이, 화려하고 재치있는 풀랑의 협주곡에서는 김준희가 첫 번째 피아노를 맡고, 노련한 표현이 필요한 모차르트에서는 원재연이, 정확한 박자와 앙상블 리드가 중요한 바흐에서는 신창용이 첫 번째 피아노를 연주한다. 김준희는 “이번 연주를 계기로 피아니스트들이 더 많이 모여 각자 무엇이 다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계속 만들어보고 싶다. 피아니스트들이 뭉치면 새로운 콘텐트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네 명의 피아니스트와 KBS교향악단의 무대는 26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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