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상공위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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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정감사가 시작된 이래 유독 상공위가 하루도 바람잘 날이 없어 「눈총」을 받고 있다.
감사가 시작되면서 수감기관으로부터 일부 야당의원이 5백만 원과 대리점 하나를 할당받았다는 「설」이 나오는가 하면 며칠 뒤에는 의원이 아니라 금품요구를 거절당한 의원보좌관이 금품수수설을 조작·유포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물론 이 같은 「설」에 대해 의원들이나 수감기관이나 보좌관 모두가 펄쩍 뛰었고 아무런 증거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19일 전두환 전대통령의 처남인 (주)동일의 전 사장 이창석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실시된 포철의 현지 감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된 감사로 보기는 어려운 「기형감사」였다.
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일부 야당의원들은 동료의원(민정)이기도한 박태준 회장의 출석을 요구.
결국 두 차례의 정회 끝에 오전 나절을 보낸 채 박 회장의 출석약속을 받고서야 속개된 감사는 막상 이창석씨의 증인선서를 받으려 했으나 이씨가 아무 말도 없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 바람에 증인선서를 엉거주춤 연기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곧이어 허경만 위원장(평민)은 「포철의 충분한 자료준비」를 이유로 의원들로 하여금 질의과정에서 요구할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의원들은 차례로 요구자료를 읽었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요구자료가 아니라 질문요지를 미리 밝혀 이날 감사의 핵심들이 낱낱이 노출됐다.
포철 측의 2시간에 걸친 장황한 현황보고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치 않던 의원들이 오후 6시쯤 박 회장이 서울에서 내려오자 『수감기관장이 어디 갔다 왔느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흥분했고 『경과위 감사 때문에 늦어 죄송하다』는 박 회장의 거듭된 사과를 『부족하니 다시 하라』는 과잉행동까지 보였다. 그런가 하면 이창석씨에 대한 증인심문에서는 한 의원이 『의원들의 질문이 증인의 변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는 소동까지 빚었다.
의혹을 파헤쳐야 할 국정감사가 상공위의 감사현장에서는 뭔가 석연치 않은 새로운 의혹을 낳고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포항에서>

<이연홍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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