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모서 4000만원 받아…참 어리석고 부끄러운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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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가 23일 서울 세브란스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오종택 기자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가 23일 서울 세브란스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오종택 기자

노회찬 원내대표의 유서 전문이 공개됐다. 공개된 유서는 노 원내대표가 남긴 3장의 유서 가운데 정의당에 남긴 1장이다.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 2장은 유족들의 반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정의당은 23일 오후 3시45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노 원내대표를 장례를 정의당장으로 닷새간 치르기로 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유서 전문을 공개했다. 장례위원장은 이정미 대표가 맡는다.

노 원내대표는 유서에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썼다. 이어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정상적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며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고 썼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고 밝힌 노 원내대표는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도 했다. 유서는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린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정의당 측은 ““본질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특검이 노회찬 표적수사를 했다”며 “여론몰이식 수사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정의당이 공개한 노회찬 원내대표 유서 전문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다.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2018.7.23.
노회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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