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K가 드디어 아령을 시작하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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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영태(1936~ ) 'K가 드디어 아령을 시작하였다'(전문)

미루고 별러오던
아령을 시작하였다
아이들이 미심쩍어 뒤따라와 있었다
재미가 없는 듯 나뭇잎이 떨어졌다
재미없는 어른이 양팔을 꺾고 있었다

하수구 앞에서 지켜보면서
가망이 없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그 뒤에 하늘은
처리되지 않은 채
재미없는 어른으로 아이들보다
엄마가 못박았으므로
살벌하였다



김 시인은 내가 무려 45년 이상 사귀어온 가까운 친구다. 젊었을 때부터 예술 전반에 걸친 그의 열정과 시쓰기에서 그가 발휘하는 기발한 순발력에 나는 완전히 주눅들어 살아왔다. 이 시는 1972년 초에 나와 함께 낸 합동 시집에 들어 있다. 오래된 시다. 그러나 그의 예술 탐닉은 아직도 강성하고 건재하다.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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