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盧진영도 "보내자 -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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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親盧)진영이 '이라크 추가 파병'문제를 놓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민주당 신당파가 파병 여부를 놓고 내부 논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밖 신당파인 유시민.김원웅 의원의 개혁국민정당은 '파병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으나 한나라당 5인 탈당파의 통합연대는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친노 진영의 파병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질 경우 당장 정부가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먼저 총대를 메지 않겠다"며 종전 파병 찬성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또 신당파가 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정면 충돌하게 되면 신당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의식한 듯 20일 교섭단체를 구성할 신당창당주비위의 공식 입장은 신중했다. 정동채(鄭東采)의원은 16일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한 주비위의 입장은 내부에서 진지한 토론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당의 원내 대표가 유력시되는 김근태 의원 등 다수 의원은 파병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배기선.이미경.허운나 의원 등과 지난 12일 "파병은 신당의 취지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적극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던 김근태 의원은 이날 "내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며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반전평화의원모임'의 김성호(金成鎬)의원도 "이라크 전쟁은 명분 없는 미국의 침략전쟁이며 만약 파병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우리는 침략군의 일원으로 비춰질 것"이라며 파병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金의원은 또 "이번 문제는 정부와 의회의 관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청와대와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신당파 내 '반전평화의원모임'소속 의원은 모두 12명이다.

그러나 신당파 내 온건파인 유재건(柳在乾)의원과 남궁석(南宮晳)의원은 "실리를 추구해야 하는 만큼 파병하는 편이 긍정적"이라며 파병 찬성 입장을 밝혔다.

또 신기남(辛基南)의원도 "올 초 파병 동의안에는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국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향후 당론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친노 진영의 개혁국민정당이 파병에 반대하는 것도 파병 추진에 걸림돌이다. 개혁당은 논평에서 "이라크전이 명분없는 전쟁이었음을 전 세계가 인정한 만큼 추가 파병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파병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 속에서도 올 초 파병 동의안을 처리해 준 후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점을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한층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병렬(崔秉烈)대표가 이날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는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협의해 盧대통령이 결심, 국회에 동의를 요구하면 우리는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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