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최대 변수가 공시가격인데...방향 없는 공시가격 현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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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산정의 기준 금액인 공시가격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전체적인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낮은 데다 주택유형 등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어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뒤죽박죽 #정부 개편하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구체적인 목표 수준은 불분명 #"과속하면 위험" 경고 메시지도

아파트는 거래 사례가 많고, 같은 단지 안에선 주택의 형태도 비슷하다. 그래서 시세를 파악하기가 비교적 쉽다. 반면 단독주택은 거래양이 적고, 건물의 형태ㆍ면적 등에서 차이가 심하다. 일반적인 거래가격인 시세가 얼마라고 말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에서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올 초 ‘엉터리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불공평 과세를 조장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70% 수준인 것에 비해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시세의 50%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공시가격의 전반적인 인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인 현실화율이 매우 낮다”는 국토부 관행혁신위원회의 지적과 권고를 받아들여서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구체적인 공시가격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남근 국토부 관행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2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근 국토부 관행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2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시가격 개선은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공시가격이 보유세 계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적용해 계산하는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공정시장가액비율이나 세율보다 세금 계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70%인 공시가격 15억원 주택의 보유세는 재산세 480여만원, 종부세 45만여원 등 529만원이다. 현실화율을 10% 올리면 보유세가 630만원으로 19% 오른다. 공시가격은 그대로 두고 정부가 밝힌 공정시장가액·세율 인상을 적용한 보유세는 532만원으로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파장이 큰 공시가격 개편이 방향 없이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의 인상이란 방향만 잡았을 뿐 구체적인 목표(현실화율)는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10일 관행혁신위원회 언론 브리핑 현장에선 혁신위원장의 발언을 국토부 담당 과장이 즉각 반박하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펼쳐졌다.

김남근 혁신위원장(변호사)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공시가격이 시세를 100% 반영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90% 이상은 반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90% 이상이란 부분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어느 정도의 현실화율이 적정한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맞섰다.

국토부의 이런 입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주택 공시가격을 도입할 때 건설교통부(국토부의 전신)가 ‘시세의 80%’라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추병직 건교부 장관(현 주택산업연구원 이사장)은 “서울 강남권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10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가 ‘비현실적’이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시세의 80%’라는 정부의 목표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은 지난 2월 공시가격을 주변 시세의 80%까지 올리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소관 상임위(국토교통위원회)에선 아직 한 번도 법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2017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 [중앙포토]

2017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 [중앙포토]

20대 국회 후반기 국토위원장은 박순자 의원(자유한국당)이란 점을 고려하면 한국당의 협조 없이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는 법안의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

일부에선 공시가격 현실하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낙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높인다는 방향은 맞지만, 문제는 속도 조절”이라며 “가격의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시세의 90%는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무리한 속도로 공시가격을 끌어올릴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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