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스크린서 수화 통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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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개막식이 열린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에는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7만여 명의 관중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장애 선수들을 격려. 또 경기장 주변에는 오륜기 대신 대형 장애자 올림픽 앰블럼 기와 곰두리 마스코트기가 애드벌룬에 매달린 채 하늘 높이 휘날려 대회장 분위기를 한껏 북돋우기도.
○…식전 행사로 벌어진 「도전과 극복」 순서에서는 삼육 재활학교 생 72명이 휠체어를 탄 채 출연, 정상인 무용단과 함께 매스 게임을 펼쳐 보는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
청군과 홍군의 럭비선수 차림으로 출연한 이들이 휠체어를 밀면서 십자형상을 만들고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자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 이들을 격려.
○…개회식이 진행되는 동안 전광판 스크린과 스탠드 곳곳에는 수화 통역 자원봉사자 1백여 명이 나와 장내 방송을 손짓·얼굴표정 등으로 즉석 통역, 농아 관람자들의 편의를 돕기도.
전광판 스크린 수화를 맡은 이미화씨 (28) 는 "서울 대회 통역을 위해 자원봉사자 1백 명이 일주일전부터 손발을 맞추었다" 면서 "시각 언어가 워낙 음성 언어보다 어휘가 적어 개회식사·환영사 등 문어체의 통역은 아직도 힘들다"며 자신들은 국어수화라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못내 아쉬워하기도.
○…서울 시청 앞에서 하룻밤을 묵은 성화는 15일 오후 1시 시청 앞을 통과, 남대문∼국립묘지∼고속버스터미널∼삼성동을 거쳐 잠실 주 경기장에 도착.
성화 봉송에는 휠체어 장애자 33명 등 장애자 주자 1백12명과 외국인 6명 등 2백76명이 동원됐는데 화제의 주인공인 미국의 「케니·이스터데이」 군 (14) 과 영화배우 안성기·신일용씨, LA양궁 금메달리스트인 서향순 양과 수영선수 조오련씨도 참가.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인 조현희씨 (32·여·소아마비) 는 딸 윤보람 양 (7)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트랙을 달려 「모녀 곰두리」로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1백 m, 1백10m 장애물 경기에 휠체어를 타고 출전하는 조씨는 "3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눈물 속에 자랐지만 딸 보람이가 정상으로 커준 것이 삵의 낙" 이라며 점화 자에게 성화를 넘겨준 뒤 품 속에 뛰어든 보람 양을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맨 마지막 입장한 한국 선수단의 뒤를 이어 일본에서 입국한 맹인 인도견 25마리와 시각 장애자 25명이 입장해 눈길을 끌기도.
맹도견과 보이스카우트 대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입장한 시각 장애자들은 본부석에 이르자 일제히 쓰고있던 흰 모자를 벗어 흔들며 관중석을 향해 인사, 관중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 답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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