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고현진 SW진흥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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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마이크로소프트(MS)워드를 사용하다 최근 국산 워드프로세서로 바꿨습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 고현진(51)원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계가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며 "국내 업체들이 리눅스 등 공개된 소스를 활용한 대체 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판 자체를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윈도와 오피스프로그램을 배급하는 한국 MS의 사장이던 그가 '리눅스 전도사'로 변신한 것이다.

MS뿐 아니라 선마이크로시스템.IBM 등 굵직한 외국계 업체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지난 6월 "외국 업체에 이기려면 외국 업체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논리에 힘입어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 육성을 담당하는 KIPA의 수장으로 발탁됐다.

高원장은 이날 "리눅스가 불안하다고 하지만 이는 새 시스템이 나올 때마다 있었던 얘기"라며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함께 붕괴된 공개된 소스 기반의 SW 개발자 커뮤니티를 다시 복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업체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국내 벤처업계의 특성상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기업 인수.합병(M&A)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라는 진단이다.

그는 "MS나 IBM은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온 회사"라며 "지금처럼 소규모 업체만 난립해서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외국계 업체를 상대하기가 버겁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KIPA의 지원도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의해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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