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한국의 미 지구촌에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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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올림픽 문화행사에는 당연하게도 우리전통문화부문의 비중이 높았다.
올림픽이 열리면서 세계는 우리를 알려고 했고 우리도 오랜 문화전통을 지닌 국민으로서의 모습을 세계에 부각시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전통문화는 고도의 문화적 가치를 지닌 민족적 표현이 담긴 예술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 생활 속에 이어져 온 각종 민속·공예, 종묘제례 등의 의식이 지닌 생활 미 감각 등에서 나타난다.
올림픽 문화예술축전의 전통문화부문도 이에 따라 국악 등 예술공연과 서울놀이마당의 민속놀이 공연,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의 미 특별 전, 지방국립박물관의 지역특성을 살린 특별 전시, 한국전통민속공예 전·전승도예 전·전통자수매듭전 등 공연·전시가 다양하게 펼쳐졌다. 또 성화봉송축제·거리축제 등에서도 농악·상감마마행차 등 전통문화예술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게 폐회식행사에도 우리문화전통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전통문화예술공연과 전시행사는 내·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옴으로써 외형상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여진다.
9월15일부터 10월5일까지 민속마당놀이공연을 펼친 서울잠실 석촌 호수 가의 서울놀이마당에는 총 14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이중에는 매일 2백∼3백 명의 외국인 관람객도 포함되어 있었다.
외국인들은 우리민속의 활기와 해학적 표현을 보고『가장 한국적인 것과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의 미 특별 전은 23만 명이 관람했다. 올림픽기간 중 한국을 찾은 관광객 중 상당수가 박물관을 찾음으로써 올림픽이 체육행사와 문화축전을 경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했다.
세계에 동시 중계된 개·폐회식 행사에서의 전통문화 프로그램은 한국적인 것을 세계에 알렸다. 개회식의 화관무·고싸움놀이·북의 행렬, 폐회식의 부채춤·바라춤·김소희씨의 판소리·한영숙씨의 살풀이춤 등 이 대표적 예다.
민속학자며 올림픽 문화행사에 자문을 한 이두현 교수(서울대)는 폴란드 민속공연 단 대표에게 개·폐회식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요구하자『한국적 특질이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면서『한국문화의 세계화에 적잖은 성과를 올렸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올림픽 전통문화 행사가 우리의 것을 보여주는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우리문화의 본질을 정확하게 전달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개·폐회식의 경우 우리예술·민속을 자료로 하여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대형무대에 펼친다는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본질적인 면의 훼손이 너무 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두현 교수는『복식·소도구·의상과 디테일에서, 또 민속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전달에서 충실치 못한 점이 많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상이 너무 원색으로 흘렀다 든가, 고싸움놀이에서 농악이 살아나지 못한 점과 이 민속놀이가 풍년을 기원하는데서 연유되어 승부를 가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 화합을 강조하는 연출을 한 것 등 이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 지적이다.
정적인 감상의 대상이 되어야 할 궁중무용이 해프닝으로 처리되는 상황 같은 것도 어떤 계기에, 어떻게 우리전통을 소개해야 하는 것인가를 망각한 부분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는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상상력과 우리 전통의 본질에 대한 이해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데서 생겨난 것이다. 한국의 미 특별전과 같이 성공적인 전시도 있었지만 우리의 생활미 감각을 보여주는 전시는 집중적으로 체계 있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승공예·도예전등이 너무 분산되었기 때문에 분명한 이미지를 전달하지 못한 홈이 있다.
가장 한국적이고도 고도의 예술성을 지닌 공연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동경올림픽을 계기로 가부키를 일본의 대표적 예술로 부각시켰으나 우리는 이번에 일정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연극평론가 서연호씨는 판소리의 현대적 구성 같은데서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우려 전통예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보다 고도로 예술화·현대화하는 작업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에 알려진 우리전통문화를 적극적인 문화교류를 통해 세계에 확고히 심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문공부는 내년에 예술공연 단을 구성, 각지로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술인들은『이제 해외에 파견하는 우리예술단은 눈을 즐겁게 하는 차원을 넘어 본질적인 것들을 전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술적 진지함은 인류공통의 언어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꾸밈보다 진지성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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