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거래 절벽' 현실화...서울 강남 거래량 75% 급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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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에서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하면서 ‘거래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1년 전의 반 토막도 안 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전국의 주택 거래량이 6만5027건으로 집계돼 1년 전보다 33.6% 감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4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올 상반기 전체로는 전국의 주택 거래가 전년 동기보다 4.4% 줄었다. 월별로는 1~3월에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간 뒤 4월을 고비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시행되면서 그 전에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쏟아냈다가 그 후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주택 거래 감소폭은 지난 5월(-20.3%)보다 확대했다. 국토부의 거래량 통계는 신고일 기준(계약 후 60일 이내)이라서 지난 3~4월부터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크게 위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에선 지난달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월보다 56.4% 줄었다. 서울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번째로감소폭이 컸다. 감소폭 1위는 세종시로 1년 전보다 62.6% 줄었다.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등 강남권 4개구에선 지난달 1371가구가 거래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5408건)보다 74.6% 감소한 숫자다. 서울의 한강 이북 지역에선 주택 거래가 51.8% 감소해 강남 4개 구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인천(-32.9%)과 경기(-37.7%)를 합친 수도권 전체로는 주택 거래가 1년 전보다 44.9% 감소했다.
대구(23.6%)는 5개 지방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거래가 늘었다. 제주도의 주택 거래는 41% 증가해 전국에서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반면 ‘부울경’으로 불리는 부산(-39%)ㆍ울산(-41.8%)ㆍ경남(-31.8%) 지역은 큰 폭으로 주택 거래가 줄었다. 겨울올림픽 효과가 사라진 강원도에선 거래량이 37.5% 줄어 지난달 8개 도 지역 가운데 감소폭 1위를 기록했다.
상반기를 종합하면 수도권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부울경 지역은 거래 위축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1.9%)과 경기(0.4%)의 주택 거래량은 소폭 증가했고, 인천(-8.6%)은 감소했다. 서울에서 강남 4개 구는 8.9% 감소했지만 한강 이북 지역에선 6.6% 증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울산(-32.2%)은 전국에서 거래량 감소 1위를 기록했고, 부산(-30.2%)ㆍ경남(-25.1%)의 거래도 부진했다. 강원도(22.5%)의 주택 거래량도 1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37.4%)가 연립ㆍ다세대주택(-30.4%)과 단독ㆍ다가구주택(-21%)보다 큰 폭으로 거래가 위축했다.
주택 매매시장과 별도로 전ㆍ월세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지난달 전국의 전ㆍ월세 거래량은 13만9318건으로 1년 전보다 5.2% 증가했다. 서울(4.8%)을 포함한 수도권(4.2%)보다 지방(7.1%)의 증가폭이 컸다. 올 상반기 전체로는 전ㆍ월세 거래가 6.9% 증가했다.
임차 유형별로는 전세가 12.5% 증가했지만 월세는 0.4% 감소했다. 전체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40.6%로 전년 동기(43.6%)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주택 유형별로는 올 상반기 아파트 전ㆍ월세 거래가 6.4% 증가해 아파트가 아닌 주택(7.3%)보다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낮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양도소득세에 이어 종합부동산세 부담까지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하반기에도 전반적인 거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선 거래 감소폭이 상반기보다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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