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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개입 없다’ 푸틴 두둔한 트럼프, 폭스 앵커 생방송 “역겹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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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은 없었다”는 주장을 곁에서 두둔하자 국내에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양국 정상의 기자회견을 중계하던 보수 매체 폭스뉴스 앵커는 “역겹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 닐 카부토 폭스비즈니스 앵커 #"역겹다는 말이 내 느낌 표현할 유일한 방법, #가벼운 비판도 못하고 푸틴 모면하게 해 줘"

트럼프 대통령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공동 회견에서 “오늘 우리가 논의한 주요 의제가 대선 공모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세계 최강의 두 핵 강국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개입) 수사와 관련해 벌어지는 일은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 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으며, 푸틴 대통령은 극도로 강력하게 대선 개입은 없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 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으며, 푸틴 대통령은 극도로 강력하게 대선 개입은 없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개입이 있었다는 미국 정보기관을 믿지 않고 푸틴 대통령의 말을 믿느냐”는 질문엔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과 일부 사람들은 러시아가 개입했다고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아니라고 한다”며 “나는 러시아가 관여할 어떤 이유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선거인단 득표수 306 대 223으로 압도적 승리를 강조하면서였다. 그러면서 “나는 미국 정보기관 사람들에 대해 큰 신뢰를 갖고 있지만, 오늘 푸틴 대통령이 (대선 개입 의혹을) 매우 확고하고 강력하게 부인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비판하고 재발 방지를 경고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답변을 거부했다. 대신 “미 연방수사국(FBI)이 압수하지 않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서버를 보고 싶다”고 말을 돌렸다.

닐 카부터 폭스비즈니스 진행자가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발언을 중계하던 중 "역겹다"고 말했다.[트위터 캡처]

닐 카부터 폭스비즈니스 진행자가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발언을 중계하던 중 "역겹다"고 말했다.[트위터 캡처]

미 국내에서 기자회견 중계하던 폭스비즈니스 진행자인 닐 카부토는 생방송에서 “그의 회견은 구역질이 난다”며 “유감스럽게도 이 말이 내 느낌을 표현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내게 좌파냐, 우파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카부토는 “미국 대통령이 외국 땅에서 우리 가장 큰 적 또는 경쟁자에 관해 얘기하면서 (대선 개입에 대해) 가벼운 비판조차 하지 못한 채 그가 이를 모면하게 해줬다”며 “이는 우리에게 많은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부토의 생방송에 출연한 레이건 정부 전직 관리 출신인 마크 와인버거도 “푸틴이 이겼다”며 “트럼프는 러시아를 확실하게 비판할 다시 못 올 기회를 놓쳤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도 회피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폭스의 대표적 진행자인 카부토가 생방송 트럼프 비판은 트윗 등을 통해 오늘의 영상으로 퍼지기도 했다. “확고한 보수층마저 푸틴 옆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트럼프를 꾸짖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무단 병합에 대한 공개 비판도 거부했다. 대신 “양국이 모두 관계 악화의 책임이 있으며 미국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야 미국은 (정상회담으로) 러시아와 함께 앞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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