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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구애에 케이블TV업체 몸값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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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달 초 CJ그룹 계열의 CJ홈쇼핑은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부천.김포 지역의 SO인 드림시티 지분 95.5%를 3581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의 가입자 수가 39만6900명인 점과 인수지분율을 감안할 때 CJ는 가입자 1인당 80만원의 가격을 지급하고 드림시티를 인수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GS홈쇼핑은 서울 강남 지역의 SO인 강남케이블 지분 51%를 1600억원에 매입했다. 서울 강남이란 지역적인 특수성과 강남케이블의 양호한 재무구조 등으로 인해 GS홈쇼핑은 가입자 1인당 185만원의 가치를 지급했다.

◆ 가입자 1인 가치가 30만원에서 3년 새 100만원으로=2003년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SO 가치는 가입자 1인당 30만원을 호가했다. 그러나 현재 서울과 수도권 일대 SO의 가치는 1인당 100만원을 호가한다. CJ투자증권 민영상 애널리스트는 "2003년 당시 경기도 일대 SO 가격이 가입자 1인당 30만원으로 매겨질 때도 비싸다는 반응 일색이었다"며 "오히려 그 후 가격이 계속 올라 요즘 지방 SO의 몸값만도 가입자 1인당 70만원에 호가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SO 몸값이 급등하는 것은 CJ.태광.GS그룹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SO를 인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CJ홈쇼핑과 CJ케이블넷 등 CJ그룹 계열사들은 올 들어 모두 4개의 SO를 사들였다. 현대백화점 계열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Multiple System Operator)인 HCN은 지난해 관악유선과 충북CCS, 충북방송, 대구 북부방송 등 모두 4개 SO를 인수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12월 우리홈쇼핑 지분 19%를 912억원에 인수했다. 태광그룹은 이미 오래전부터 SO들을 인수해 국내 최대 MSO로 자리를 굳혔다. 이 덕분에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주가는 최근 2년간 3.7배로 올랐다. 최근 2년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57%)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골드먼삭스와 매쿼리 등 외국계 자본이 SO의 지분을 취득하고 있는 것도 가격 급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4년 7월 골드먼삭스는 서울 지역 SO인 C&M 지분 30%를 14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가입자 1인당 40만원의 가치를 지급했다. 호주계 금융회사인 매쿼리는 지난해 5월 국민은행 등과 함께 모두 1625억원을 CJ케이블넷에 투자했다.

◆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도 힘 쓰는 MSO=대기업들이 잇따라 SO 쇼핑에 나서면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MSO가 출현했다. 태광MSO는 290만 명의 케이블TV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CJ계열은 200만 명, HCN(현대백화점 계열)은 11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케이블망을 이용해 방송과 인터넷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면서 KT와 하나로텔레콤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전국 60개 SO가 자체 케이블망을 통해 모두 193만 명에게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의 136만 명에 비해 42%(57만 명) 증가한 것이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MSO들은 방송 서비스 덕분에 통신업체에 비해 쉽게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다"며 "MSO의 영역 확장에 맞서 통신업체들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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