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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탈북 지배인 "朴 국정원이 협박···날 이용하고 버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5월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열린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및 유인납치' 조작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 종업원 탈북사건 대책회의 관계자들과 민변 관계자들이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회견 참석자들은 종업원의 집단 탈북이 "국정원에 의해 기획된 유인납치 사건' 이라며 "관계자들의 사법처리"를 주장했다. [연합뉴스]

올해 5월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열린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및 유인납치' 조작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 종업원 탈북사건 대책회의 관계자들과 민변 관계자들이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회견 참석자들은 종업원의 집단 탈북이 "국정원에 의해 기획된 유인납치 사건' 이라며 "관계자들의 사법처리"를 주장했다. [연합뉴스]

중국 저장(浙江)성 소재 북한 류경식당에서 여종업원 12명과 함께 탈북한 식당 지배인 허강일씨는 "국가정보원이 동남아시아에 식당을 차려주겠다고 약속해 한국에 들어왔으나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허씨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나는 국가정보원의 협력자였다"며 "그런데 국정원이 종업원을 데리고 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한 후 동남아시아에 국정원 아지트로 쓸 수 있는 식당을 하나 차려줄 테니 거기서 같이 식당을 운영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정하지 못하고 갈등하자 국정원 사람들이 나를 협박했다"며 "종업원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지 않으면 내가 그동안 국정원에 협력했던 사실을 북한 대사관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한국에 온 여종업원들도 동남아에서 식당일을 하는 줄 알고 따라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종업원의) 대다수가 동남아에 가서 식당을 영업하는 줄 알고 따라왔다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서야 (한국으로 가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이 국정원의 '기획'이라는 주장은 토마스 오헤아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이달 10일 기자회견에서 "(여종업원 중)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고 밝힌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허씨는 또한 자신들의 입국 사실도 일방적으로 공개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혀 얘기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그 사실에 매우 격분했고, 공개하는 바람에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피해를 봤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씨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이 나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버렸다"며 "북한으로 가서 처벌받더라도 고향에 돌아가겠다. 내가 현재 연락을 주고받는 여종업원 일부도 모두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 "우선 진상규명이 있어야 하고, 진상규명 과정에 지난 정부의 국정원이 나와 여종업원들을 어떻게 철저하게 이용하고 버렸는지에 대해 공개돼야 한다"며 "그런 다음에야 고향으로 돌아가는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젠 유엔에서도 우리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며 "문재인 정부와 현재의 국정원이 이 문제를 덮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2016년 4월 중국 저장성 소재 북한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국적 여종업원 12명이 집단 탈북해 국내로 입국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20대 총선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했으나 정부는 부인했다.
그러나 함께 탈북한 식당 지배인 허강일씨가 지난 5월 10일 한 방송에서 "국정원 직원의 요구에 따라 종업원들을 협박해 함께 탈북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사건 2년여 만에 기획 탈북 의혹이 제기됐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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