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초과학연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까. 기초과학 연구 인프라 확대를 위한 국가전략이 수립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12일, ‘기초과학연구원 2단계 발전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대학ㆍ출연연구기관이 하기 어려운 근원적 연구 수행
과기정통부와 IBS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 21조에 따라 5년마다 발전전략을 수립ㆍ시행하고 있다. 특정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단독으로 하기 어려운 기초과학연구의 특성상,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다. 특히 암흑물질이나 중성미자에 관한 연구 등은 대형 연구시설과 장비가 필요해, 그간 독립된 단위의 연구진에게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이번 2단계 발전전략에는 크게 세 가지 추진전략이 포함됐다. ▲자연현상의 본질 탐구를 위한 핵심 연구역량 강화 ▲IBS연구단 활성화 및 연구 인프라 확충 ▲ 개방ㆍ 협력 확대를 통한 기초과학 생태계 기여가 그것이다.
2017년 완료된 1단계 계획에서 IBS는 28개 연구단을 구성하고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연구 핵심기반을 구축했다. 그 결과 2016년 국제 과학전문 주간지 ‘네이처’ 선정 ‘세계 100대 떠오르는 별’ 1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영국의 옥스퍼드대가 10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개방 통한 연구협력 확대로 '자연의 본질'에 다가선다
이번 2단계 발전전략의 핵심은 외부 연구 인력과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공동연구단 수도 늘리는 데 있다. IBS 연구기획팀 배석현 팀장은 "기초과학 연구는 다양한 연구기관이 공동ㆍ융합연구를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예를 들어 탄소와 수소의 활성화 반응 연구 등에도 유기화학ㆍ재료화학ㆍ의약화학 등 여러 분야가 관계된다"고 밝혔다.
이에 IBS는 해외 연구자를 전체 연구인력의 30%까지 확대해, 지난해 250명이었던 세계 최상위 수준의 해외 과학자를 2022년 4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IBS에 직접 고용된 연구원들이 현장에서 보다 협력적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KAIST·포항공대에 IBS 연구동을 준공하기로 했다.
현재 영국왕립학회와 독일의 막스 플랑크 협회(MPG),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 등 각국의 대표 기초과학연구 기관이 공동 개최하는 'IBS컨퍼런스'도 연간 10회, 2000명 규모로 확대키로 했다.
비암호화 RNA 연구하고 우주 암흑물질 실험한다
IBS가 2단계 발전전략을 통해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에는 비암호화 RNAㆍ마이크로 RNA 연구를 통한 ‘유전자 조절법’에 관한 연구와 암흑물질 및 중성미자 등 입자물리학 관련 연구 등이 포함됐다.
RNA는 DNA의 정보를 복사해 단백질 합성에 활용, 세포에 명령을 내리는 '전사인자'다. 최근에는 비암호화 RNA가 암ㆍ백혈병 등 질환에도 특정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또 강원도 정선 일대에 암흑물질과 우주입자를 연구하기 위해, 최고깊이 1100m 규모의 지하실험시설도 구축할 예정이다. 암흑물질은 한마디로 눈에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물질로, 이를 구성하는 입자가 무엇인지는 현재 베일에 쌓여있는 상태. IBS는 이 연구를 통해 우주의 구조에 대한 이해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부의장은 "일본과 독일 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 최고 연구기관을 육성해왔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IBS가 목적하는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대표 기초연구 기관으로 성장하고 대학을 비롯한 국내 연구생태계의 건강한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2단계 발전전략을 위한 예산은 과기부와 기획재정부가 큰 틀에서 합의를 마치고 향후 세부 계획에 따라 조율해 나갈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진흥과 강창원 사무관은 "올해 기준 IBS 예산은 2540억원"이라며 "과기부와 IBS가 협의를 통해 과학연구 방향을 설정한 만큼, 향후 연구단 선정 등 진행 상황에 따라 매년 예산이 협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21년 완성되는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 설치로 인해 연간 40억 규모의 예산이 IBS에 추가 편성되는 등 재원조달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