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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메이커 교육... 해커 윤리로 만드는 새로운 세상"

중앙일보

입력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가 메이커페어 포스터를 설명하고 있다. [장유진 인턴기자]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가 메이커페어 포스터를 설명하고 있다. [장유진 인턴기자]

메이커 교육이 4차산업 혁명의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스로 물건을 만들고 공유하고 나누자.’ 메이커 운동의 철학이다. 진원지는 미국이다.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오늘의 DIY(Do it yourself)가 내일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고 메이커 운동을 지지했다. 그 뿌리는 1960년대 미국 히피 문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에 기반을 둔 초 국가적 커뮤니티를 꿈꾸었던 메이커 운동 초기 멤버는 ‘홀 어스 카탈로그(Whole Earth Catalog)’라는 잡지를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빌 게이츠·스티브 워즈니악·에릭 슈미트 등 실리콘밸리의 거인들은 청소년 시기에 이 잡지의 열렬한 구독자였다. 메이커 운동은 2005년을 전후해 다시 한번 극적으로 성장한다. 각자의 차고에 머물러 있던 메이커들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게 되면서다. 2006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제1회 메이커 페어가 열렸다. 인터넷과 3D프린터 등 기술의 발전은 메이커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메이커 운동은 교육에도 접목되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만들고,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배운 지식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교육이다.

이지선 메이커교육 실천 회장 인터뷰 #'스스로 물건 만들고, 공유하고, 나누자' #4차산업혁명 인재 기르는 메이커 교육 #협업, 소통... 소프트 파워를 기른다

메이커 교육 실천의 이지선 회장(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 교수)을 4일 만났다. 그의 이력은 ‘융합 창의’적이다. 숙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 후 삼성그룹에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다. 네오위즈라는 IT 벤처의 초기 멤버로 일했고, 야후코리아에서 ‘야후 꾸러기’라는 페이지를 담당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IT 전략을 세우는 외곽 조직에서 일하다가, 돌연 유학을 갔다.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디자인&테크를 공부했고, 뉴욕대에서는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전공했다. 다음 달엔 뉴욕대에서 1년간 연구 활동을 할 예정이다. “춤추고, 노래하는 예술과 기술, 인문학 등이 접목되는 융합 프로그램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이커 운동을 ‘아태주의에 기반을 둔 풀뿌리 기술민주주의 커뮤니티 운동’이라고 정의하며 산업혁명 이전과 지금을 비교했다.

“산업혁명은 프로테스탄트 노동 윤리에 기초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직하고, 근면하고, 성실하게 학교 다니고, 직장 다니면 중산층으로 살 수 있다.’ 이게 지금까지의 시스템이다. 그러나 지금 그런 게 무너지고 있는 거다.”

해커 윤리와 메이커 운동 철학 중에서 -이지선

 해커는 스낵과 콜라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살수 있다고 주장하며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안락을 추구하는 현재 노동의 삶에서 벗어난 소명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것에 최대 목표를 둔다. 해커들이 무언가를 행하는 이유는 그들의 발견이 무척 흥미로우며, 이런 흥미로운 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일을 행한다는 것은 곧 오락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사회의 일부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근면하고 성실한 생활로 일궈낸 부는 신의 축복의 증거'라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는 중세의 암흑기를 깨고 산업화 시대의 시대정신이었다. 이지선 교수는 4차산업혁명은 해커윤리에 기반을 둘 것이라 전망한다. 여기서 해커는 크래커(네트워크에 무단 침입해 악의적인 행위를 하는 자)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인간의 자유와 충분한 시간을 활용해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해커의 윤리가 메이커 운동의 철학과 통한다는 것이다.

“산업화 때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면서 새로운 윤리가 등장한 것처럼, 지금도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너무 많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게 메이커 운동이다. 예전처럼 특출한 사회 사상가가 지향점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 여러 사람이 오픈소스로 정보를 공유하며 방향을 찾는다. 조직은 수평적이며, 의사결정은 한 사람이 하지 않는다. 공유를 통해 혁신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무엇보다 공동체적 가치가 중요하다.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가 흥미로워하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간다.”

그는 이타주의를 강조하며, 메이커 교육이 성과주의로 흐르는 것을 우려했다.

“메이커 운동은 철저하게 이타주의에 기반을 둔다. '우리의 모든 선택은 다수를 향하고 있는가. 나의 이익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태도를 지키고 공유해야 기술을 발전시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이게 메이커 운동이다. 근데 우리나라 메이커 운동에서는 이런 얘기가 다 빠졌다.”  

우리 아이에게 메이커 운동을 시킨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그는 협업과 가치의 공유와 같은 메이커 운동의 소프트 파워에 주목했다.

“구글에서 인재들의 성과를 측정했다. 전문 지식, 직무 스킬 같은 하드 스킬이 강한 팀과 팀워크와 의사소통이 강한 소프트 스킬이 강한 팀을 비교했다. 의외로 소프트 스킬이 강한 팀에서 좋은 성과가 나왔다. 실제로 그 후 인재를 뽑을 때 소프트 스킬에 대한 비중을 높였다고 한다. 남의 말을 듣고, 핵심을 파악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하는 게 소프트 스킬인데 이건 컴퓨터나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뭐든지 무조건 같이해야만 한다. 남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받아서 커뮤니티를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너 스스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그것을 확장하고, 사회를 바꿔봐.’ 이게 메이커 운동의 핵심이다.”  

메이커 운동의 실제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 지역이나 우리나라의 존경 받을만한 여성을 조사하고, 동상을 세우자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실제 동상을 세울 수는 없지만, 실제 동상을 세울만한 부지를 정하고, 그곳에 골판지로 만든 동상을 세워놓고 지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동상의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수업이 있었다.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구청이나 도시의 행정가를 참여시키고 실제 마을의 변화를 끌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학생들 자부심이 커지고 동기부여가 된다. 창의성도 발달한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이지선 교수가 추천하는 책 3권

『인간을 위한 디자인』(빅터 파파넥 / 미진사)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 때 왜 만드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김영사)
“딸 아이도 재밌게 읽고 어떻게 자신의 역량을 쌓을 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 책”

『헬로 루비: 컴퓨터랑 놀자』(린다 리우카스 / 길벗 어린이)
“컴퓨터 없이 컴퓨팅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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