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장기화 조짐 미·중 무역전쟁 … 비상 대책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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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기 싸움 정도에서 적당히 그치기를 기대했던 미·중 무역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000억 달러(약 223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총 6031개의 부과 대상 제품에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 관련 품목이 대거 포함됐다. 이로써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산 제품은 2500억 달러로 확대됐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 절반 규모다.

문제는 우리 바람과는 달리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내부에서조차 호전적 통상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이 무릎 꿇지 않으면 사실상 중국의 대미 수출 전체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는 엄포를 하고 있다. 중국은 같은 수준의 보복을 경고하고 나섰다.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이 세계 질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패권 다툼 양상이라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대될 경우 세계 무역량의 4%가 줄고, 1~2년 내 세계 GDP의 1.4%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럴 경우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수출의 40%가량을 중국과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미국과의 무역전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책당국의 자세엔 큰 긴장감이 없다. 산업부 장관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고, 통상교섭본부장은 “전쟁인지 갈등 수준인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산업부와 기재부가 오늘과 내일 대책회의를 연다고 하나 실무자 수준에 그친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비상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