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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소년들 승리의 'V'… 집에 못 가는 건 '동굴병' 우려 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된 태국 축구팀 소년들의 병원 내 모습. 한 소년이 카메라를 향해 승리의 V 사인을 하고 있다. 전날 코치를 비롯한 13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돼 귀환한 이들은 검진 및 치료 등을 위해 격리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된 태국 축구팀 소년들의 병원 내 모습. 한 소년이 카메라를 향해 승리의 V 사인을 하고 있다. 전날 코치를 비롯한 13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돼 귀환한 이들은 검진 및 치료 등을 위해 격리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된 태국 축구팀 소년들의 병원 내 모습. 전날 코치를 비롯한 13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돼 귀환한 이들은 검진 및 치료 등을 위해 격리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된 태국 축구팀 소년들의 병원 내 모습. 전날 코치를 비롯한 13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돼 귀환한 이들은 검진 및 치료 등을 위해 격리실에서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링거를 맞고 있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다. 촬영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만들어 흔들어 보이기도 한다.

마스크 쓴 채 격리실 생활… 병원 사진 첫 공개 #박쥐 통해 감염되는 폐 질환, 심할 땐 사망까지 #의료진 "소년들 건강 상태 양호, 감염 징후 없다" #1주일 후 퇴원, 6개월 간 심리 모니터링 예정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된 태국 축구팀 소년들의 병원 내 모습이다. 치앙라이 동굴에 2주 이상 갇혀 있다 8~10일 극적으로 구조된 열 두 명의 소년과 코치는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더 네이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11일 현재 치앙라이 지역의 여러 병원에 나눠 입원해 격리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들은 유리를 통해서만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대화는 전화로 나눈다. 8일 가장 먼저 구출된 네 소년의 부모들은 11일 처음 병실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보호복을 착용하고 아들과 2미터 떨어져 앉아야 했다.

태국 치앙라이 동굴에 고립됐다 구조된 축구클럽 소년들과 코치가 예전 훈련에서 찍은 사진. [사진 태국 해군 페이스북 캡처]

태국 치앙라이 동굴에 고립됐다 구조된 축구클럽 소년들과 코치가 예전 훈련에서 찍은 사진. [사진 태국 해군 페이스북 캡처]

지난 달 23일 동굴에 들어갔다가 폭우로 고립된 소년들은 지난 3일 구조대에 발견될 때까지 열흘간 음식은 거의 먹지 못한 채 물만으로 버텼고, 이후엔 당국이 제공한 고칼로리 식품 등을 먹으며 1주일 가량을 동굴에 있다가 구조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의료진이 이들의 건강 상태와 관련 가장 우려했던 것은 흔히 ‘동굴병(Cave disease)’으로 불리는 폐 질환이다. ‘동굴병’은 동굴에 사는 박쥐 등을 매개로 히스토플라스마 카프술라툼이라고 불리는 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을 말한다. 1940년대 오랜 시간 폭풍 대비소에서 머물렀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온 후 특이한 폐 질환을 나타내면서 이런 병명이 붙게 됐다.

‘동굴병’은 3~17일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며 처음에는 발열·기침·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 가볍게 앓다 회복되기도 하지만, 면역 체계가 취약한 사람은 균이 폐에서 신체의 다른 장기로 퍼져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태국 소년들에게 동굴병 증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태국 의료당국은 밝혔다. 태국 보건청의 통차이 럿윌라이랏타나퐁 검역조사관은 11일 “검진 결과 소년들의 몸무게가 평균 2㎏ 줄었다”면서 “하지만 몸 상태는 대체로 좋고, 심각한 감염의 징후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11일 태국 의료진이 동굴에서 구조된 소년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1일 태국 의료진이 동굴에서 구조된 소년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동굴병이 아니더라도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은 약 1주일간 병원에 머물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CNN 의학전문기자인 산제이 굽타는 “동굴 같은 곳에서 오랜 시간 자연 광을 받지 못하면, 몸의 면역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다. 균에 극도로 약해지기 때문에 가족들과도 신체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요일에 구조된 마지막 그룹의 소년 중 한 명이 가벼운 폐 감염 증상을 보이고 있다. 소년들과 코치는 병원에 도착한 후 광견병과 파상풍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을 받았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긍정적인 건강 평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수 개월 간 이들의 건강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신적인 충격의 후유증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7일 동굴 안에서 배수 작업을 하는 태국 군인들. [AP=연합뉴스]

7일 동굴 안에서 배수 작업을 하는 태국 군인들. [AP=연합뉴스]

영국 옥스퍼드대 불안 장애 및 외상 센터 임상심리학자인 제니퍼 와일드는 SCMP에 “그들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충격을 받은 날부터 몇 주가 지난 후 원치 않는 기억, 감정의 플래시백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건강에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소년들은 1주일 후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의료진은 앞으로 6개월 간 정기적으로 소년들의 심리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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