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정신 잊었다" 비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중국이 서울올림픽에서 예상외로 극히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중국 대표단과 매스컴들이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취재단들은 이번 대회가 끝나면 대부분의 매스컴들이 일제히 중국체육에 대한 비판기사를 게재할 것으로 보이며 국내 체육 애호 인들도 상당한 불만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당초 8∼11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했으나 30일 현재 4개.
1일 탁구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추가할 것으로 보여 금메달 총수는 5개에 그칠 전망이다.
서울을 방문중인 중국대표단과 취재진들은「예상외의 저조」는 중국국민들의 메달획득 기대를 의식한 유명선수들이 정신적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는 등 정신무장 해이와 이미 만원호 (부자의 상징)가 된 일부 스타선수들의「헝그리정신」부족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또한 관계당국의 현 체육훈련 시스팀도 개정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메달 획득을 확신했으나 탈락하거나 겨우 동메달을 딴 여자배구·사격·역도 등은 모두 정신적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한 사례로 분석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소련에 3대0으로 패한 여자배구의 경우는『정말 이럴 수가 없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는데 중국의 배구애호가들이『이러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 여자배구는 지난 8년 간 단 한번도 소련에 패배한바 없으며 금년 여름 소련방문 경기에서도 모든 경기에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신화사 등 중국취재진들은 소련과의 대전당시 중국선수들은 몸이 굳어 있는 것이 눈에 확연했는데 이는 정신훈련의 실패였으며 6명의 선수들이 하머니를 이루지 못한 것은 과거의 「랑핑」과 같이 팀의 결속을 이끌 스타선수가 없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1년 반 동안 무려 8차례나 세계기록을 경신하는 등「동양의 흑진주」라는 별명처럼 금메달획득이 확실하던「허줘창」(하작강)의 실패도 정신적 부담감에 따른 안정유지 실패로 분석하고있다.
또 1∼2개의 금메달을 기대했던 사격의「쉬하이펑」(허해봉)의 어이없는 탈락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있다.
중국관계자들은『세계 일류급 선수들의 실력수준은 비슷하다. 문제는 결전에 임해 안정을 유지해 자기의 평소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메달의 색깔을 가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정신무장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또한 올림픽 등 세계대회에서 1등을 하면 중국 돈으로 약1만원(한화 약2천만 원)의 상금을 받아 부자가 된 일부 선수들의「헝그리정신」부족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에서 1만원은 부자의 대명사로서 체조의「리닝」(이령), 탁구의「장자량」(강가량), 사격의「쉬하이펑」(허해봉)등이 그러한 예로 분석된다.
중국체육계는 서울올림픽에서의 부진에 대해 철저한 자성을 촉구하는 매스컴과 국민의 여론에 따라 한차례 수술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90년 북경아시안게임 주최국인 중국이 북경대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주목된다.<박병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