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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폐회식 이렇게 치러진다-달빛 물든 한강서 지구 가족 배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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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일동안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멀리 뛰고자 열렬한 환호 속에 안간힘을 다해 겨뤄 온 세계의 젊은이들이 마침내 승패와 상관없이 우정을 나누며 서로 아쉽게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서울올림픽 폐회식.
2일 오후 7시부터 1시간25분 동안 잠실 주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이 마지막 잔치가 인류화합의 제전을 거뜬히 치러낸 감동을 좀더 생생히 살려내는 뒤풀이 마당이 되도록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원래의 계획들을 부분적으로 수정·보완했다.
특히 개회식의 강상계가 매우 이채롭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폐회식의 마지막 프로그램 『안녕』에도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반영시켰다. 개막식 날 가을 아침 햇살이 눈부신 한강에서 지구촌 손님들을 맞아들인 서울올림픽은 가을 저녁 달빛이 내리는 한강에서 그 모든 손님들을 각자의 고향으로 떠나보낸다.
잠실 주 경기장 앞 한강에 활활 타오르는 횃불과 청사초롱으로 장식된 선단을 띄워 한강 하류로 흘러내리게 함으로써 서울올림픽을 찾았던 손님들이 돌아가는 길을 밝혀주는 살뜰한 배웅의 정을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또 음력 팔월 스무 이틀 초가을 저녁에 벌어지는 폐회식의 전체 분위기를 한국적 정취가 물씬 품기는「달밤」으로 삼아 조명효과를 최대로 살릴 계획.
탐조등이 내쏘는 빛줄기들이 잠실 주 경기장 상공에서 초점을 이루며 한데 만나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듯이 보이게 하는가 하면, 주 경기장 전체를 특수조명으로 에워싸 지구가족들이 다함께 달빛 아래서 춤추는 듯한 장면도 연출한다.
서로 헤어지는 아쉬움과 애틋한 정을 운치 있게 표현하기 위해 4㎞까리 폴로 스폿 76대, 파라이트 1천5백대, 탐조등 25대 등의 대규모조명장치들이 동원된다. 또 1천5백 개의 시그널램프를 주 경기장 지붕 끝에 매달아 처마 끝에서 빛이 반짝이는 듯한 효과를 내고 스모크 머신으로 필요에 따라 연기를 뿌려 조명효과를 더욱 높인다.
조명책임을 맡은 윤재덕씨는 『조명장비 일체를 국산만 쓴데다가 기술진도 전원 한국인을 교육시켜 충당했으므로 더욱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그러나 지난 84년 LA올림픽 때 사용됐던 레이저 등 첨단영상은 피하고 은은한 달밤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고도 한국적인 정취를 최대로 살릴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올림픽 폐회식의 주요행사는 다음과 같다.

<우정>상모돌리기와 리번 체조가 우정을 나누는 전 세계 젊은이들처럼 한데 어우러지는 폐회식의 첫 공연.
에밀레 종소리와 함께 세종대학·해성여상 등 5백명으로 이뤄진 리번 체조단이 3백명의 공주 농고생들로 구성된 상모놀이꾼들과 함께 잠실 주 경기장 안으로 달려나온다. 상모놀이꾼들이 경기장 한복판에서 배 뒤집기를 뽐내며 환상적인 곡선의 아름다움으로 흥을 돋우는 사이 리번 체조단은 트랙을 돌며 흰 곡선의 멋을 선보인다.
수평으로 맴도는 상모와 수직으로 원을 그리는 리번이 서로 자리를 바꾸며 넘나들어 동서화합을 상징하는 한마당을 펼친다. 마침내 백로 깃이 달린 상모를 쏜 상쇠의 열두 발 상모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면 리번 체조단이 그 원형둘레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힘차게 달려나가는 것으로 화합의 절정을 표현한다.
약 5분에 걸친 공연이 끝나고 각국 선수들이 입장하기 직전에 상모놀이꾼과 리번 체조단은 트랙을 따라 줄지어 서서 선수들을 반긴다

<회상>경쾌한 행진곡에 맞춰 서울올림픽 참가국 선수단들이 입장하고 그리스 국기·태극기·스페인 국기가 차례로 게양되면 S자형의 오작교를 중심으로 부채춤과 바라춤이 어우러진다.
견우와 직녀가 칠월칠석날 만나는 전설 속의 구름다리를 1.5m높이로 경기장 한복판에 설치하는「까치」는 국군장병 1천명.
은회색의 오작교가 조명을 받아 빛나기 시작하면 3백20명의 부채춤 무용수와 4백명의 바라춤 무용수들이 트랙을 돌며 춤춘다.
반갑게 만났다 아쉽게 헤어지는 견우와 직녀처럼 부채춤과 바라춤 무용수들은 각각 오작교의 양끝에서 중앙을 향해 나아가다 서로 엇갈려 내려가며 올림픽 손님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표현한다.
이 공연에서 설치된 오작교는 다음의 『뗘나가는 배』에서도 계속 이용된다.

<떠나가는 배>잠실 주 경기장이 온통 바다처럼 느껴지게 하는 조명 속에 9명의 명창들이 부르는 『심청가』중 뱃노래에 맞춰 이별의 춤이 펼쳐진다.
장삼차림의 무용수 4백20명과 각종 깃발을 든 국군장병 등 5백70명이 커다란 배 모양을 이루면 조명효과로 푸른 물결 위에 흰 깃발을 펄럭이며 커다란 배가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파도소리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고유 민속놀이인 『기세배』를 바탕으로 한 『기쓸기』대형이 트랙을 메우면서 파도를 일으킨다.(기세배란 깃발을 가지고 세배하는 놀이. 명절날 부락단위로 각기 농기를 앞세우고 일정한 장소에 모여 형제를 정한 뒤 아우 부락이 형 부락의 농기에 절하며 우애를 다지는 풍속이다.)
처음에는 느릿하던 남성무용수들의 춤이 점점 빨라지면서 배의 마스트를 상징하는 대형 깃발들이 오작교를 가로지른다. 그 뒤를 장삼차림의 무용수들이 뒤따르면 오작교는 마치 은하수가 되어 흐르는 듯 하다.
끝으로 배가 떠나듯이 무용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면 까치차림의 장병들은 오작교를 철거해서 함께 퇴장한다.

<소원>박세직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의 폐회사와 「사마란치」IOC위원장의 폐회선언에 이어 공식 올림픽기가 다음 번 올림픽 개최지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시장에게 인도된다. 바르셀로나 시장이 인계 받은 공식 올림픽기를 힘차게 좌우로 흔들면 한국의 장고 춤 무용수들이 바르셀로나 무용단과 함께 한바탕 춤판을 벌인다.
지난 열 엿새동안 서울 하늘에서 힘차게 펄럭이던 올림픽기가 88명의 육군군악대가 연주하는 팡파르와 함께 서서히 하강하면 8명의 기수단이 그 올림픽기를 받아들고 본부석 앞을 지나 퇴장. 이때 장엄한『성화찬가』가 연주되면 차츰 성화가 꺼지기 시작해서 잠실 주 경기장이 어둠에 휩싸이는 순간5발의 예포가 울려 퍼진다.
잇달아 애절한 국악대금가락이 흐느끼듯 울려 퍼지면 뒤풀이 춤『소원』순서. 암흑 속에서 화반을 타고 솟아오른 무형문화재 한영숙씨가 장윤정(88년 준 미스유니버스)·이혜영(86년 미스코리아)양과 함께 서울올림픽이 무사히 잘 치러진 것을 기뻐하고 4년 후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올림픽도 성공할 수 있도록 신께 비는 『살풀이 춤』을 춘다.

<안녕>8백 여명의 고교생들이 청사초롱을 들고 경기장에 들어서고 경기장 곳곳에 가설된 청사초롱과 관중들이 든 청사초롱이 점화되면 잠실 주 경기장은 온통 청사초롱 일색. 이때 은은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한『아리랑』가락이 점점 빨라지면 폐회식 공연의 모든 출연자와 각국 선수단이 손에 손을 잡고 원형을 이루며 하나가 된다.
경기장 밖에서 폭죽이 퍼져 밤하늘을 휘황찬란한 불꽃으로 수놓으면 모든 선수단과 출연자들은 강강술래를 추며 경기장을 맴돈다 순간 경기장 한복판에 떠오른 거대한 기구에는 『바르셀로나에서 만납시다』라고 글씨가 적힌 천이 펄럭인다. 잇달아 호돌이와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콧인 코비가 어깨동무하며 솟아올라 우정의 순간을 연출. 이와 함께 경기장의 대형 전광판에는 횃불선단이 나타난다.
해양소년단의 배 1백79척이 횃불과 청사초롱으로 밝힌 채 올림픽 손님들의 귀향 길을 비춰주며 한강 하류로 떠내려가는 사이 영동대교에서는 나이애가라 폭죽놀이가 벌어져 폐회식의 절정을 이룬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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