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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없애기로한 플라스틱 빨대, 이렇게 유해하다

중앙일보

입력

해양 생물학자 크리스토퍼 피그너는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코 한쪽이 하얀색 물체로 막힌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어렵사리 코에 박힌 물건을 빼내 확인해보니 12㎝에 달하는 플라스틱 빨대였다. 박힌지 얼마나 오래됐으면 빨대는 바다거북의 호흡기관에 달라붙어버렸고, 이를 빼내면서 상당한 출혈도 있었다. 이 장면은 유튜브를 통해 2800만회가 조회되면서, 인간이 아무 생각없이 쓰고버리는 플라스틱 빨대의 유해성을 전세계에 알렸다.

해양생물에 특히 유해 #죽은 동물 뱃속에 가득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

9일(현지시간) CNN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2020년까지 전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기로 했다.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미 워싱턴주 시애틀 시가 플라스틱 식기류와 빨대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지 1주일 만에 나온 조치다. 플라스틱 빨대는 이전부터 해양 생물자원 파괴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미국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일회용 빨대는 5억개에 이른다. 125대의 학교버스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기업과 주 정부들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빨대없는 바다’, ‘마지막 빨대’ 등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 외 각종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봉지 등도 해양생물에게는 독과 같은 존재들이다. 먹이인 줄 알고 먹었다가 배출되지 못하고 몸안에 쌓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죽은 고래의 배를 갈랐더니 7㎏의 플라스틱이 배출된 동영상 또한 충격적이다. 필리핀의 한 리조트 해변에는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고래를 조형물로 만들어 관광객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양생물 뿐만이 아니다. 바다근처에 사는 새들도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었다가 위장에서 분해시키지 못한 채 죽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물의 체내에 쌓인 플라스틱은 화학물질을 내뿜어 독소를 만들어낸다. 이런 물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그 독소가 그대로 인체에 흡수돼 사람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

육지에 사는 동물들도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다. 인도에서는 소의 내장에서 플라스틱과 비닐봉지를 뽑아내는 수술장면이 유튜브를 타고 전세계로 퍼졌다. 한도 끝도 없이 나오는 플라스틱과 비닐봉지의 무게를 재봤더니 20㎏에 달했다.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인간에게도 피해가 돌아오는 만큼 플라스틱 사용 자제운동은 세계적인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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