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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주변 견공들〃가택연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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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개인과 가문, 향리와 조국의 영예가 걸린 필생의 엄숙한 대사이지만 올림픽도 하나의 구경거리 잔치임에 틀림없다. 세계 50억 인구를 구성하는 온갖 인종이 다 모여 제각기 개성과 생활습성을 지닌 채 어울리게 되니 갖가지 기담소화가 만발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올림픽 막전막후에서 일어난 진기한 해프닝들을 모아본다.
서울올림픽 최대의 해프닝은 이탈리아 남자 조정선수인「티자노·다비레」(20)의 금메달 분실사건.
25일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금메달을 수상한「다비레」는 동료들이 축하헹가래를 치고 난 후 물에 빠뜨렸는데 헤엄쳐 나오다가 목에 걸었던 금메달을 물 속에 빠뜨렸다.
이 때문에 조정경기장 수중안전을 맡고있던 수중탐사 요원들이 총출동, 금메달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날이 저물 때까지 찾지 못하고 실패.
조정경기장에서 금메달을 물에 빠뜨린 사건은 지난 56년 멜버른 올림픽 때도 있었다. 당시, 싱글스컬에 출전한「비야차슬라프·이바노프」(소련)가 너무 기쁜 나머지 금메달을 하늘높이 던져 올렸다가 경기장인 웬도레 호수에 빠뜨린 것.

<스쿠버실력 발휘>
당시 18세였던「이바노프」는 눈물을 펑펑 쏟았는데 결국 IOC는 대회가 끝난 후 복제메달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우리 한국사람이 어디 보통사람들인가.
수중탐사 요원들은 날이 밝자마자 수색을 재개, 조정경기장 바닥을 샅샅이 뒤져 무려 27시간만인 26일 오후 6시쯤 강수남 중사에 의해 기어코 회수됐다.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다비레」는 2번째 시상식 (?) 을 가졌다.
그런데 멜버른의「이바노프」는 56년에 이어 60년 로마, 64년 동경대회까지 계속우승, 대회3연패를 기록했었다. 말하자면 이탈리아 팀으로서는 금메달분실이 길조(?)였던 셈인데「다비레」는 메달을 다시 찾은 뒤 이 고사를 되새기며 반가움 반, 실망반의 어정쩡한 감정이었다. 코치인「주세페·카푸아」씨는『한국 스킨스쿠버 다이버들이 금메달을 찾아내는 바람에 3연패의 꿈이 사라졌다』고 투덜투덜.
서울올림픽 무대에서는 각종 신기록과 함께 비둘기·말(마)·개(견)등 3종류의 동물도 역사에 남게될 듯.
그중 비둘기는 스스로 몸을 희생해가며 서울올림픽의 기본이념인「평화」「화합」「전진」을 깨우쳐줬는가 하면 사고를 미연에 예고해주는 예언자노릇까지 담당, 동물에게 수여되는 메달이 있다면 당연히 금메달 감.
개회식 때 오륜기가 게양되는 순간 메인 스타디움을 뒤덮은 2천4백 마리의 백색 비둘기 중 30여 마리가 운동장을 떠나지 않고 성화대 위에 앉아 있었다. 곧이어 식순에 따라 최종주자에 의해 성화점화가 이뤄지자 미처 날아오르지 못한 비둘기의 모습이 TV를 통해 전세계에 중계됐던 것. 사람들은 안부를 궁금해했고 세계적 유력 통신사인 AP는「그 비둘기는 어떻게 됐을까」라는 의문과 함께「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아테네로부터 봉송돼온「성화」와 함께「화합」을 몸으로 실천한 것 같다는 내용의 특별기사를 쓰기도 했다.

<서양속담 판정승>
비둘기에 관한 두 번째 얘기.
한국에서는 비둘기가 길조로 여겨지는데 비해 서양속담에는「창문으로 새가 날아들면 사람이 죽는다」는 말이 있어 흉사를 예고하는 상징물.
다이빙경기가 개막된 지난 l7일의 여자플랫폼 예선경기가 진행중인 수영장에 창문을 통해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와 약5분 동안 수영장내를 선회 비행한 후 유유히 퇴장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를 두고 대회운영요원을 비롯한 한국관계자들은 좋은 징조로 여기고 무척 기뻐했으나 외국인들은 나쁜 징조라고 주장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들.
결국 이날 오후 미국의 다이빙황제「그레그·루가니스」가 플랫폼에 머리를 다치는 생애 두 번째 사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 속담부문에서는 한국이 서양에 판정패. 이후로 각 경기장은 창문을 닫느라 부산했다고.
올림픽에 공식적으로 유일하게 참가하는 동물은 말(마) . 그런데 승마경기에 출전한 말이 갑자기 죽는 사고가 발생해 88올림픽 최초의 희생자(?)로 기록됐다. 이탈리아의 10살 난 거세 마인「코튼앤드」가 급성폐렴으로 사망하자「라니에니·캄펠라」선수는 애마를 잃은 슬픔에다 경기에 출전마저 못하는 이중의 슬픔을 겪었다.
한편 검사관의 합격판정에도 불구, 컨디션이 나쁘다는 이유로 지구력 경기를 포기한 영국의「마크·필립스」대위는 다른 3명의 동료가 선전해준 덕으로 영국 팀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하자 시상대에 올라 국제 승마연맹회장이자 동시에 자신의 부인인「앤」공주로부터 메달을 수여 받고 몹시 송구스런 표정.
「필립스」는 72년 뮌헨대회 때도 개인성적 최하위를 기록한 후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건 적이 있다.
그밖에 한국의 김형칠도 애마「캐사로드」의 우측 가슴에 난 딱지 때문에 두 번째 지구력경기출전이 무산,『4년 세월이 허무하기만 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귀빈석에다〃실례〃>
올림픽이 유치된 이후 개최 전까지 시도 때도 없이 한국에선「보신탕을 먹는다」고 말도 안 되는 시비를 걸어왔던 일부 외국인들에 대해 한국의 개 (견) 를 대표해서 공식입장을 밝힌 사건이 발생하는 바람에 관계자들만 혼쭐이 났다.
OCA 총회가 열렸던 지난 21일 대회장인 호텔신라 다이너스티 홀에서는 총회시작 불과 30분을 앞두고 비상이 걸려 카핏을 새로 바꾸는 등 대소동이 일어났는데 그게 바로 한국의 견공 때문.
안전을 위한 예비조치로 안전요원이 폭발물 탐사 견을 대동하고 총회장 단상에 마련된 VIP석을 조사하던 중 이 견공께서「세이크·파하드」왕자 (OCA 회장·쿠웨이트)의 테이블 밑에 상당한 양의 용변을 보고 말았다고.
이 바람에 호텔신라 측은 종업원들을 황급히 동원, 장내를 재정리하는 일대 비상작전을 편 끝에 총회시작 4분전 원상복구에 성공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는 것.
본래 훈련받은 탐사 견은 지시자의 명령 없이는 결코 실례를 범하지 못하도록 되어있으나 이날 사고를 친 견공은 연일 계속되는 격무로 참고있던 생리욕구를 이기지 못해 커다란 실수를 범한 것 같다는 게 담당안전요원의 분석. 그러나 정황을 십분 참작한다해도 실수는 실수인 까닭에 하루를 굶기는 중벌을 받았다.
사이클 도로경기가 열리는 통일로주변을 관할하는 경기도 고양군과 파주군은 역시 견공들 때문에 초비상.
만의 하나라도 사이클 경기 중에 개 (견) 가 뛰어드는 사고가 날까봐 대회 3개월 전부터 2개군 당국 합동으로 방견 토벌 작전을 실시해 눈에 띄는 대로 생포·수감하는 한편, 1천6백여 개의 개 목걸이를 구입하여 개를 키우는 모든 가정에 나누어주었다고. 말하자면 올림픽기간 중 고양·파주군내에 거주하는 모든 견공들은 가택연금처분(?)을 받은 셈.

<길 막혀 성화〃깜박〃>
서울올림피아드를 밝히는 성화가 라이터 불에 의해 급조된 것이라는 루머가 아직도 심심치 않게 남아 있어 행여 공식기록으로 남겨질까 걱정.
아테네로부터 비행기에 실려 날아와 제주에서 시작된 국내 성화봉송 중 첫 주자인·김상민 (12)·이재희 (11) 두 어린이의 손에 들린 성화가 갑자기 꺼지는 사고가 생겼다.
원래 성화 봉은 연료소모 시간이 8분∼20분 등 몇 가지종류로 구분, 제작되었다.
두 어린이주자는 봉송거리가 짧은 10분용 성화를 들고 봉송을 시작했는데 보도진이 4백명 이나 몰려와 취재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갈 길이 막힌 채 시간이 초과, 불은 꺼졌고 순진한 두 어린이는 눈물을 글썽였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대사를 그르쳐 가슴을 친 선수들이 있다. 미국 복싱의 금메달 유망주인「헴브릭」과 한국의 전진철이 바로 장본인들.
「헴브릭」은 한국의 하종호와의 미들급 1회전 경기에서 예정시간보다 5분 늦게 경기장에 도착, 기권패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나중에 미국선수단은 한국의 교통사정이 복잡했다는 등 각종의 이유를 달며 어거지를 썼으나 고위층이 자체실수를 솔직히 시인 (?)하는 바람에 조용해졌다.
그런가하면 한국의 전진철은 미국의「토드·포스터」와 라이트웰터급 2회전 경기를 펼치다 1회 후반 옆 링에서 울린 시작종소리를 라운드가 끝나는 종소리로 착각하는 실수를 범했다.
전은 즉각 두 손을 내리고 자신의 코너로 돌아가다 인정사정 없는「포스터」의 왼손어퍼컷을 맞고 길게 누워버렸다.
AIBA 측은 이 사건을 두고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 끝에 2시간 후에 재 경기를 벌이게 했으나 전은 2회 KO패, 하나의 경기에서 두 번 KO당하는 진기록을 남겼다.<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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