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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털·컨설팅 … 영역 넓히는 카드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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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국내 유명 작가의 그림을 얼마 전 식당 입구에 걸었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그림이지만 김씨는 목돈을 쓰지 않았다. 구매하는 대신 카드사에 매달 몇만 원씩을 주고 빌렸기 때문이다.

수수료 인하 등 악재에 사업 다각화 #그림 대여, 가맹점 고객분석 서비스 #반려동물 상담, 해외직구몰 운영도 #규제 걸림돌 … 수익성 확보가 숙제

김씨는 “손님들이 그림을 보고 ‘분위기가 훨씬 고급스러워졌다’며 좋아한다”며 “그림은 비싸고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카드사에서 쉽고 저렴하게 빌릴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본업인 지급결제 업무보다 부업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다는 말이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 지급결제 업무 여건이 계속 나빠져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할 상황이라서다. 실제 지난해 1분기 14.2% 늘어났던 신용카드 승인금액은 올해 1분기에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부수 업무 발굴이 카드사들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뜻이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건 대여 서비스다. 삼성카드는 그림 대여 업체 ‘오픈갤러리’와 제휴를 맺고 고객들에게 국내 인기 작가의 그림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 결제를 통해 그림을 빌리는 고객은 첫 3개월간 월 3만3000원만 내고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4개월째부터의 대여료는 그림에 따라 다른데 통상 3만9000원~40만원이다. 삼성카드는 이미 다른 대여업체들과도 제휴를 맺고 정수기, 비데, 안마의자, 생활가전, 건강 상품 등을 대여해주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고객이 한 번 삼성카드를 통해 대여료를 정기 결제하기 시작하면 대여 기간만큼은 해당 카드 계약을 쉽게 해지하지 못한다”며 “대여 서비스는 나름대로 정기결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일부 카드사들은 빅데이터 서비스에 공을 들인다. 22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신한카드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대상으로 고객의 성별, 연령, 시점별 소비 패턴 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요금을 받는다. 예를 들어 ‘20~30대 여성 고객이 어느 시간대에 어느 상권에서 많이 결제한다’는 식의 자료다. 지점을 늘려가는 프랜차이즈 업체에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우리카드도 최근 빅데이터 팀을 신설하고 관련 연구에 들어갔다.

KB국민카드는 자체 쇼핑몰 ‘라이프샵’ 안에 해외 직접구매 전용 인터넷 몰을 만들었다. 비타트라·테일리스트·라튜·엘로로 등 유명 해외 직구 사이트와 제휴해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단 고객들과의 거래관계를 계속 확보해나가기 위한 조치다.

삼성카드가 반려동물 상담 및 반려인 커뮤니티 앱 ‘아지냥이’를 만든 것도 잠재 고객 확보 차원에서다. 아지냥이에는 하루 수십 건에 달하는 반려동물 상담 글이 올라오는데 수의사 출신 직원이 상담 글마다 세세하게 답변을 달아준다.

하지만 부수 업무 발굴이 쉽지만은 않다. 부수 업무를 하려는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해당 업무가 여신전문금융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경영 건전성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법에서 정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아닌지도 고려 대상이다. 생존을 위해 잿밥이라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법 규제를 다 따지다 보면 정작 수익성 있는 사업은 찾기 어렵다는 게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5년 카드사의 부수 업무에 대한 규제가 포지티브식(허용된 것을 빼고 모두 금지)에서네거티브식(금지된 것을 빼고 모두 허용)으로 바뀌긴 했지만, 막상 사업을 영위하다 보면 걸리는 법 규제가 한 두 개가 아니다”며 “신용정보법,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부수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가 조금 더 유연해져야 좀 더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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