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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의 미션 임파서블 평양 … “톰 크루즈 임무가 더 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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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미 정상회담 후속 협상차 방북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로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후속 협상차 방북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로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비핵화 후속 협상을 위해 6~7일 방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정상회담 때 비핵화에 합의했다지만 두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이 이행됐는지의 성적표는 부실하다. 정상회담 후 비핵화 ‘체크리스트’로 본 폼페이오의 방북길은 발걸음이 무겁다.

북·미 협상 체크리스트 #비핵화 조치, 미사일 실험장 폐기…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진전 없어 #북에 유리한 한·미훈련만 신속 중단 #유해 송환, 이번 방북서 성과 가능성 #김영철, 조명균 만나 “미와 잘 협의”

유해 송환=△

북·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 4항에서 ‘양측은 이미 확인된 미군 전쟁포로와 전쟁 실종자 유해의 즉각 송환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지난달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미군 유해의 운구함(나무상자) 100여 개를 북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 북측으로부터 유해 송환 계획과 관련한 언급이 없다. 단 폼페이오 장관 평양행에 기자단 6명이 동행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선물’로 준비한 유해송환을 취재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비용이 많이 드는 도발적 전쟁 연습’이라고 규정했다. 정상회담 1주일 뒤인 지난달 19일 한·미는 8월 실시 예정이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유예했다. 이후 주요 연합훈련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서명한 이후 직접 들었다”고 했던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실험장(평북 철산군 동창리 시험장) 폐기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을 실험한 곳이 동창리 실험장이다. 북한은 실험장 폐기와 관련해 어떤 공식적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종전 선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한반도에 지속가능하고 안정된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가시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남·북·미 간 종전 선언 문제와 관련해서도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남북은 4월 판문점 선언에서 올해 중 종전 선언을 하기로 합의했으며, 오는 9월 유엔총회가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합의사항의 신속한 이행=×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그(김정은)는 북한으로 돌아가는 길이며, 도착하는 즉시 곧바로 (공동성명 이행)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주에 모여 (비핵화 프로세스의) 세부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다음주에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고위급 후속 협의는 정상회담 뒤 3주 넘게 지난 1일에야 성사됐다.

북·미 간 핫라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김 위원장에게 내 직통 전화번호를 건넸고, 일요일(17일)에 통화할 것”이라고 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 간 핫라인이 가동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 측은 핫라인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체크리스트 대부분이 △나 ×라는 것은 향후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를 ○로 바꾸는 고난도 미션을 소화해야 한다. “톰 크루즈(영화 ‘미션 임파서블’ 주연배우)가 폼페이오보다 훨씬 더 쉬운 임무를 받았다”(미 국가이익센터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는 목소리가 워싱턴에서 나오는 이유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5일 방북 중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 폼페이오와의 6일 회동을 알린 뒤 “잘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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