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북한 관광상품 판매 금지” … 미국에 보여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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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정부가 최근 일선 여행사들에 지침을 내려보내 북한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시킨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 이후 중국 곳곳에 등장했던 북한 여행상품들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미국 “중국 대북 제재 느슨” #중국 여행사들, 위약금 보태 환불

베이징 외교가는 미국 수뇌부가 잇따라 “중국의 대북 제재가 느슨해질 조짐이 보인다”며 “아직 제재와 압박을 늦출 때가 아니다”고 경고하고 나선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의 여행업계 소식통은 “지난주 후반부터 이번주 초 사이에 지방별로 북한으로 보내는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지침이 여행사들에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품 모두 금지됐다”며 “북한과 접경 지역인 랴오닝(遼寧)성과 지린(吉林)성에는 예외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대폭 강화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하면서 당시 국가여유국(현재 문화여유부로 통합)이 내린 지침과 같은 내용이다.

이는 최근 북한 관광상품이 대거 등장했다가 일제히 사라진 정황과도 일치한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를 출발하는 북한 고려항공 전세기 편을 이용한 단체 관광상품들이 출발 직전 갑자기 취소됐다.

이로 인해 여행사들은 북한 상품을 구매했던 관광객들에게 위약금까지 보태 환불해 줬다. 이 밖에 시안(西安)-평양에 전세기를 운항하려던 계획도 중국 민항국의 최종승인을 얻지 못하고 취소됐다. 항공 노선이 재개된 상하이 지역에서도 북한 여행상품이 등장했다가 다시 자취를 감췄다.

또 ‘취날’ 등 온라인 여행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던 복수의 북한 여행상품도 지난달 27일을 전후해 사이트에서 모두 삭제됐다.

중국 여행 당국이 북·중 해빙 무드를 타고 한때 활기를 띠는 듯하던 북한 관광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안보리 제재 사항에 속하지 않는 여행상품 판매를 중국이 규제한 것은 미국을 향한 보여주기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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