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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띄워 해발 800m 영월 천문대에 우편물 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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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대응방안으로 2022년부터 드론 배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도서·산간지역 택배 서비스와 재해 지역 물품 배달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우정사업본부]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대응방안으로 2022년부터 드론 배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도서·산간지역 택배 서비스와 재해 지역 물품 배달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는 이달 중 강원도 영월에서 드론으로 우편물을 나르는 실험에 나선다. 드론이 강원도 영월 우체국에서 2.3㎞ 떨어진 해발고도 800m의 ‘별마로 천문대’로 소포를 배송한 뒤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IT 혁신’ #버튼만 누르면 배송·귀환 자동처리 #전남 섬마을 지역에선 실험 마쳐 #집배원 오토바이는 전기차로 바꿔 #공시생들 위한 보험상품 곧 개발 #농어촌 주민 펀드 가입도 쉬워져 #“우체국은 소외 계층 이어주는 끈”

지난해 11월 전남 고흥에서 4㎞가량 떨어진 섬인 득량도까지 우편물을 배송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산간 격지를 대상으로 드론 배송 실험에 나선 것이다. 드론 배송이 상용화하면 출발지와 목적지 좌표를 입력한 뒤 버튼을 누르면 이륙에서 비행·배송·귀환의 전 과정이 자동으로 처리된다. 이젠 집배원이 여객선을 타거나 직접 험한 산길을 오르며 우편물을 전달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 시범사업의 총대를 멘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내년에 자체 드론 및 관제시스템을 구축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인 드론 배송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물류 사각지대에 있는 도서·산간 지역에 우편·택배 서비스가 일반화하고, 재난·폭설에 따른 재해 지역에 긴급구호 물품을 배달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우정사업본부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주목을 받는 곳이다. 우편배달이라는 본업(?)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한 IT융합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 배송뿐만 아니라 ▶우편 물류 및 금융거래 정보 ‘빅데이터센터’ 건설 ▶‘무인 택배’ 도입 ▶인공지능(AI) 기술의 우표 디자인 적용 등이 그가 지난해 11월 취임한 뒤 선보인 사업들이다. 그는 “우정사업본부는 물류와 금융을 양대 축으로 하는 만큼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빅데이터 등 이른바 4차산업 혁명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드론은 합성 이미지. [사진 우정사업본부]

드론은 합성 이미지. [사진 우정사업본부]

최근에는 집배원 오토바이를 친환경 초소형 전기차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부피가 작고 기동성이 좋은 오토바이는 좁은 골목길을 다니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우편물을 35㎏까지만 실을 수 있다. 과거 ‘편지’ 시대에는 최적의 수단이었지만 지금처럼 부피가 큰 택배·소포가 오가는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초소형 전기차는 오토바이보다 약 6배 많은 200㎏까지 실을 수 있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도 80㎞로 오토바이(68.4㎞)보다 많다. 냉난방 시스템도 지원돼 집배원을 추위와 폭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매연을 배출하지 않아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강 본부장은 “우선 올해 1000여 대를 도입한 뒤 2020년까지 총 1만여 대를 보급할 계획”이라며 “현재 전국에 있는 1만5000대의 오토바이 가운데 3분의 2가 바뀌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기차는 오토바이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사용 연한이 길고 관리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경제성도 더 좋다”라고 덧붙였다.

IT뿐 아니라 금융 분야에서도 우정사업본부는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우체국 예금수신고는 지난 4월 사상 처음으로 7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수신고(63조6000억원)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서민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정기적금·정기예금·요구불예금(MMDA) 수신 금리를 0.2%~0.3%포인트 올리고, 영업시간 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출금·계좌이체 수수료 등을 폐지한 덕을 봤다. 인터넷은행인 K뱅크에 투자하고, 핀테크·로보어드바이저·블록체인 등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등 미래 ‘스마트금융’을 위한 기반 조성에도 활발하다.

강 본부장은 “최근 금융투자업 인가를 취득해 9월부터는 우체국에서도 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며 “농어촌 등 금융 소외지역 주민들이 손쉽게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우체국 이용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판매상품은 머니마켓펀드(MMF), 채권형 펀드 같은 안정적인 상품 위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체국의 물류와 금융을 결합해 서민·소외계층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드리는 용돈을 매달 한차례 현금으로 배달해 주는 ‘용돈 배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우체국 예금 가입자 고객이 우체국에서 현금배달 서비스를 신청하고 배달할 날짜를 지정하면 집배원이 현금을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준다. 나이가 많은 부모님이 직접 우체국을 방문해 현금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이와 비슷한 ‘공적연금 등 현금배달 서비스’는 우체국 예금이나 국민연금·군인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을 현금으로 배달해준다. 강 본부장은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들을 위해 한 달에 몇천원만 내면 수험생활에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질병을 보장해주는 보험상품도 개발하고 있다”라며 “민영 보험사에서 할 수 없는 상품을 우정사업본부에서 만들어보는 것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그의 주도로 나왔다. 그는 창의적인 서비스 발굴을 위해 수시로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아이디어 회의를 연다. 사업 지역을 자주 방문해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창업자·전문가·시민들이 물류·금융 분야의 아이디어를 내고, 24시간 회의를 거쳐 우승자를 선발하는 우정사업본부 주최 ‘해커톤’도 그의 아이디어 수집 창구다. 강 본부장은 “한국과 비슷한 우체국 경영환경을 가진 ‘일본 우정청’과 교류를 확대해 한국에 접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우정사업본부가 사회와 소외 계층을 이어주는 끈과 같은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할머니·할아버지께서 ‘눈이 오는 겨울에 우리를 찾아와서 손을 잡아주는 사람은 집배원밖에 없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며 “우정사업본부는 사회적 약자와 격오지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30년 넘게 공직 생활 중인 강 본부장은 진해우체국 업무과장을 시작으로 안동우체국장, 경북지방우정청장,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융합정책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등 우정사업·정보통신 업무를 두루 거쳤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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