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하철역에서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 못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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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실려있다.

1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실려있다.

올해 초 서울 주요 지하철역에 걸렸던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축하 광고를 내년부터 볼 수 없게 됐다.

서울교통공사는 광고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2일 개인이나 단체의 주장 또는 성·정치·종교·이념의 메시지가 담긴 ‘의견광고’는 게재하지 않기로 기준을 세웠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치적 인물이나 특정 단체의 성향을 드러내는 광고는 앞으로 게시가 불가능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 모임은 지난 1월 24일 생일을 맞은 문 대통령을 축하하고자 지하철 주요 환승역 10곳에 이벤트 광고를 설치했다. 이는 인기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로 주로 사용됐는데, 처음으로 정치인이 그 대상이 되면서 찬반 논란이 불거졌다. ‘신선하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공공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이외에도 페미니즘 숙명여대 중앙여성학동아리(SFA)의 페미니즘 광고와 대학생연합동아리 ‘대학생겨레하나’의 판문점선언 지지 광고를 지하철 내에 게시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 다양하다 보니 성·정치·종교·이념의 메시지가 담긴 ‘의견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하철을 논란의 장으로 자꾸 끌어들이지 말라”라며 “지하철은 모두에게 편안한 이동을 제공하는 것이지 논쟁의 공간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에 수백만명이 타고 내리니깐 의견을 표현하고자 하는 매력적인 공간일 수 있겠지만, 노이즈 마케팅의 공간으로까지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지하철 상업광고도 점차 문화예술 광고로 전환해 시민 모두가 편안한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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