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하드디스크 디가우징 전 '백업 완료' 알려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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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 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 전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퇴임 전 자신의 하드디스크에서 일부 자료들을 백업해 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4일 연합뉴스 등 복수의 매체들은 대법원을 인용해 법원행정처 전산실이 대법원장실로부터 양 전 대법원장의 컴퓨터에 대한 '데이터 백업이 완료됐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퇴임식이 있던 지난해 9월 22일, 백업 지원여부 등을 전산직원들에게 문의했고, 회수작업은 3일 뒤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전산실에 '백업을 완료했다'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전산직원은 이날 '백업 완료' 통보가 당일 폐기하라는 지시인지 불분명해 폐기시기에 대해 대법원장실과의 논의했고 그 결과 국정감사 준비기간과 추석 연휴가 이어져 10월 31일로 디가우징이 미뤄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백업 등이 완료됐다는 통지를 받기는 했지만 실제로 백업을 했는지를 확인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공개한 '컴퓨터 저장장치 폐기 관련 안내사항'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대법관실에서 백업 등이 완료된 후 즉시 폐기하라고 지시하면 당일이나 짧은 시간 내에 폐기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런 지시가 없는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2주 이상 보관하다가 그 이후에 작업을 진행해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되면 협조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지난 15일 대법관 13명이 "근거 없는 재판거래 의혹으로 혼란을 주는 일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되면 협조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지난 15일 대법관 13명이 "근거 없는 재판거래 의혹으로 혼란을 주는 일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뉴스1]

일정 보관 기간을 두는 이유는 당사자가 필요한 정보를 백업하지 않거나 백업에 문제가 있어 폐기 지시한 하드디스크를 급히 찾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디가우징된 것으로 알려진 양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 복사본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있다면 검찰이 강제수사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은 전날 법원 내부 게시판을 통해 "(검찰) 수사팀이 대법원 청사 내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에서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입회 하에 수사에 필요한 하드디스크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등의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법원행정처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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