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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은 미친 게 아니라 솔직했던 것" 슈만에 푹 빠진 듀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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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오른쪽)와 피아니스트 문지영. 슈만이 좋아 만난 이들은 슈만으로 가득한 공연을 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오른쪽)와 피아니스트 문지영. 슈만이 좋아 만난 이들은 슈만으로 가득한 공연을 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두 사람은 로베르트 슈만 때문에 만났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30)와 피아니스트 문지영(23). 국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주목받고 있는 연주자들이다. 이들은 하노버 요아힘, 파가니니 등 바이올린 콩쿠르, 제네바와 부조니 피아노 콩쿠르 등 화려한 대회에서 줄줄이 입상했다. 그러나 함께 연주할 기회는 없었다. 문지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다니고 있고, 김다미는 예원학교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피아니스트 문지영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함께 슈만을 연주하기 위해 둘은 만났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주저없이 슈만을 꼽는다는 점에서 똑같아 한 무대에 선다. 이들에게 물었다. 알려진 슈만과 연주해본 슈만은 어떻게 다른가.

슈만은 말년에 우울증 등 정신병으로 고통받았다.

문지영(이하 문): 다들 슈만이 꼬였다, 미쳤다 하는데 나에게는 명확해 보인다.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는 진행이 사실은 감정 덩어리의 연속일 뿐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냥 풀어놓은 작곡가였다.
김다미(이하 김): 대부분 우울증으로 슈만을 기억하지만 나에게 슈만은 환희로 연결된다. 우울한 사람이었지만 누구보다 기쁨을 잘 아는 작곡가였다. 인생의 행복을 충분히 느꼈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슈만은 바흐ㆍ베토벤에 비해서 논리정연하지 않다.

문: 몇년 전 한 콩쿠르 1차 무대에서 베토벤ㆍ프로코피예프를 쳤는데 망했다할 정도로 못쳤다. 2차 무대의 슈만 환상소곡집을 준비하면서 이 곡이 어떤 곡인지 와닿지가 않았다.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 연주하면서 무아지경을 경험했다. 내가 제어하지 않아도 음악이 흘러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슈만의 어떤 곡을 가장 좋아하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답한다. "지금 치고 있는 곡!"
김: 연주자들은 슈만을 연주하면서 계속 투쟁해야 한다. 테크닉이나 음악적 이해를 완성하기 위해 슈만은 연주자가 늘 뭔가와 싸우도록 만들어놨다.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완전히 순수한 아름다움만은 아니다. 아주 다양한 면이 있는 것이 슈만의 매력이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슈만의 바이올린 작법은 불완전했다.

김: 바이올린을 완벽하게 익힌 작곡가라는 생각은 안 든다. 활을 아끼면서 지속적으로 소리를 내야 하는 부분에서 큰 음량을 요구하는 식이다. 실패작이라는 평가도 받는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높은 음역대의 화려한 면을 부각시키지도 않는다. 너무나 어려운 곡이지만 연주자 관점이 아니라 작곡가 관점에서 그의 성향과 인생을 떠올리며 연주하면 마음에 와닿는다.
문: 우리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나타에서도 낮은 음역대를 주로 쓴다. 중간 음역대는 슈만 본인이고 낮은 음역은 장인 어른이나 상상 속의 중재자라는 생각이 든다. 피아노곡에 비해서 클라라를 많이 안 찾는데(웃음) 말년을 바라보는 작곡가의 태도가 느껴진다.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자주 녹음ㆍ연주 되지 않는다.

김: 우리 둘은 이 곡의 첫 리허설 후 “왜 자주 연주 안되는 거야?”라는 말을 반복했다. 아마도 슈만의 바이올린 곡에 대한 편견 때문에 제대로 듣기도 전에 판단한 이가 많았으리라 본다.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에는 아름다움, 어려움, 화려함, 또 찬송가에서 인용한 경건함까지 있다. 다양한 매력 때문에 그냥 듣기에도 좋은 곡들이다.
문: 사실 이 곡을 무대에서 연주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슈만의 피아노 소나타 세 곡처럼 바이올린 소나타 세 곡도 전부 단조 조성이다. 작곡 시기는 많이 떨어져 있지만 슈만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올린 소나타에서는 베토벤과 브람스의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김다미와 문지영은 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1ㆍ3ㆍ2번 순서로 연주한다. 앙코르까지 슈만으로 준비하고 있는, 슈만으로 가득찰 슈만 매니어 콘서트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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