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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대 비자금 조성' 말레이시아 나집 전 총리 기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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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전 총리가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나집 전 총리는 재임기간 국영기업 1MDB를 통해 수조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이날 법정 기소됐다. [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전 총리가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나집 전 총리는 재임기간 국영기업 1MDB를 통해 수조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이날 법정 기소됐다. [EPA=연합뉴스]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아온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3일 자택서 체포, 밤새 구금했다 오늘 법정기소 #반부패법 위반 등 혐의…최장 20년 징역형 가능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쿠알라룸푸르 형사기록법원에서 나집 전 총리를 국영투자기업 1MDB와 관련한 3건의 배임과 반(反)부패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나집 전 총리는 전날 오후 3시10분쯤 쿠알라룸푸르 자택에서 체포돼 푸트라자야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 본부에서 밤새 머물렀다가 이날 법원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나집 전 총리가 2014년 12월에서 2015년 3월 사이 1MDB의 자회사에서 1000만 달러(약 111억원)를 송금받는 등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각 혐의의 형량은 최장 20년 징역이며, 고령인 까닭에 태형은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건은 즉각 고등법원으로 이첩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전날 나집 전 총리의 체포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지난 5월 선거 참패 이후 그를 향한 수사망이 죄어왔다고 전했다.

나집 전 총리는 총리 재임 동안 측근들과 함께 1MDB를 통해 45억 달러(약 5조원)가 넘는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1MDB는 그가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이다. 말레이시아 당국 조사에 따르면 부실 운용에 따른 1MDB의 손실 규모는 500억 링깃(약 13조80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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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달 나집 자택과 은신처 등을 압수 수색해 2500억∼3000억원대의 사치품과 현금을 확보했다. 여기엔 나집의 아내인 로스마 만소르 소유로 추정되는 보석류와 명품핸드백, 고급시계 등이 포함됐다. 나집 전 총리 측은 압수된 물품이 오랜 기간에 걸쳐 받아온 '대가성 없는 선물'이며 현금과 외화가 당 비밀자금이라는 입장이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이를 현금화해 국고로 환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27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나집 라작 전임 총리 일가에게서 압수한 보석류 사진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6월 27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나집 라작 전임 총리 일가에게서 압수한 보석류 사진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나집 전 총리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이것이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집은 이날 법원 출석에 앞서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나집은 2015년 1MDB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자신의 연루 의혹을 내사하자 검찰총장을 경질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 지난 5월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루고 재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맛(93)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나집 전 총리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는 등 '적폐 청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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