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학부모 "휴대폰 없이 등교 말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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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가지고 등교하면 안된다고?"

미국 뉴욕시의 학부모들이 화가 났다. 뉴욕시의 초.중등 학교가 '교내 휴대폰 소지 금지'조항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은 "휴대폰은 자녀와 부모를 이어주는 유용한 수단"이라며 휴대폰을 아예 갖고 오지 말라는 교장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뉴욕타임즈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뉴욕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학생들의 휴대폰 소지가 금지돼왔다. 그러나 이는 있으나마나한 조항이었다. '수업시간에만 벨이 울리지 않으면 된다'는 무언의 약속 아래 많은 학교에서는 휴대폰 소지가 묵인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부룩클린의 어콘 고등학교에서 '학교 안전'을 위해 금속탐지기로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총기류나 마약 등 위험물을 가진 학생들을 찾기 위해 경찰이 학교와 협조해 실시한 검사였다. 이날 마리화나를 소지했던 한 학생은 경찰을 보자 달아났고, 쓰레기통에서는 칼이 들어가 있는 박스가 발견됐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이날 금속탐지기가 더 많이 찾아낸 것 중에는 휴대폰 129개, CD플레이어 10개, iPod 2개 등이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금지 물품이므로 학교는 이를 압수했다. 그리고 나서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이 휴대폰을 갖고 등교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 보냈다.

학부모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사정을 몰라도 너무도 모른는 소리라는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이 염려돼 휴대폰없이 집 밖을 나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은 부모들은 휴대폰이 없었다면 아이가 버스를 타고 집에 잘 오고 있는지, 지하철에서 잘 내렸는지, 혹은 낯선 동네에 가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과외활동은 잘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대폰이 사치품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필수품'이라는 것이다.이같은 세태를 반영, 뉴욕타임스는 "도시 생활에서 휴대폰은 아이와 부모를 연결해주는 또하나의 '탯줄'"이라고 말했다.

학교 교장이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고 '휴대폰 소지 금지' 조항을 계속 밀어부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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