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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하는 사회|건강하게 삽시다|난치병 정복 멀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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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건강하게 살자.」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영양· 섭생· 운동도 중요하지만 암을 비롯한 난치병을 극복해야 한다. 이제 21세기를 맞기까지 10년 남짓 남았다. 그 사이에 이들 난치병이 어느 정도 정복될 수 있을지 분야별 전문가를 통해 연구현황과 치료 전망을 알아본다.

<암>
대표적 난치병인 암은 여러 가지 진단과 치료법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21세기초에는 치료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이나 스트레스의 증가, 환경의 영향, 평균수명 연장으로 인한 노인인구의 증가와 암 진단법의 확립으로 유병율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0년대에는 암 치료율이 20%, 즉 5명중 1명이 치유되던 것이 50년대에는 4명중 1명, 70년대에는 3명중 1명이 치유됐으며 80년대 초에는 46%로 높아졌고 2000년에는 6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5년 생존율이 극히 낮은 폐암은 흡연중지 등으로 인한 발생률감소· 조기진단· 치료율 향상으로 전체 암 치료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암 치료율의 향상에는 우선 정확한 진단이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서울대의대 조한익 교수 (임상병리과) 는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는 종목이 현재의 2백여 종에서 10년 후에는 4백∼5백 종으로 늘어나게 되며 로봇 검사장비의 등장과 특수필름에 혈액을 묻혀 검사하는 건화학검사법 등이 신속· 정확한 암 진단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화학검사법 개발>
서울대의대 장기현 교수 (진단방사선과) 도 CT나 MRI 등 영상진단장치 이용기술의 발전으로 암세포의 파급범위를 조기에 진단함으로써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결정과 치료경과 관찰, 예후 판정에 좋은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정선 교수(서울대의대· 생화학) 는 70년대 후반 이후 분자생물학의 발달은 각종 유전병이나 암을 비롯한 유전적 소인을 가진 질환의 해명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DNA 탐식자법에 의한 감염성질환의 진단과 분자 클로닝법에 의한 각종 유전자의 분석으로 질병상태를 정확히 판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치료분야에서도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및 면역요법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인제대 내과 김예회 교수 (백병원 암센터소장) 는 새로운 항암제의 등장과 화학요법의 개발은 진행 암의 치유율을 높여주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수술 후 화학요법으로 Ⅲ기 위암의 관해솔 (암세포의 소멸률) 을 63%까지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고단위 화학요법· 유도화학요법 등 여러 가지 화학요법이 임상에 이용되고, 또 계속 발전되고 있다.

<암세포만 골라 공격>
김 교수는 현재 내성이 생기는 기전과 내성 극복방법에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암세포만 공격하는 독성이 적은 약제개발을 위해 미국에서만 연간 5천 종 이상의 물질을 스크리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각종 암에 대한 원인이 밝혀지고 암에 걸리기 쉬운 고위험군에 대한 표준예방법이 보급됨으로써 전 암 단계에서 암을 예방하는 쪽으로 가게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제대 서현숙 교수 (백병원 치료방사선과) 는 암 치료에서 방사선분야의 공헌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컴퓨터를 통한 3차원적인 치료계획 수립으로 정상조직에 해를 주지 않는 조사법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세계에서 매주 4백명씩 늘어나던 AIDS (후천성 면역 결핍증) 감염자가 요즘은 매주 1천8백명 정도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AIDS 환자가 처음 보고된 후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별다른 치료법이 나오지 않은 채 희생자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3%가 2000년까지 치료에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이란 견해이고 보면 사정은 퍽 비관적이다.
그러나 일본의 의학자 그룹은 97∼98년께면 AIDS를 포함한 질병에 유효한 항 바이러스 제가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파경로 차단주력>
연세대의대 이원영 교수 (미생물학) 는 AIDS 바이러스의 구조가 특이하고 독감처럼 변이 수가 많기 때문에 백신개발이 늦어지고 있으며 치료제 역시 정상세포에 해를 주지 않는 신약개발이 아직은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이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특정의 효소를 차단시켜 바이러스가 못 자라게 한다든가 바이러스를 속이는 비슷한 세포를 만드는 방법 등이 현재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AIDS는 그 원인균과 전파경로가 알려져 있는 만큼 예방차원에서 전파를 차단하는데 보다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AIDS가 지금은 요란을 떨고 있지만 다른 전염병이 그랬던 것처럼 장기적으로는 점차 위세가 꺾여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 AZT보다 우수하다는 바이러스 증식억제제가 합성돼 곧 예비실험에 들어간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뇌졸중>
뇌졸중 (일명 중풍) 은 혈관이 터져 출혈된 피가 뇌 조직을 압박하거나 (뇌출혈) 뇌혈관의 어느 부위가 막혀 (뇌경색) 여러 가지 증세와 장애를 초래하는 병으로 한국인 사망원인의 1위를 차지하는 병이다.
서울대의대 이상복 교수 (신경과) 는 CT와 최근에 등장한 MRI (자기공명영상장치) 덕분으로 뇌졸중의 종류는 물론 위치와 병변의 정도를 신속· 정확히 알 수 있게 돼 과거에 비해 훨씬 예후가 좋은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말하고 여기에 PET (양전자방출단층촬영) 가 가세된다면 혈류상태와 신진대사율까지 알 수 있어 더욱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뇌졸중 사망률 줄 듯>
이 교수는 뇌졸중은 뇌 조직이 괴사되기 전에 손을 써야한다면서 멀지않아 시간경과에 따른 뇌 조직의 화학적· 형태학적 변화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여기에 맞는 혈전용해제 등의 약제를 즉각 투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등 위험군에서의 철저한 예방책이 강구돼 노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은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심장병>
우리 나라는 심장병 가운데서도 고혈압에 의한 고혈압성 심장병과 관상동맥의 협착으로 인한 허혈성 심장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초음파 기기나 MRI 등 진단기술의 향상과 새로운 약제의 개발로 심장병 정복의 전망도 매우 밝은 편이다.
서울대의대 서정돈 교수 (순환기내과) 는 앞으로는 동맥내시경의 발전으로 동맥경화성 질환을 더욱 세밀히 진단할 수 있을 것이며 협심증의 원인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현재 많이 시행되고 있는 관상동맥 우회술은 점차 관상동맥확장술 (PTCA) 이나 보다 작용이 확실한 혈전용해제로 대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PTCA란 끝에 풍선이 달린 가느다란 심도자를 혈관을 통해 협착부위에 넣고 풍선내압을 증가시켜 혈관내벽에 불은 기름덩어리를 납작하게 눌러 혈관을 넓혀주는 방법으로 국내에서도 시술병원이 늘고 있다.
레이저를 이용해 혈관에 낀 지방질을 태워 없애버리는 방법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성공을 거둔바 있다.
고혈압도 치료제 개발 쪽에서 큰 진전이 기대되는데 부작용은 적으면서 효과는 더 좋은 강압제가 속속 등장할 것이며 사용하이 간편한 붙이는 약도 기대할 수 있다. 혈압의 정상관리는 뇌졸중과 같은 질환의 감소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간장병>
고려대 의대 내과 이창홍 교수 (부속 구로병원) 는 우리 나라에서는 아무래도 만성간염과 간경변· 간암이 문제성 있는 질환이라고 밝히고 그 중에서도 경변증과 암의 원인이 되는 B형 간염의 치료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해결되면 경변증과 간암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될 수 있다는 것.
우리 나라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가 인구의 8%나 된다. 간염백신의 접종확대가 예방에 기여하고 있으나 완벽한 예방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 교수는 최근 시도되고 있는 B형 만성간염의 약물치료는 모두체내에서 바이러스의 박멸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 바이러스의 복제를 주관하는 유전자조절기구의 기능을 차단하는 획기적인 약물이 개발되기 전에는 박멸이 불가능하므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 내지 제거하는데 1차 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간암의 경우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예후가 나쁘기 때문에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AFP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비롯, 영상진단법의 복합적 이용으로 직경 2㎝정도의 미세 간암 발견률이 높아지고 있어 간 절제술을 통한 치료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혈당 자동조절 기대>당뇨병
우리 나라 사망순위 9위를 차지하는 당뇨병은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섭취열량의 증가, 상대적인 운동량 감소에다 스트레스의 누적으로 유병률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혈당이 높아지면 혈관 손상으로 인한 여러 가지 합병증 (망막증이나 신증·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괴저· 신경증 등) 을 초래하기 때문에 혈당조절이 치료의 기본으로 이에 관련된 치료법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가톨릭 의대 내과 계호영 교수(강남성모병원) 는 인슐린을 많이 나오게 하는 경구혈당 강하 제나 말초조직에서 인슐린의 작용을 강력하게 촉진하는 보다 효과적인 약들이 개발되고 있고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손 교수는 또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법에서도 주사대신 먹는 인슐린이 등장하게 될 것이며 인슐린 자동주입기가 더욱 개량되고 혈당을 자동 조절하는 휴대용 고성능 인공췌장기의 등장도 21세기초에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도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이식하거나 췌장의 부분이식, 또는 유전공학 적인 방법을 이용, 인슐린을 정상적으로 분비하는 유전자를 세포에 집어넣어 이것을 복강 안에 이식하는 방법도 연구 중에 있다고 손 교수는 전한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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