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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도 목수 견습생 출신 … 견습생 교육하는 유럽 직업학교 한국서도 성공할까

중앙일보

입력

[김환영의 책과 사람] (18) 《나도 간다! 유럽 직업학교》 양소영 교육 칼럼니스트

유럽 4개국 12개 직업학교 가보니
유럽 학부모들도 아이들 대학 진학 바라지만
‘직업학교가 더 좋다’는 선생님 판단 존중

유럽 직업학교 가면…
학비 무료, 정규직 70% 월급
나중에 원하면 얼마든지 대학 진학

우리나라 학생들도 유럽 직업학교 유학 가능
‘꼴찌’라도 중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되고
일정 수준 이상 독일어 구사력 필요

인공지능(AI) 시대 직업학교는 풍전등화?
“사람과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각기 다르다”
직업학교는 보다 창의적인 장인 양성 위해 진화 중

예수의 삶은 대략 30세 전후로 사생활∙공생활 시기로 나뉜다. 그가 ‘신국(神國)’을 선포하기 이전인 사생활 시기는 미스터리다. 인도로 유학 갔다는 주장이 있다. 예수의 사생활 직업은 목수로 알려졌지만, 목수는 잘못된 번역이며, 목수가 아니라 장인(匠人) 혹은 석공(石工)으로 번역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주장도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정) 성당에 가면, 예수를 ‘목수 도제(carpenter’s apprentice)’로 형상화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유럽의 문화와 역사는 ‘신(神)의 아들’인 예수가 공생활 인생 이전에는 도제(徒弟, apprentice), 즉 “직업에 필요한 지식, 기능을 배우기 위하여 스승의 밑에서 일하는 직공” 시기를 거친 목수였다고 인식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있는 예수를 목수 도제(carpenter’s apprentice)로 형상화한 작품. [사진: Txllxt TxllxT]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있는 예수를 목수 도제(carpenter’s apprentice)로 형상화한 작품. [사진: Txllxt TxllxT]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있는 예수를 목수 도제(carpenter’s apprentice)로 형상화한 작품. [사진: Txllxt TxllxT]

유럽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에서 목공∙석공을 비롯한 장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사회적으로 상당히 대접받는 대상이다.

유럽에서 발달한 직업학교는 멀리는 예수의 시대나 독일의 12세기까지 올라가는 도제 제도의 근현대적 표현이다. 우리나라는 장점이 많은 유럽의 직업학교 제도를 이식∙도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럽 직업학교를 법적∙제도적, 건물∙시설과 같은 물질적 차원에서 이식∙도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울 듯하다. 유럽의 직업학교를 성공시킨 전통이나 교육 철학까지 한국화하는 것은 좀 더 어려울 같기도 하다.

나도 간다! 유럽 직업학교

나도 간다! 유럽 직업학교

《나도 간다! 유럽 직업학교》 양소영 지음, 꿈결

양소영 교육 칼럼니스트가 최근 《나도 간다! 유럽 직업학교》를 출간했다.  독일∙덴마크∙스위스∙오스트리아의 12개 직업학교를 직접 방문해 취재하고 연구한 성과다. 양소영 작가를 인터뷰했다. 다음이 인터뷰 요지.

- 교육 전문가로서 국내외에서 수많은 학생∙학부모∙선생님을 만나셨는데, 우리나라 교육의 최고 문제점은?
“모든 교육의 초점이 대학입시에 몰려있다. 사회가 다양해지고 있고 학생들도 개성이 다양하다. 저도 부모로서 마찬가지인데… 기성세대는 모든 교육 논의를 대학 입시에 치중하고 있다.”

- 반대로, 우리나라 학생∙학부모가 대학입시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학원도 안 보내고 대입을 아예 포기하는 상황 또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균형을 찾아야 하는데…
“맞다. 저도 유럽의 직업학교 현장을 보면서 균형적인 배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배움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다. 유럽에서도 자녀가 대학 가는 것을 원치 않는 부모는 없었다. 동양과 서양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유럽 학부모들은 아이 적성이라든가, 대학을 입학했을 때 졸업하지 못할 경우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생각해보고 판단한다.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에, 직업학교 혹은 대학으로 진학하라는 선생님의 진로지도를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어떤 균형이 맞춰지는 것 같다.”

- 한국에서 유럽식으로 대학진학을 줄이고 직업학교로 가라고 국가가 유도한다면, 학부모들이 데모하지 않을까. ‘우리 애가 대학 가야 하는데 직업학교가 왠 말이냐’며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을 직업학교로 보내라고 하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의 사회∙경제 인프라, 직업학교 인프라라든가 기업의 참여, 취업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그렇다. 유럽의 경우에는, 취업과 직업학교 졸업 이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가 열려 있다. 직업학교에 대한 인식 또한 우리와는 상당히 차이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직업학교를 둘러싼 제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직업학교로 보내라고 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다. 지금 현재는 그렇다.”

- 한국 학부모는 자녀들 과외비 부담이나 불투명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대입 때문에 고민한다. 차라리 ‘우리 애는 독일로 유학을 보내자’고 할 수도 있다. 과도한 과외비 부담을 고려하면, 어떻게 보면 경제적으로는 그게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책에 보니, 독일 직업학교 같은 경우에는 입학자격이 중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된다는데.
“중학교 졸업장이 있어야 하고, 왜 직업학교에 들어가고 싶은지 설명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독일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독일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독일어 능력이 있어야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읽고 쓰고 학습하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원어민 수준까지는 아니다. 그 외 다른 큰 자격 조건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는 학교 졸업 후 기업에 취업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일단 그 학교와 연계된 기업에 먼저 취업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취업, 후학습’이라고 표현한다. 입학이 먼저가 아니라 입사가 먼저다.”

양소영 교육 칼럼니스트

양소영 교육 칼럼니스트

- 가상의 어떤 학생이 초등학교 5~6학년인데, 공부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 이 아이를 독일 직업학교로 보내는 것은 어떨까? 다른 과외 다 집어치우고 독일어만 공부시키고 중학교 졸업장만 받으면, 독일 직업학교로 유학 갈 수 있다. 직업학교 졸업하고 나서 나중에 원하면, 대학도 갈 수 있다. 굉장히 좋은 옵션이다. 그런데 학비는?
“학비는 내지 않는데 생활비가 든다. 독일에서는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다. 일단 취업을 하게 되면 월급을 받는다. 도제는 보통 정규 직원의 70%의 급여를 받는다. 그 급여로 생활한다. 기숙사, 지역 상공회의소나 회사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50만원 정도인 월세를 내고 생활할 수 있다. 제가 독일에서 스페인에서 온 학생을 만났는데 자신이 번 돈으로 월세를 내고 저축도 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 책에 나오는 직업학교들은 외국 학생 비율이 40~50%까지 된다. 직업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 15세~16세다. 부모들로부터 떨어져 살아야 하는데… 청소년기 방황이나 그런 것은 없는가?
“왜 없겠는가. 가장 큰 어려운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을 보낼 때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그 문제다. 제가 만난 19, 20살 스페인 학생들 경우에는, 고국 스페인에서 학교를 마치고 독일에서 취업하고 기술을 더 배우기 위해 온 학생들이었다. 또 한 학생은 태국 학생이었는데, 언니가 결혼해서 독일로 이주한 케이스였다. 그는 언니하고 같이 생활했다. 홀로 나와 있는 경우를 저는 만나지 못했다. 있기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나중에라도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경우에, 문과의 경우에는 인문학, 이과인 경우에는 수학∙과학을 배워야 하는데. 직업학교에서 가르쳐주는지.
“주로 직업학교에서 배운 일과 관련된 전공으로 대학에 가는 경우가 많다. 이미 기본 학습은 직업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동떨어진 학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진학에는 큰 어려움은 없다.”

- 한국에서 직업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유럽의 경우처럼 정부∙학교∙회사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제가 가본 4개국 모두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기업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학생들을 취업시켜 도제로서 회사에서 받아들이고 학생들을 안전하게 교육을 해서 사회에 내보낸다. 자기 회사에 꼭 입사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게 기업의 사회적 책무, 기업 홍보에 이익이기 때문이다. 또 젊은 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또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 도제 교육이라는 전통이 필요하고, 철학도 필요하다. 책에 보니, 독일 직업교육의 역사는 12세기까지 올라간다. 브르크도르프 직업학교 경우에는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를 교육철학으로 삼는다고 했다. 국가와 사회,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업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특성화고∙마이스터교가 생겼고 2014년부터 일∙학습 병행제를 실시하고 있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한국에 직업학교 제도를 이식∙도입하는 게 힘들지는 않은가?
“불가능한 것은 없다. 정착해서 성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이번에 할아버지가 한 일과 같은 일을 하고 싶어서 직업학교에 진학한 손자들을 많이 봤다. 사회적 인식이 뒷받침한다. 자동차 기술자, 벽돌공, 시계공 같은 기술인∙직능인∙마이스터(Meister)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다. 사회적 인식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다. 부모와 할아버지, 조상 대대로 살아온 것을 아이들이 체험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나도 아버지가 했던 일을 하고 싶어요’라며 직업학교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인식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갖춘 다음, 직업학교 졸업생들의 성공 사례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가시적으로 ‘아, 이 학교에 가고, 이런 전문분야를 했더니 이렇게 성공을 했다’는 사례를 언론이라든가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서 학부모들이 접하게 된다면, 안 보낼 학부모가 없을 것이다.
아이들도 사회도 다양해 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와 부모들이 대학입시만 붙들고 있는 이유는 아이를 대학을 보내야 아이의 진로에 유리하다고 부모들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업학교를 나오는 게 우리 아이들 진로, 취업에 유리하고 아이들이 돈도 벌면서 공부할 수 있고, 대학도 직업학교 나온 아이들을 먼저 선발한다면, 부모도 학생도 직업학교를 선택할 것이다.”

양소영 교육 칼럼니스트

양소영 교육 칼럼니스트

- 책에 보면, 코펜하겐의 어떤 직업학교는 로봇을 이용해 가구를 제작한다. 직업학교는 결국 장인을 학교에서 키우는 시스템이다.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 장인∙도제 제도가 흔들리지는 않을까? 유럽 직업학교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제가 그 질문을 선생님, 교장 선생님, 직업교육 관계자, 연구자들에게 빼놓지 않고 물어봤다. 그분들의 생각은 결론적으로 낙관적이었다. 그분들 이야기의 핵심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구분된다는 것, 기계가 사람이 창의적인 일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다.
AI 시대를 맞아 직업학교 교육도 바뀌고 있다. 단순히 기능공을 기르는 데 멈추지 않고, 좀 더 깊은 사고하고 좀 더 창의적인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 목표∙과정이 계속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공장을 보더라도, 예전에는 이 섹션의 이 분야만을 알면 된다고 교육했다. 이제는 전체 프로세스를 다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닌 학생들을 기르기 위해 교육과정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실 말씀은?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세 아이를 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얼굴 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성격도 다르고 재능도 각기 다 다르다. 저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본인의 소중한 가치를 잘 알고 자신의 꿈을 다양하게 계획하고 또 펼쳐나갈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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