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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문득 찾게 되는 핫한 그 맛 ‘빨간 맛? 매운맛!’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왼쪽부터) 김한설·김민건·김민솔·주은성 학생기자가 매운맛 관련 토의 후 각자 양념통·국내 고추·헝가리 고추 등을 들어 보였다.

(왼쪽부터) 김한설·김민건·김민솔·주은성 학생기자가 매운맛 관련 토의 후 각자 양념통·국내 고추·헝가리 고추 등을 들어 보였다.

답답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다가도 먹고 나면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하는 애증의 매운맛. 매운 걸 섭취한 후 속이 쓰릴 때면 과다한 캡사이신(capsaicin) 때문일까 걱정도 듭니다. 캡사이신이 뭐길래 우리 입맛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걸까요.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겠죠.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많다는 소중 학생기자·모델이 친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해보고, 매운맛에 대해 한 발 더 들어가 알아봤습니다.

배탈 나 고생해도 먹고 싶은 매운맛, 건강하게 즐겨볼까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동행취재=김민건(경기도 관문초 6)·김민솔(서울 세화여중 1)·주은성(과천 청계초 6) 학생기자·김한설(인천 동양중 2) 학생모델, 서면취재=김동률(서울 위례별초 4)·김정연(서울 월곡초 5)·김하솔(대구 도남초 6)·윤신혜(서울 전동중 1)·이지윤(서울 용마초 5) 학생기자·김신희(용인 독정초 5) 학생모델,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강민혜 기자, 도움말=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자료=『고추 이야기』

※ '나의 매운맛 이야기' 설문조사는 이렇게 시행했습니다.

기간: 2018년 6월 11~20일
대상: 전국 초4~중2 학생
참여: 총 188명(여자 112명/남자 76명)

매운 음식을 즐겨 먹나

예 49% 아니오 51%

일주일에 몇 번 먹나

거의 먹지 않는다 35%
주 1회 29%
주 2회 22%
주 3회 이상 14%

가장 즐겨 먹는 매운 음식은

떡볶이 53%
불닭볶음면 28%
라면 15%
기타 12%(고추장·고추냉이·매운 볶음밥·매운 치킨·매운 곱창·매운 족발·치즈떡볶이·쭈꾸미볶음·짬뽕·쫄면·없음)
김치 11%
닭발 5%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나

예 45% 아니오 55%

매운 음식을 먹고 나서 아팠던 경험이 있나

예 51% 아니오 49%

매운 음식 성분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

예 35% 아니오 65%

김민솔 학생기자가 우리 고추를 들고 있다. 김 학생기자는 엽기떡볶이의 매운맛을 좋아한다.

김민솔 학생기자가 우리 고추를 들고 있다. 김 학생기자는 엽기떡볶이의 매운맛을 좋아한다.

매운맛 전성시대입니다. 매콤한 치킨 향부터 독특한 까르보나라 가루를 첨가한 매운 라면까지 다양한 양념을 첨가한 매운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겠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설문조사를 통해 먼저 초·중학생들이 실제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각자 적게는 십여 명에서 많게는 서른 명까지. 각자 친구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소중 학생기자단 중 김민건·김민솔·김한설·주은성 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결과를 살펴봤죠. 응답자의 49%가 '예'라고 답해 '아니오'와 비슷한 수치가 나왔어요. 극강의 매운맛을 느껴본 경험으로는 "착한맛, 덜매운맛, 오리지널(기본 매운맛), 매운맛으로 나뉜 떡볶이 업체 엽기떡볶이서 가장 높은 단계인 매운맛을 먹어요", "한정판으로 나왔던 매운맛 라면인 핵불닭볶음면에 매운 양념을 더해서 먹죠", "매운 떡볶이에 불닭볶음면까지 함께 먹은 적이 있어요" 등의 답을 써냈습니다.

매운 음식을 먹는 이유는 다양했죠. "친구와 싸우고 속상할 때", "시험 끝나고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를 없애고 싶어서", "중독성이 있어서 갑자기 먹고 싶을 때가 오죠", "몸이 피곤해지면 찾아 먹어요" 등입니다. 학생들은 '주 1회'(29%) '주 2회'(22%) '주 3회 이상'(14%) 순으로 매운맛 음식을 먹었는데요. '거의 먹지 않는다'는 친구도 35%에 달했죠. 설문과 취재에 참여한 김한설 학생모델은 "일주일에 다섯 번은 꼭 매운 음식을 먹어요"라고 말했죠. 김민건 학생기자는 "편의점에서 친구들이랑 매운 라면을 자주 사 먹어요"라며 "한정판으로 판매하던 가장 매운맛이 있었는데요. 먹자마자 토한 적도 있어요"라고 고개를 저었어요.

김정연 학생기자가 분식집에서 매운 떡볶이를 먹고 있다.

김정연 학생기자가 분식집에서 매운 떡볶이를 먹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매운 음식은 뭘까요. 학교 앞 분식집부터 엽기떡볶이·신전떡볶이·신불떡볶이 등 매운맛을 자랑하는 프랜차이즈까지. 떡볶이 집을 자주 방문한다는 친구들이 53%로 가장 많았습니다. '불닭볶음면'(28%), '라면'(15%), '김치'(11%), '닭발'(5%) 등이 뒤를 이었죠. '기타' 항목은 12%였는데요. 매운 볶음밥·치킨·족발·곱창을 비롯해 치즈떡볶이·쭈꾸미볶음·쫄면·고추장·고추냉이·쫄면·짬뽕 등을 먹는다고 답했어요. 매운맛을 정말 다양하게 즐기고 있는 셈이죠.

주은성 학생기자는 매운 음식에 특별한 양념이 들어가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주은성 학생기자는 매운 음식에 특별한 양념이 들어가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학생들이 느낀 매운맛 음식과 스트레스의 연관관계는 어떨까요.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나" 질문에 45% 학생만이 '예'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신희 학생모델은 "제 또래는 아직 어린 편이라 매운 음식에 많이 빠져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설문조사 결과도 이렇게 나온 게 아닐까요"라고 추측했어요. 반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응답한 학생 중 "중학생이라 집에 가면 공부해야 해서 싫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엄청 매운 떡볶이를 찾아 먹고 들어가요"라고 말한 이도 있었죠.

김민건 학생기자가 자진해서 우리 고추를 입에 가득 넣었다.

김민건 학생기자가 자진해서 우리 고추를 입에 가득 넣었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서 아팠던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학생 51%가 '예'를 택했고 49%가 '아니오'를 골랐어요. 김민건 학생기자는 "핵불닭볶음면을 먹고 토한 적이 있어요. 편의점에서 사 먹었는데 좀 이따가 바로 토한 거 있죠"라고 말했어요. 김한설 학생모델은 "불닭복음면을 일주일에 다섯 번은 먹어요. 근데 먹을 때마다 너무 매워서 친구들이랑 공기를 마시겠다고 달리곤 해요. 그러면 바람이 입 안에 들어가 좀 시원해지거든요"라고 말했어요. 반면 김민솔 학생기자는 "엽기떡볶이가 학교 근처에 있어서 정말 자주 사 먹는데 그렇게까지 매운 지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했죠. 주은성 학생기자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먹지만 저는 매운 걸 잘 먹어서 먹을 때마다 큰 문제는 없었어요"라고 언급했습니다.

김한설 학생모델이 매운 고추를 양손에 들고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김한설 학생모델이 매운 고추를 양손에 들고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매운 음식 성분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을까요. 응답자의 65%가 '아니오'에 답했는데요. 매운맛 섭취 후 몸이 아팠던 경험이 있는 친구들도 '아니오'에 답하기도 했어요. 김동률 학생기자는 이에 대해 "많이 먹으면 위험하지만 적당히 먹으면 괜찮을 거예요. 취재 기간에 마침 태국에 있었는데요. 한국에서만큼 매운맛을 접하기란 어렵더군요. 김치가 그리워서 힘들었습니다. 해외에서 매운맛 취재라는 주제를 들은 덕에 그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됐어요. 세상에 매운 음식이 없다면 맛있는 것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중독될 만큼 좋은 친구예요"라고 말했죠. 설문 응답자들은 "캡사이신이 들었다는데 그걸 많이 먹는 게 안 좋은 거 아닐까요", "매운맛에 들어간 성분을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릴 테니 적당히 먹는 게 나을 거예요" 등의 의견을 썼어요.

(왼쪽부터) 김민솔·김한설·김민건·주은성 학생기자가 매운맛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유했다.

(왼쪽부터) 김민솔·김한설·김민건·주은성 학생기자가 매운맛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공유했다.

학생기자들은 좋아하는 매운 음식도 공유했습니다. 김민건 학생기자가 불닭볶음면을 말하자 여기저기서 "나도" 소리가 나왔죠. 김한설 학생모델은 "불닭볶음면을 일주일에 다섯 번은 먹어요"라며 "쿨피스랑 같이 먹는데 매운맛이 잘 안 없어지더라고요. 학원 마치고 밤에 먹는데 매워서 발을 동동 구르죠"라고 말했어요. 반면 김민솔 학생기자는 "불닭볶음면 하니까 생각났는데, 전 그걸 처음 먹었을 땐 배탈이 났어요. 메스껍더라고요. 전 매운 음식을 잘 먹는 편인데도요"라고 얘기했죠.

김민솔 학생기자가 매운 불닭볶음면을 떠올렸다.

김민솔 학생기자가 매운 불닭볶음면을 떠올렸다.

김민솔 학생기자는 이어 "매운 떡볶이를 좋아해요"라며 "쿨피스랑 같이 먹으면 괜찮더라고요. 가끔은 치즈를 올려서 매운맛을 중화시키기도 하죠. 제 친구들도 잘 먹어요. 스트레스 받을 때 가장 많이 찾고요"라고 자신만의 방법을 공개했습니다. 떡볶이를 좋아해서 매주 먹는다고 말을 이은 김민건 학생기자는 매운 걸 먹고 아팠던 경험을 언급했죠. "매운 음식을 먹고 힘들어서 음료수를 사 먹고 겨우 진정한 적이 있어요. 속이 놀랐거든요"라고 말이죠. 주은성 학생기자는 "맞아요. 가끔 매운 음식을 먹으면 그 안에 들어있는 어떤 성분 때문인지 속이 너무 뜨거울 때가 있죠"라고 동의했고요.

매운맛과 스트레스

(왼쪽부터) 김민건·김민솔 학생기자가 고추의 속내를 들여다 보기로했다.

(왼쪽부터) 김민건·김민솔 학생기자가 고추의 속내를 들여다 보기로했다.

친구들이 말한 매운 성분은 캡사이신입니다. 보통 우리가 먹는 매운 음식에 들어가는 원료이기도 하죠. 고추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캡사이신을 만들어요. 하지만 품종별로 그 위험의 정도가 아주 다르답니다. 사실 나쁘기만 한 성분은 아니에요. 이 성분은 졸음 방지뿐 아니라 통증 완화 연고나 소화 장애 치료제에도 사용돼요. 캡사이신이 한 번 우리 몸에 들어가면 직후엔 강한 자극을 주고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통증을 전달하는 물질이 분비되는 걸 막아 진통 작용을 합니다. 이 점을 이용한 캡사이신 연고는 관절염 등 통증 완화에 쓰이죠.

또, 소량의 캡사이신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위 점막을 자극하지 않고 위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돼요. 위염 등 질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위 점막 세포의 염증을 캡사이신이 막을 수 있기 때문이죠. 2007년 당시 세브란스병원 내과에 재직하던 이용찬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헬리코박터’에 발표했어요.

주은성 학생기자가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이 아닌 다른 매운 음식을 떠올렸다.

주은성 학생기자가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이 아닌 다른 매운 음식을 떠올렸다.

하지만 캡사이신이 암 유전자를 활성화해 암 발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생기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기원 당시(현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건국대 특성화학부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0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을 대량 섭취할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데요. 이는 미국 암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암 연구(Cancer Research)’에 실렸죠. 캡사이신의 위험성에 대해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캡사이신 적은 양은 안전하지만 과다하면 위험하다”고 경고했어요.

(왼쪽부터) 김한설 학생모델, 김민건·김민솔·주은성 학생기자가 매운 음식에 나쁜 성분은 없는 지 의심했다.

(왼쪽부터) 김한설 학생모델, 김민건·김민솔·주은성 학생기자가 매운 음식에 나쁜 성분은 없는 지 의심했다.

그는 "고추 속에 있는 캡사이신이 통각 수용체이자 암 억제 물질인 TRPv1 단백질을 자극하면 이와 연결된 이온 채널이 열려 통각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통증에 대응하기 위하여 우리 몸에서 엔돌핀이 분비되는데요.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착각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엔돌핀이 나온 것 자체로 기분이 좋아지고 다른 스트레스는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고추에 들어간 캡사이신은 얼마나 먹는 게 적당할 지 고민해 봤다.

고추에 들어간 캡사이신은 얼마나 먹는 게 적당할 지 고민해 봤다.

권 연구원은 “아주 매운 고추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과다하여 혈관이나 뇌혈관이 수축하고 팽창하면 벼락두통(Reversible Cerebral Vasoconstriction Syndrome)을 유발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우리 선조들도 이를 알고 있었죠. 실제로 우리나라 고문헌인 『지봉유설』에는 태국고추와 같은 매운 고추를 우리 고추와 같이 술에 타 먹었다가 죽는 경우도 있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갑자기 찌르는 듯한 통증을 유발하는 벼락두통 현상이 심화돼 죽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예요.”

고추의 품종과 다양성

우리 고추를 통에 가득 담았다.

우리 고추를 통에 가득 담았다.

매운맛의 원료인 고추는 현재 세계에서 네 번째로 경작량이 많은 채소작물이에요. 특히 우리나라와 헝가리에서 고추농사 규모가 크죠. 고추를 다른 음식에 첨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헝가리가 대표적이라고 보면 됩니다. 인도나 멕시코에선 향신료로 쓰이죠. 고추는 100종 가량이 세계 각국에 다른 형태로 존재해요. 우리나라의 고추처럼 길쭉한 것은 물론이고 파프리카처럼 둥근 형태도 있습니다. 맛도 제각각이라 다양한 음식에 쓰이죠. 우리나라의 가장 매운 고추로 대표되는 청양고추보다 200배 이상 매운 것도 있어요.

몇 가지 대표적인 고추의 특성을 살펴볼까요. 먼저 페루의 아히입니다. 모양이 둥글고 쭈글쭈글한 게 특징이에요. 우리나라 청양고추보다 매워요. 이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건 중남미 지방의 타바스코 고추죠. 타바스코 소스의 원료로 청양고추보다 3~4배 매워요.

맵기로 더 유명한 건 북중미의 길쭉한 고추인 할라피뇨예요. 우리 고추보다 20~30배 맵죠. 말려 먹는 것보다는 그대로 썰어 먹거나 갈아서 소스로 쓰죠. 인도의 고추 나가 졸로키아는 즙을 짜내어 다른 냄새를 제거하는 향신료로 많이 쓰고요. 우리나라 고추와 매우 비슷한 고추를 재배하는 헝가리 지방에서는 고추를 파프리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처럼 말린 고추가 시장에서 유통되고, 가루로 만들어 쓰기도 하죠.

지난 2008년부터 고추를 연구한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강상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너무 매운 음식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지난 2008년부터 고추를 연구한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강상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너무 매운 음식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고추나 헝가리 고추같이 약간 매운 고추는 몸에 좋습니다. 고추는 용도에 맞게 먹어야 하는데 우리 전통 고추는 고추장 담고, 김치 담그는 데 제일 적당하죠. 청양고추는 김치나 고추장은 담그지 못하지만 국이나 탕에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죠. 또 약간 매운맛을 내기 위하여 된장에 찍어 먹는 정도로 먹으면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매운맛 음식의 주재료는 값이 싼 멕시코산 할리피뇨”라며 “우리 고추는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잘 사용할 수 없죠. 국내 고추에는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대신 비타민C가 더 많아요. 할라피뇨의 200배 정도 됩니다. 할라피뇨처럼 저렴하고 매운 외국산 고추를 과하게 먹으면 캡사이신 농도가 짙어져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습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죠.

매운맛을 아는 수치

학생기자들이 매운 음식을 파헤쳐 보기로 결심했다. 주은성 학생기자는 매운 걸 먹으면 속이 뜨거운 걸 느낀단다.

학생기자들이 매운 음식을 파헤쳐 보기로 결심했다. 주은성 학생기자는 매운 걸 먹으면 속이 뜨거운 걸 느낀단다.

우리가 먹는 매운 음식을 수치화할 수 있는 기준에는 고추장 매운맛 단위 GHU(Gochujang Hot Taste Unit)와 스코빌 지수 SHU(Scoville Heat Unit)가 있어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만든 GHU는 지난 2010년 5월 1일 공식적으로 발표됐죠. 매우 매운맛은 GHU 100 이상, 매운맛 GHU 75~100, 보통 매운맛 GHU 45~75, 순한 매운맛 GHU 30 미만으로 분류됐어요. 권 연구원은 “GHU는 고추장 맵기를 나타내는 것인데 아직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예요”라며 “고추장이 아주 매우면 GHU 150, 보통은 GHU 75정도라 하고요. SHU 1500 정도 고추로 고추장을 담그면 GHU 150정도 나옵니다”라고 말했죠.

스코빌 지수는 1912년 미국 화학자 윌버 스코빌이 어떤 고추가 매운 지를 판단하려 만든 기준이에요. 캡사이신 농도를 계랑화홰 표시하죠. 고성능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로 측정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불리는 청양고추는 SHU 4000~1만 정도예요. 지난 2006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손꼽혔던 멕시코 하바네로는 SHU 35만~58만이죠. 지난 2007년 이른바 ‘유령고추’로 알려진 인도의 부트 졸로키아는 SHU 85만5000~105만에 달하죠.

매운 국물 떡볶이를 먹고 있는 이지윤 학생기자.

매운 국물 떡볶이를 먹고 있는 이지윤 학생기자.

소중 친구들도 즐겨 먹는다는 불닭볶음면 등의 스코빌 지수는 어떨까요. 시중에 판매되는 매운맛 라면을 맵기 순으로 10가지 꼽아 볼게요. 각 업체에 따르면 ▲틈새라면 9413 ▲핵불닭볶음면 8706 ▲열라면 5013 ▲짜왕 매운맛 5000 ▲불닭볶음면 4404 ▲마라불닭볶음면 4400 ▲진짜진짜맵다 4000 ▲커리불닭볶음면 3810 ▲남자라면 3037 ▲쫄비빔면 2769예요.

주은성 학생기자가 매운 음식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 지 궁리하고 있다.

주은성 학생기자가 매운 음식을 어떻게 요리해야 할 지 궁리하고 있다.

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SHU 1500~2000인 고추로 고추장을 만들면 매워서 먹을 수 없어요. 전통적으로 그렇게 매운 고추로 고추장 담근 역사가 없죠”라고 말했어요. 위에 언급된 제품의 SHU는 권 연구원이 말한 SHU 1500~2000을 훨씬 뛰어넘죠. 그는 “수입 캡사이신이 가격이 싸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매운맛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특정 고추가 인기가 있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너무 매운 것은 건강에도 좋지 않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요. 매운맛 열풍은 값싼 수입 고춧가루를 소비하기 위한 일종의 상술에 편승한 현상이라고 봅니다”라고 우려했어요.

김하솔 학생기자가 학교 앞 분식집에서 즐겨 먹는 메뉴다. 이 분식집에선 떡볶이에 매운 고추장을 추가 주문해 먹을 수 있단다.

김하솔 학생기자가 학교 앞 분식집에서 즐겨 먹는 메뉴다. 이 분식집에선 떡볶이에 매운 고추장을 추가 주문해 먹을 수 있단다.

또 “매운맛을 항상 접한다면 건강상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우유나 쿨피스 없으면 먹기 힘들 정도로 매운맛을 먹는 것은 앞으로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요? 쿨피스나 고지방 우유를 먹는 것은 입안에 붙어 있는 캡사이신을 씻어내기 위한 것이잖아요. 그래도 매운맛 성분이 장 내로 들어가기 때문에 지나치게 장을 자극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학생기자 동행취재 후기

김민건 학생기자가 캡사이신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김민건 학생기자가 캡사이신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김민건(경기도 관문초 6) 학생기자
생각보다 꽤 많은 친구들이 매운 음식을 즐긴다는 걸 알았죠. 전 매운 것을 먹고 배가 아파 학교에서 조퇴까지 한 적이 있어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불닭볶음면을 먹을 땐 너무 매워서 우유나 물도 소용없었어요. 먹기 힘들지만 자꾸 먹고 싶어지는 게 매력이죠. 하지만 제가 토했 듯 건강에 안 좋다면 조심해야겠죠.

김민솔 학생기자가 우리 고추를 관찰했다.

김민솔 학생기자가 우리 고추를 관찰했다.

김민솔(서울 세화여중 1) 학생기자
저는 요즘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엽기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친구와 다툼이 있었거나,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운 음식들을 자주 즐겨먹었죠. 하지만 동행취재를 하면서 매운 음식의 장단점에 대해 돌아봤죠. 매운 음식들에 들어간 몸에 해로운 성분들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매운 음식도 적당히 먹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 혼자 있을 때면 간단히 해먹기 좋은 팔도 비빔면을 많이 먹었었는데, 이제는 매운 면보다 든든한 밥을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친구들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는데, 실제로 매운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서 고생했던 경험, 불닭볶음면을 먹고 설사를 한 경험 등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매운 음식을 4~5번 먹는다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어요.

김한설 학생모델이 불닭볶음면 등 매운 음식을 회상했다.

김한설 학생모델이 불닭볶음면 등 매운 음식을 회상했다.

김한설(인천 동양중 2) 학생모델
매운 음식이 자극적이고, 땀이 난다든지 몸에 반응이 바로 나타나는 걸 봐서는 뭔가 있는 건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매운맛의 위험성이나, 구분해 섭취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청소년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표기해야 해요.

주은성 학생기자가 건강한 매운 음식 요리법을 궁리 중이다.

주은성 학생기자가 건강한 매운 음식 요리법을 궁리 중이다.

주은성(과천 청계초 6) 학생기자
전 제 한계에 도전하고 싶어서 매운 걸 먹어요. 하지만 일부 친구들은 매운 음식을 먹고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았대요. 매운 음식엔 대체로 해외에서 수입된 센 고추 원료 탓에 캡사이신이 다량 함유돼 있다니 조심해서 먹어야겠습니다.

학생기자 서면취재 후기

설문조사 기간 태국에 머물렀던 김동률 학생기자가 찾은 현지 매운 음식. 한국에서 접할 수 있을 정도의 매운맛은 찾을 수 없어 입이 심심했단다.

설문조사 기간 태국에 머물렀던 김동률 학생기자가 찾은 현지 매운 음식. 한국에서 접할 수 있을 정도의 매운맛은 찾을 수 없어 입이 심심했단다.

김동률(서울 위례별초 4) 학생기자
매운 음식에 대한 서면취재를 할 때 태국에 있는 친구 초대로 방콕에 머무르고 있었어요. 태국의 음식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 준 방콕 ISB 이승주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매운맛 인터뷰를 통해 태국 사람들의 음식 문화를 알게 되어 지내는 동안 태국의 매운 음식을 자세히 알아보고 맛볼 수 있었죠. 더운 나라여서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고요. 입국 후 추가 서면취재를 도운 위례별초 별반 친구들도 정말 고마워요. 취재에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받았고 매운맛에 대한 이야기를 꽃피웠죠. 저는 매운 음식을 좋아해요. 특히 김치와 떡볶이요. 하지만 매운 맛의 강도를 높이며 도전해 보지는 않았어요. 한 친구가 알려 준 요리법처럼 매운 맛의 강도를 높여보며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김정연(서울 월곡초 5) 학생기자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친구들은 자주 먹는 매운 음식이 김치가 대부분이고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아이들은 불닭볶음면, 엽기 떡볶이를 자주 먹는다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매운 음식에 무슨 성분이 있는지도 모르고 먹는다는 게 우려스럽네요. 가끔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도 하지만 너무 매운 음식은 스스로 조절하며 먹어야 합니다. 매운 음식에 대한 느낀 점 중 ‘매운 음식은 중독된다’ 란 답을 친구들이 많이 말했어요.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에요.

김하솔(대구 도남초 6) 학생기자
이번 취재를 통해 알게 된점 느낀 점을 크게 말하면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레시피를 알게 되어서 새로웠고 다른 또래의 친구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나 정보를 알려줄 수 있어서 기뻤죠. 두 번째는 설문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 아주 뜻깊었다는 거예요. 세 번째는 그 이후의 일입니다. 친구들이 설문조사를 해준 뒤 수다 게임 주제가 매운맛으로 결정됐거든요. 소소한 이야기부터 매운 맛에 대한 자신의 생각까지 다채로운 의견과 생각이 나왔어요. 담임 선생님(대구 도남초등학교 6-1 선생님 류호준)께서 조사를 위해 학교 수업시간까지 할애해 도와주신 덕분이죠. 매운맛 음식을 먹으면서 사진도 찍었는데 분식집 사장님이 도와주셨어요. 제 매운맛 취재는 도움투성이에요. 많은 사람과 교류한 덕에 기뻤어요.

윤신혜(서울 전동중 1) 학생기자
이번에 매운맛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느낀 건, 저뿐 아니라 친구들도 매운맛에 약간씩 중독됐다는 거예요. 매운 성분이 교감신경을 활성화해서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 엔돌핀 분비를 촉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준대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이러한 작용을 몸으로 느껴 매운맛이 정기적으로 당기는 건 아닐까 싶었죠. 전동중학교 친구들 등에게 조사를 했는데 특히 많이 도와주신 수학 선생님 감사해요.

이지윤(서울 용마초 5) 학생기자
친구들은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전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잠깐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더라도 30분~1시간 정도이니 얼마가지 않아요. 혹시 저와 친구들이 매운맛을 계속 먹는 이유가 매운맛의 중독성 때문은 아닐까 의심스러웠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하여 매운맛의 성분이라고 알려져 있는 캡사이신을 알게 된 이후부터 이것 때문에 나와 친구들이 매운맛을 먹는 것은 아닐까 했죠. 매운맛을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리는 느낌을 받을 때는 그런 생각이 강해지죠. 서울용마초등학교 친구들과 이민영 선생님께 감사해요.

김신희 학생모델이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다.

김신희 학생모델이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다.

김신희(용인 독정초 5) 학생모델
가장 놀라웠던 답변은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고 더 쌓인다’였죠. 친구들이 주로 먹는 매운 음식은 떡볶이였는데, 남자 아이들보다 여자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먹는 경우가 많았어요. 여자 아이들 말로는 떡볶이가 가격 부담도 없고 친구들과 함께 먹는데 제격이래요. 저도 하교 후 삼삼오오 모인 다음 서서 컵볶이를 먹는 친구들을 오며 가며 자주 보았는데 아무래도 함께 먹어서 더 맛있는 거겠죠. ‘매운 음식’ 하면 자연스레 ‘친구’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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